불법 사채 근절하려면…

 조폭하면 사채, 사채하면 조폭이다. 왜 이런 방정식이 성립됐을까. 답은 쉽게 나온다. 대부업 설립요건이
허술해서다. 일본의 경우, 폭력조직이 대부업체를 만들면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조폭 소득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사채업으로 돈을 버는 폭력 조직원은 40%에 달했다. ‘조폭 가운데 35% 정도가 불법 대부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경찰청 조사도 있다. 조폭이 사채업에 나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딱히 할 일이 없어서다. 조폭은 정기적인 수입이 없다. 조직에선 한 푼도 나오지 않는다. 가끔 ‘형님’들이 쥐어주는 용돈이 전부다.

▲ 국내 대부업체는 몇 가지 제약 조건만 없으면 누구든지 만들 수 있다. 폭력조직이 대부업체를 쉽게 설립할 수 있는 이유다.
갓 지하세계에 발을 들인 새내기 조폭은 20대를 고스란히 조직에 헌납해야 한다. 다른 세력과 ‘전쟁’이 나지 않는 한 상부의 심부름이 주 업무이자 일상이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용돈이 많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배후에 든든한 ‘돈줄 스폰서’가 있다면 운 좋은 케이스. 조직 내에서 인정받아 룸살롱, 나이트클럽 등 업소 관리만 맡아도 그나마 낫다. 매달 일정액이 주머니에 꽂혀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극소수 성공한 조직원의 이상적인 코스다. 피라미드 조직 구조상 누군가는 도태되기 마련이다. 이런 조직원의 열에 아홉은 사채시장에 뛰어든다. 이유는 별 다른 게 아니다. ‘놀고 먹을 수 있는’ 그야말로 적성에 맞는 사업이라서다. 사채만큼 투자 대비 고수익을 보장하는 업종이 없다. 현금이 오가는 매력도 있다.

 
청량리에서 사채업을 하는 임대군(가명• 38)씨는 “폭력과 협박이 주특기인 조폭이 폼 나게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며 “20대 때 돈 받으러 다니는 ‘해결사’노릇을 하면서 노하우를 쌓고 30대가 되면 대부분 직접 사채업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조폭의 설 자리가 갈수록 없어지고 있다는 점도 그들이 사채에 손을 대는 이유 중 하나다. 조폭의 자금줄은 갈수록 막히고 있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 유흥업소가 철퇴를 맞아서다. 2000년대 초 10만개까지 늘어났던 룸살롱•나이트클럽•단란주점 등 유흥업소의 숫자는 현재 반토막이 났다.

성인불법오락실도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급격하게 위축됐다. 게다가 러시아 ‘야쿠트파’, 일본 ‘야마구치구미’, 중국 ‘삼진회’, 태국 ‘차이파’, 방글라데시 ‘우슈파’ 등 국제 범죄조직이 국내에 들어와 판을 치고 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대부업체 등록•운영과 관련된 법이 허술하기 때문이다. 현행 대부업법에 따르면 미성년자•금치산자•한정치산자•실형선고 후 5년이 경과되지 않은 자•집행유예나 선고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벌금형의 선고를 받고 2년이 경과되지 않은 자 등을 제외하면 누구나 대부업자로 등록할 수 있다. 사실상 누구든지 사채업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본의 경우, 정부에서 관리하는 폭력단체가 대부업체를 설립하면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등록을 거부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돼 있다.

이윤찬 기자 chan4877@ thescoop.co.kr | @ itvfm.co.kr
김성수 객원기자 sung@thescoop.co.kr | @itvfm.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