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시장점유율 꾸준한 이유

▲ 팬택의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은 10%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2009년 11월 28일, 애플 아이폰이 국내시장에 상륙했다. 휴대전화 업계가 요동쳤다. 기술력만큼은 최고라고 자부하던 삼성전자마저 ‘아이폰 폭풍’에 한방 먹었다. 성급하게 출시한 스마트폰 ‘옴니아’는 쓰레기라는 단어와 합쳐져 ‘옴레기’라고 불리는 굴욕을 겪었다. 초콜릿폰·와인폰 등의 연이은 성공으로 ‘피처폰 왕국’으로 불렸던 LG전자도 추락의 아픔을 겪었다.

애플이 주도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속절없이 무릎을 꿇은 건 국내 기업만이 아니었다. 글로벌 1위 휴대전화 제조업체였던 노키아의 체면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소니에릭슨과 HTC는 ‘아이폰 세상’으로 돌변한 국내 시장에서 잊혀진 존재가 됐다.

2010년 아이폰 3GS가 출시되면서 다른 휴대전화 제조업체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이때 의외의 기업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중이던 팬택이었다.

국내에 아이폰 폭풍이 휘몰아치던 2010년, 팬택의 스마트폰 점유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시장조사 기관인 가트너 보고서에 따르면 그해 팬택이 기록한 점유율은 11.6%다. 2009년 시장점유율 8.5%를 넘기지 못했던 기업이 시장 격변기에 성장한 것이다.

시장의 절반이 넘는 고객을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조차 아이폰의 침공으로 생존을 걱정하던 상황이었다. 팬택의 저력은 무엇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조직’이 팬택의 최대 강점이라고 말한다. 작은 조직 덕분에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팬택의 ‘스피드 경영’은 놀라웠다.

스카이 마니아가 팬택 살려

 
2010년 4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리우스’를 출시했다. 스마트폰 개발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시리우스는 ‘맛보기’일 뿐이었다. 팬택은 이자르·베가·미라클 등 14종의 스마트폰을 쉴 새 없이 출시했다.

연구개발(R&D) 조직의 힘도 컸다. 팬택의 R&D 인력은 전체 임직원의 63%(1900여명)에 달한다. 지난 10년 동안 R&D에 투자된 금액은 약 2조원이다. 1년에 2000억원을 R&D에 투입한 셈이다. 팬택 관계자는 “우리의 국내외 특허는 3300여건, 출원 중인 지적재산권은 약 1만3700건에 달한다”며 “강력한 R&D 조직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팬택을 ‘위기에 강한 기업’으로 만든 것은 또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팬택 제품만 사는 ‘충성고객’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팬택의 충성고객은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10%에 달한다.

팬택 마케팅팀 김수진 부장은 “수많은 스마트폰 중 팬택을 선택하는 고정 고객층(마니아)이 있다”며 “스마트폰 포화 속에서도 팬택의 점유율이 떨어지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니아 고객 중에는 특히 20~30대 여성분이 많다”며 “스카이 하면 떠오르는 고급폰 이미지가 고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다운 기자 justonegoal@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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