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 위의 LTE’선언한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LG유플러스는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에 밀려 이동통신업계 3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2010년 초, 정보통신계의 거물 이상철(64) 전(前) 광운대 총장을 CEO로 영입하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롱텀에볼루션(LTE) 분야에서 독보적 영역을 개척하며 3위의 굴레에서 벗어난 것이다.

▲ 이상철 부회장이 LG유플러스의 새 CEO로 등장하면서 업계에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2009년 말, LG그룹 통신계열사들은 산고(産苦)를 겪고 있었다. 당시 통신업계는 유•무선이 통합되는 추세였다. LG 또한 시류에 맞춰 합병작업을 서둘렀다. 유선전화 서비스 LG데이콤, 인터넷 서비스 LG파워콤, 이동통신 LG텔레콤이 하나의 몸으로 재탄생하려 수술대 위에 올랐다.

해가 바뀌고 ‘통합LG텔레콤’이 탄생했다. LG그룹은 이상철 전 광운대총장을 CEO인 부회장으로 영입했다. 그룹 안팎에서 기대가 쏟아졌다. 정보통신계의 ‘대표 토박이’인 이 부회장이 만년 꼴찌 LG텔레콤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 것이다.

취임식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부회장은 “고객이 원하는 걸 서비스 하는 회사, 스티브잡스의 애플처럼 고객에 맞춘 가치를 제공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그는 이종산업과의 결합을 통한 탈(脫)통신을 선언했다.

이 부회장은 KT 대표와 정보통신부 장관을 거친 IT계의 거물이었다. 업계에선 그의 행보를 주목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 앞에 넓은 포장도로가 펼쳐져 있던 건 아니었다. 경쟁사들의 막강한 위용 때문이었다.

SK텔레콤은 50%를 넘나드는 가입자 점유율로 이동통신시장을 좌지우지 하고 있었다. KT 역시 당시 주류였던 3G(3세대 이동통신)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이었다. 이 부회장은 그 속으로 뛰어들었다. 파격적 요금제와 한국형 스마트폰 등의 카드를 꺼내들며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다. 현장 중심 경영으로 유명한 그답게 대리점을 찾아다니며 직원들을 독려했고, 직접 아이디어도 챙겼다. 취임 5개월 후인 2010년 6월, 사명을 통합LG텔레콤에서 LG유플러스로 바꾸며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시장은 만만치 않았다. 이 부회장 취임 첫해 LG유플러스의 영업실적은 기대 이하였다. LG그룹 통신 3사(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의 전년도(2009년) 영업이익을 합산했을 때보다 나아진 게 없었다. 4분기에는 500억원 가까운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합병 후 처음 기록한 영업 적자였다.

LG유플러스 측은 “합병으로 인해 증가한 889억원의 감가상각비가 실적에 반영됐기 때문”이라며 적자의 이유를 설명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특히 무선 부분의 부진이 뼈아팠다. LG유플러스의 전체 무선 고객 점유율은 17.8%로 예년 수준을 유지했지만, 스마트폰 가입자 유치가 미진했다. 2010년 말 통신 3사의 스마트폰 가입자는 727만명이었다. 그 중 LG유플러스는 62만명의 스마트폰 가입자를 유치했다. 시장 점유율로 환산하면 8.5%에 불과했다.

거물 영입, 그러나 만만찮은 현실

사실 LG유플러스의 스마트폰 사업 부진은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당시 이동통신시장은 3G가 대세였다. SK텔레콤과 KT는 정통 3G방식인 W-CDMA를 활용 중이었다. 그런데 LG유플러스의 3G방식은 좀 특이했다. 2G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리비전A•B 기술을 썼다. 대리점에선 3G라고 판매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3G가 아니었다. 기술 수준은 2.5G정도라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속도 면에서 경쟁사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 LG유플러스는 차별화된 LTE전략으로 지난 1년간 업계를 주도했다. 그러나 아직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고객들은 뿔이 났다. 포털사이트에 ‘LG유플러스 3G 품질 개선촉구 카페’를 개설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LG유플러스의 3G 속도와 관련한 민원도 제기했다. 한 카페 가입자는 “유플러스 측이 3G라고 판매해 놓고 사실상 2G 버전을 서비스하는 것은 사기행위”라는 불만글을 올리기도 했다. ‘헬지(hell-G)’유플러스라고 비아냥거리는 소비자도 생겨났다.

LG유플러스의 위기였다. 수장인 이 부회장 또한 위축될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의 속내는 따로 있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3G를 따라가기 보단 새 버전인 4G LTE(롱텀에볼루션)에 올인하기로 한 것이다. 쉽게 말해 2G에서 3G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4G로 건너뛰는 모험을 감행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취임 당시부터 LTE시대를 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LTE의 효율적인 상용화를 위한 뱅크형 기지국을 이미 2010년 구축해 놓았다. 이어 1조7000억원을 설비투자에 투입했다.
지난해 6월, LG유플러스는 ‘가장 처음, 가장 대규모 4G LTE 서비스’의 시작을 알렸다. 상용화 직전 LG유플러스는 기자 간담회를 겸한 ‘LTE 상용서비스 기념행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직접 LTE를 시연하며 3G W-CDMA와의 속도 비교를 비롯한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선보였다. LG유플러스의 LTE는 7월1일부터 곧바로 상용화됐다.

고객의 반응은 뜨거웠다. 빨라진 속도 외에, HD급 비디오 컨퍼런싱, 실시간 CCTV, 스마트 에듀케이션 등의 부가서비스를 통해 한 차원 올라선 이동통신 기술을 만끽한 것이다.

물론 준비는 이 부회장이 빨랐다. 하지만 SK텔레콤 또한 LG유플러스와 같은 날인 2011년 7월1일부터 LTE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SK텔레콤은 상당수의 가입자를 배경으로 두고 있었으므로 LG유플러스의 반란은 곧 사그라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카드를 숨겨놓았다. 그것은 SK텔레콤보다 훨씬 앞선 전국망 구축이었다. SK텔레콤의 커버리지(서비스 가능지역)가 서울 및 수도권에 머물렀을 때 LG유플러스는 84개시에 망을 구축했다. SK텔레콤이 따라오자 읍면 단위까지 전국망을 구축하며 멀찌감치 달아났다.

‘LTE는 LG유플러스’라는 말이 회사 측의 홍보문구로만 끝나지 않았다. 고객들의 입에 자연스레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경쟁사들도 당황했다. LG유플러스가 LTE를 그렇게 빠른 속도로 확장할 줄 몰랐던 것이다. KT의 경우, 2011년 말까지 LTE 서비스는 시작도 못했다. 당시 KT는 3G를 놓고 SK텔레콤과 주도권 싸움을 벌이느라 많은 투자를 한 상태였다. 그에 대한 감가상각도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LTE를 본격화하는 건 쉽지 않았다. KT는 올해 1월에야 LTE 서비스를 시작했다.

LG유플러스의 발 빠른 노력은 그해 영업실적에 반영됐다. 국제회계기준(K-IFRS) 2011년 총 수익이 9조2563억원, 영업수익은 6조418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 8.9%, 1.6% 성장한 수치다. 특히 LTE 폰 판매가 시작된 3분기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매출 2조3820억원, 영업이익 950억원(합병영향 제외 시 1489억원), 당기순이익 566억원(합병영향 제외 시 1105억원)으로 전년도의 성적을 뛰어 넘었다. 이로써 LG유플러스는 지독히 따라다니던 ‘꼴찌’라는 멍에를 LTE를 통해 벗어버렸다. 그 선봉에 이 부회장이 있었다.

업계 놀래킨 마법의 커버리지

업계 1위 SK텔레콤이 가만 있을 리 없었다. 곧 전열을 가다듬고 LTE도 점유율 1위를 지켰다. 그러나 이는 애초부터 존재했던 수많은 가입자를 기반으로 이룬 것이었다. 점유율 1위는 아니었지만 LG유플러스는 차별화된 LTE 서비스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올해 들어서도 LG유플러스는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눈에 띄는 부분이 번호이동 시장이다. 한국통
 
신사업자연합회(KTOA)에서 지난 2일 발표한 번호이동 통계수치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2012년 상반기 기준 27만7000명이 순증했다. 번호이동분야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동기간 SK텔레콤은 강보합세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KT는 31만7000명 감소했다.

KTOA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LTE 서비스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반면, KT는 서비스가 늦어진 게 번호이동에서 명암을 갈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부회장은 LTE 이외에 네트워크 분야에서도 뚝심을 발휘했다. 올 2월부터 자사의 와이파이(Wi-Fi) 서비스 지역인 ‘유플러스존’을 무료 개방했다. 타사 가입자도 ‘FREE_U+zone’ 이름의 접속 아이디를 선택한 후 짧은 광고를 시청하면 1시간 동안 와이파이 무료 사용이 가능한 서비스다. 시행 이후 3개월 만에 이용자 수가 2배 이상 급증했다. 저렴한 비용으로 큰 광고효과를 노리던 광고주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LG유플러스는 그렇게 네트워크와 유•무선 통신을 넘나들었다. 지난 1년간 통신업계에서 쌓은 이 부회장의 결과물들은 성공적이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아직도 이 부회장이 넘어야 할 언덕은 많다. 아니, 진짜 중요한 게임은 지금부터라는 게 관련 종사자들의 지적이다.

SK텔레콤은 지난 6월말 읍면 단위로 LTE 전국망을 완성했다. 인구대비 99%까지 LTE를 사용할 수 있게끔 SK텔레콤도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이에 따라 그간 LG유플러스가 누려왔던 커버리지 우위가 사라졌다. 뒤늦게 LTE사업에 뛰어든 KT 또한 최근 전국망을 구축했다. 커버리지 상으론 아직 LG유플러스나 SK텔레콤에 뒤지지만 급격히 격차를 좁히고 있다. 차별화가 흐려진 LG유플러스 측은 “전국망 최초 이미지가 당분간은 지속될 것”이라 말하지만, 얼마나 가능할진 미지수다.

m-VoIP(인터넷전화)와 관련, 입장 번복으로 인한 이미지 타격도 이 부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6월 초, 카카오사가 자사 m-VoIP인 ‘보이스톡’을 무료 개방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통신업계엔 폭풍이 몰아쳤다. SK텔레콤과 KT는 ‘차려놓은 식탁에 밥숟가락 얹기’라며 카카오사를 비난하고 나섰다.

▲ 이상철 부회장은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현장경영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다른 결단을 내렸다. 보이스톡을 무료 전면 개방하기로 한 것이다. SK텔레콤과 KT는 “혼자만 살려는 거냐”며 이 부회장을 몰아세웠지만 소비자들은 환호했다. 그러나 이후의 움직임이 모호했다. 무료개방 시기를 미뤘다. 경쟁사와의 이해관계 및 내부 반대 등이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결국 제한적 허용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소비자를 우롱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마케팅 비용에 따른 수익 감소도 개선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 LG유플러스의 지난해 매출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매끄럽지 못하다. 실질적인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56.5%포인트 감소했기 때문이다. LTE 선점효과를 위해 과다하게 마케팅 비용을 투입한 탓이다.

올해도 표면상으론 LG유플러스의 약진이 계속되는 듯하다. 그러나 과다한 마케팅 비용은 이 부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9일 보고서를 통해 LG유플러스의 2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신한금융투자 성준원 연구원은 “(LG유플러스의)2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10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2.1% 감소할 전망이며 순이익은 적자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로 성 연구원은 “LTE 가입자 급증에 따른 마케팅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과다 마케팅에 따른 수익 감소는 이통3사 모두에게 해당된다. 하지만 약진을 노리는 LG유플러스의 경우 크게 와 닿을 수밖에 없다.

기존 3G고객들의 불만을 처리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LG유플러스엔 아직 LTE로 전환하지 않은 3G 고객들이 상당수다. 그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것 또한 이 부회장에게 남겨진 숙제다.

멈추지 않는 도전

산적한 과제들을 남겨둔 채, LG유플러스는 지난 6월말 LTE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VoLTE(음성LTE서비스), 멀티캐리어, 주파수 공용화 등 많은 논제가 다뤄지며 새 출발을 다짐했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LTE 위의 LTE’를 선언하며 “하반기쯤 VoLTE를 통한 새로운 융합서비스 출시 등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LTE 경쟁이 커버리지에서 품질과 속도로 옮겨 붙은 상황을 인식한 발언이었다.

현재 LG유플러스의 LTE 가입자는 262만명(6월28일 기준)으로 추산된다. 이 부회장은 간담회장에서 당초 400만명이었던 연내 LTE가입자 수 목표를 500만명으로 상향 조정했다. 다소 벅찰 수도 있는 목표 달성을 위해 이 부회장이 준비한 칼은 무엇일까. 은밀히 깜짝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을는지도 모른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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