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민규 레드아이 대표

대기업이 뛰어들어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액세서리 시장.  이곳에서 중저가 액세서리로 연 매출 2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기업이 있다. 세련된 액세서리로 전국의 여심(女心)을 사로잡고 있는 ‘레드아이’다.

#서울 명동 밀리오레 근처를 배회하다 우연찮게 한 액세서리 집에 들어갔다. 간판에는 ‘레드아이’라고 적혀 있다. 매장에 들어서니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귀걸이와 목걸이, 그리고 머리핀이 ‘여심’을 흔든다. ‘크리스탈’ ‘지르코니아’ ‘큐빅’ ‘스와로브스키’ ‘미니스톤’ 등 귀걸이가 종류별로 친절하게 구분돼 있다. 이런 곳은 처음이다. 
 

▲ 중저가 액세서리로 연 2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레드아이 류민규 대표.

궁금증 해소에는 ‘인터뷰’가 딱이다. 그러나 레드아이 류민규(33) 대표는 인터뷰를 한사코 거절했다. “인터뷰 당할(?) 만큼 회사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레드아이가 여성들 사이서 얼마나 이슈가 되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주위에 단골이 많다고도 말했다. 사탕발림이 통한 건지, 아니면 그냥 못이기는 척 한 것인지. 어찌됐든 힘들게 인터뷰가 성사됐다.

첫 질문은 ‘우(愚)’했다.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나요?” 답은 ‘현(賢)’했다. “어떻게 성공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반도체 기업을 다니던 류 대표는 문득 평생 다닐 수 있는 직장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려면 돈을 모아야 했고 ‘장사’ 밖에 답이 없었다. 멀쩡하게 잘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뭘 팔까를 고민했다. 그리고 정말로 우연찮게 ‘액세서리’를 아이템으로 택했다.

반도체 기업 다니다 창업
누구나 그렇듯 시작은 미미했다. 길거리 장사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일했다. 노점으로 번 종잣돈을 모아 2006년부터 ‘장사다운 장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녹록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물건 떼오는 비용을 아껴야 했다. 그래야 싼값에 내다팔 수 있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경기도 구리의 도매창고에서 ‘대량구매’를 했다. 기름값까지 아낄 요량으로 한번 갈 때면 승합차를 가득 메울 정도의 양을 샀다.
 

 

이런 노력은 알찬 열매를 맺었다. 1000 ~ 2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과 품질까지 좋은 액세서리에 소비자는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신이 났다. ‘일이 잘 풀릴 것’ 같아서였다. 그는 ‘번 돈’ 100%를 모두 액세서리를 사는 데 썼다. 벌면 벌수록 액세서리의 종류는 더 많아졌고, 소비자는 더욱 열광했다. 급기야 천안•대구•대전•전주•강릉•목포 등 전국 곳곳을 돌며 액세서리를 팔 수 있을 정도의 양까지 됐다.

본격적으로 액세서리를 팔기 시작한 지 1년 만인 2007년, 그는 대구 동성로에 ‘내 가게’를 마련했다. 이름하여 ‘레드아이’였다. 이때부터 전국 팔도를 돌며 습득한 그의 노하우가 십분 발휘되기 시작했다.

기존 중저가 액세서리 매장과는 달리 세련되고 깔끔한 인테리어를 도입했다. 제품 진열을 위해 여성 평균 키에 맞춘 매대도 직접 개발했다. 그가 개발한 매대에는 눈높이에 맞게 거울이 달려 있다. 여성 소비자로선 더 이상 거울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게 된 셈이다.

매장만 깨끗하다고 소비자가 찾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제품이 좋아야 한다. 레드아이의 액세서리는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도 세련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류 대표는 “질리지 않으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이 레드아이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브랜드 알리기에도 전력을 기울였다. 그는 레드아이를 소비자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키기 위해 ‘상품택(Tag)’ 전략을 썼다. “보통 액세서리 상품택은 개당 10원도 안 합니다. 우리는 택 개발에만 2억원을 쏟아 부었죠. 우리가 사용하는 택 하나당 원가가 200~300원입니다. 기존 업체는 상상도 못할 일이죠.”

류 대표가 상품택에 거금을 쏟아붇자 주변에선 “미쳤다”면서 만류했다. 하지만 류 대표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되레 투자를 늘렸다. “결국은 ‘브랜딩’이 답입니다. 번 돈 대부분을 투자에 쏟아 붓는 건 이런 이유에서죠. 작은 부분에까지 정성을 쏟으면 소비자도 레드아이의 ‘진심’을 알게 될 거라 믿습니다.”

그의 세심한 노력 때문인지 레드아이는 창업 이후 2년 만에 직영점을 10개까지 늘릴 수 있었다. 매장 수가 가파르게 늘어나자 2009년에는 아예 남대문 시장에 물류센터를 두고 자체 생산을 시작했다. 귀걸이•목걸이•헤어핀을 섹션별로 나눠 인력을 배치하고 디자인부터 상품 기획까지 관여하기 시작했다. 자체 물류센터 설립을 통해 가격은 떨어뜨리고 상품 구성은 다양하게 만든 것이다.

이를 발판으로 레드아이는 더욱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직영점은 지난해 35개로 늘어났고, 240억원을 벌어들였다. 올 4월에는 서울 명동 밀리오레 주변에 198㎡(약 60평) 규모의 매장도 열었다. 최근에는 홍대 주차장 거리에 있는 상가에도 입점하는 데 성공했다. 홍대점은 7월 말 오픈을 앞두고 있다.

류 대표는 레드아이의 고속성장 비결을 ‘경험’이라고 했다. “대기업이 액세서리 시장에 뛰어들어 맥을 못 추는 것은 경험 부족 때문입니다. 수년에 걸쳐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는 레드아이의 가장 중요한 자산입니다.”
 

 

최근엔 ‘백화점 진출’이라는 신기원도 열었다. 길거리 액세서리가 ‘백화점’에 입점한 것은 레드아이가 최초다. 올 8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을 시작으로 현대백화점,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입점할 예정이다. 류 대표는 “백화점 진출을 위해 플러스 제품도 개발했다”고 말했다. 기존 레드아이 제품을 고급화한 게 플러스 제품이다. 백화점 납품은 물론 기존 매장에서도 소비자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부분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미국 진출 위해 시장조사
해외진출에도 성공했다. 중국 광저우에 66㎡(약 20평) 규모의 레드아이를 운영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선 매장 오픈을 앞두고 있다. 류 대표는 “올 8월 시장조사를 위해 미국으로 떠난다”고 말했다. 이제 ‘액세서리’의 본토라는 미국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목표는 더 야심차고 크다.
 

 

레드아이를 ‘유니클로’와 같은 종합 패션업체로 키우는 것이다. 빈말이 아니다. 레드아이는 2010년도부터 구두나 지갑 같은 잡화를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만들고 있다. 2011년 초부터는 의류까지 만든다. 종합 패션업체로 가기 위해 ‘기초체력’을 쌓고 있는 것이다. 그는 “남들은 나를 ‘돈키호테’라며 비웃을지 모르지만 레드아이는 이미 종합패션업체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레드아이를 ‘패션리더의 시선이 머무르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처음엔 꽤나 비웃음을 당했던 포부다. 누가 ‘길거리 액세서리’에 눈길을 주겠느냐는 거였다. 지금은 다르다. 레드아이에 ‘길러리 패션 아이콘’의 시선이 꽂히고 있다. 이젠 ‘백화점’에서도 레드아이의 돌풍이 이어질지 모른다. 그는 사람들의 눈을 ‘토끼 눈’으로 만들었다. 그야말로 ‘레드아이’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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