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도 없는데 어찌 숲을 기대하는가
나무도 없는데 어찌 숲을 기대하는가
  • 김다린ㆍ강다은 기자
  • 호수 186
  • 승인 2016.04.14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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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AI 육성책의 문제점

‘알파고 쇼크’가 먼 산만 바라보던 정부를 움직였다. 인공지능(AI) 육성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AI 산업은 단기간에 키우는 게 불가능하다. 빅데이터와 인재, 단기수익에 집착하지 않는 인내도 필요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우리나라 AI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봤다.

▲ '알파고 쇼크'로 AI 산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AI 산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다.[사진=뉴시스]

“‘한국의 알파고’는 탄생하기 어렵다. 인공지능(AI)에 관심과 투자가 쏟아지는 것은 호재가 맞지만 우리나라 AI 산업이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하려면 갈 길이 멀다.” 지난 3월 우리나라가 AI로 들썩였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 때문이다. 알파고가 딥러닝(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며 지능을 키우는 기술)을 통해 인간의 전략 패턴까지 공략하자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대결 이후 국민의 AI 관심이 높아진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해프닝도 있었다. ‘알파고 테마주’란 이름이 붙은 IT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하지만 투자 열기는 금세 시들었다. 이들 기업을 ‘진짜 AI 기업’으로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알파고 테마주들은 산업용과 서비스용 로봇을 생산할 뿐 AI 기술과는 큰 관련이 없었다. 이 해프닝은 우리나라의 AI 기술 수준이 낮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 따르면 미국을 100이라고 할 때 우리나라 AI 기술 수준은 75로 한참 뒤처진 상태다. 일본(89.3)과 비교해도 갈 길이 멀다. 중국(71.9)보단 앞섰다지만 백지장 한장 차이다.

정부는 서둘러 대규모 예산 투입 계획을 발표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AI 전문인력 확충, 데이터 인프라 구축, 산업 생태계 조성 등을 위해 향후 5년간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미래부는 산하에 ‘AI 전담팀’도 설치하기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민간 투자도 2조5000억원 이상 이뤄지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정부의 통 큰 투자 약속에도 우리나라 AI 산업이 발전할지는 의문이다. AI 활용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은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단발성 투자로는 AI 산업을 발전시키기 어려워서다. 이들은 그 이유로 세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빅데이터 문제다. AI 산업은 빅데이터가 없으면 성장하기 어렵다. 한번 격차가 벌어지면 따라잡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빅데이터 확보 시급

AI 기술을 활용해 금융 검색 엔진을 만드는 위버플의 김재윤 대표는 “알파고의 알고리즘이 제아무리 우수하더라도 수많은 바둑 대국 기보가 없었다면 이세돌 9단에게 패했을 것”이라며 “알파고의 승리는 빅데이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AI를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양질의 빅데이터를 쌓는 게 우선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미국에는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모으는 기업이 따로 있다. AI 기업은 그 기업을 통해 필요한 데이터만 구입하면 그만이다. 우리나라는 다르다. 기관에 연락해 데이터를 받아도 정리가 돼 있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 우리나라 AI 기업들이 기술개발은커녕 빅데이터를 찾는 데 더 골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예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분야도 있다. 의료 정보를 AI로 분석해 제공하는 기술을개발 중인 뷰노의 정규한 CTO는 “의료정보를 표준화하거나 공유하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기술이 있어도 실제 현장에 도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 같은 상황에선 제도가 개선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둘째 문제는 수익성이다. AI는 수익이 당장 발생하는 사업이 아니다. 상용화가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진행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국내 투자업체들은 언제 투자금이 회수될지 모르는 AI 스타트업에 베팅하는 걸 꺼리고 있다. 더구나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승부를 해야 하는 스타트업은 특성상 ‘실패의 경제학’을 구사한다. 하나의 서비스를 출시할 때까지 수없이 많은 실패를 반복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를 기다려주는 투자업체는 국내에 많지 않다. 김재윤 대표는 “서버 유지에만 매달 2000만원 이상이 들어가고 그외 비용을 더하면 연간 6억~7억원이 든다”면서 “수익을 당장 내기 어려운 스타트업에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 기업보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접촉하는 편”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의 알파고 나오려면…

셋째 문제는 인재다. 우리나라의 AI 인재는 턱없이 부족하다. IT업계 관계자는 “딥러닝 기술은 활용할 만한 분야가 많지만 적임자를 찾기가 어렵다”면서 “우수한 인재들이 의과대학을 먼저 지원하는 등 소프트웨어 분야를 기피하는 사회풍조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딥러닝은 확률ㆍ통계 등 수학적 기초 지식이 필요한 분야다. 모든 프로그래밍 개발자가 AI 시스템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를 감안하면 AI 전문가를 둘러싼 수요ㆍ공급의 불균형 문제는 지속될 공산이 크다.

신규식 한양대(로봇공학과) 교수는 “산업이 크기 위한 기반 인프라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기 성과를 바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단기적인 관심보다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플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멀리 봐야 AI의 진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일침이다. 지금 필요한 건 나무가 아닌 숲을 볼 줄 아는 안목과 여유, 그리고 기다림이다.
김다린ㆍ강다은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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