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랭크인 | 산이 울다

▲ 영화 ‘산이 울다’의 장면들.[사진=더스쿠프 포토]
1984년 중국 오지의 산골마을. 어느 날 이곳에 한 남자가 부인과 아이들을 데리고 나타난다. 그의 이름은 ‘라홍(여애뢰)’. 라홍은 다른 사람의 외양간에 멋대로 들어가 살면서 거지 취급을 당하지만 사나운 성격 탓에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청년 ‘한총(왕쯔이)’이 아랫동네에 사는 과부 ‘친화’의 부탁으로 오소리를 잡기 위해 산에 덫을 놓는다. 마침 산에 과일을 따러간 라홍은 덫과 함께 설치된 폭약을 밟아 죽는다.

마을 사람들은 사건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결국 자신의 아들과 친하게 지내는 과부 친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한총의 아버지는 사건을 덮기로 한다. 대신 한총에게 라홍의 청각장애인 아내 ‘홍시아(량예팅)’와 아이들을 돌보라고 명한다. 한총은 어쩔 수 없이 홍시아와 아이들을 돌보게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마침내 한총은 홍시아와 결혼할 결심까지 하게 되는데, 한총을 좋아하는 친화는 그를 뺏겼다는 생각에 마을을 들쑤시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홍시아의 어두운 과거가 밝혀지고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영화 ‘산이 울다’는 지난해 20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사실적인 연출과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 앙상블, 뛰어난 촬영 등이 어우러져 영화가 끝난 뒤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원작은 중국 작가 ‘거쉬핑’이 2005년 루쉰 문학상을 수상한 동명의 소설이다. ‘래리 양’ 감독은 “소설 속에서 알 수 없는 힘을 느꼈고 그 감동과 아름다움을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감독은 영화 배경인 산골마을의 목가적인 풍경을 담아내기 위해 중국의 타이항太行 산맥을 선택했다. 깍아지른 듯한 절벽이 절경인 이곳은 외부의 영향을 적게 받은 탓에 과거의 주택모습이나 생활상들이 그대로 남아있어 영화 속 마을을 더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감독은 “영화에서 주인공의 과거사와 그로 인한 상처를 보여주는데 그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아름다운 풍경을 통해 담아내는 것도 비판의 한 형식이라고 생각했다”며 “두렵지만 진정한 자유를 갈망하는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강수연 부산국제영화제 공동 집행위원장은 “수많은 중국영화를 봐왔지만 산이 울다는 첫 신부터 정말 새로웠다”면서 “원작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내용이 탄탄한 영화를 만들어낸 래리 양 감독의 능력과 두 배우의 놀라운 연기력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 속에서 말을 하지 못해 표정과 몸짓으로만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는 량예팅의 연기는 공리의 신인 시절을 연상케 한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그런 량예팅을 보살펴주는 왕쯔이 역시 어려운 현실에도 굴하지 않고 사랑과 자유를 향한 열망을 보여줘 관객들을 감동시켰다. 어두운 과거를 가진 홍시아와 그에 굴하지 않는 한총. 산이 울다는 비극을 대하는 삶의 방식과 결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곱씹을수록 맛이 나는 영화다.
손구혜 더스쿠프 문화전문기자 guhso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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