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거꾸로 보는 오페라 | 삼손과 데릴라

▲ 삼손이 신전 기둥을 쓰러뜨리자 신전 안은 아비규환이 됐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오페라에서 다뤄지는 이야기 중 셰익스피어나 푸시킨, 괴테 같은 대문호의 작품들 외에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성서다. 대표적으로 ‘삼손과 데릴라’ ‘모세’ ‘살로메’ 등이 있다. 그중에서 삼손과 데릴라는 아리아 ‘그대 목소리에 내 마음 열리고(데릴라가 삼손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내용)’로 매우 유명하다. 흑심을 감추고 삼손을 유혹하는 데릴라는 메조 소프라노가 연기하며 삼손은 테너가 맡는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두 테너 호세 쿠라와 요하네스 카우프만은 삼손과 닮은 외모와 상의 탈의를 불사한 연기로 완벽한 삼손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1막 = 다곤의 신전 앞. 히브리인들은 노예로 전락한 운명을 한탄하며 신에게 구원을 빌고 있다. 하나님이 히브리 노예들을 해방시켜줄 것을 확신한 ‘삼손’은 그들에게 믿음을 버리지 말라고 조언한다. 이 이야기를 들은 페르시아의 왕 아비멜렉은 하나님과 다곤 신을 비교하며 조롱한다. 분노한 삼손이 괴력을 과시하며 아비멜렉을 살해하자 그의 부하들은 혼비백산해 도망친다.

대사제는 아비멜렉의 시체를 보고 노예 학살을 명령하지만 히브리인들이 온 나라를 점령했다는 소식을 듣고 산으로 피신한다. 히브리인들은 성대한 파티를 열면서 신에게 감사드린다. 신전에서 나온 여사제인 ‘데릴라’는 히브리인들에게 복수할 계략을 떠올린다. 그녀는 삼손에게 다가가 승리를 축하하며 매혹적인 자태로 그를 유혹한다. 삼손은 스승의 충고도 잊고 그녀에게 빠지고 만다.

2막 = 데릴라의 집. 데릴라는 삼손을 기다리며 다곤 신에게 ‘복수하게 해달라’면서 기도한다. 이때 도착한 대사제는 데릴라의 계획을 듣는다. 두 사람 모두 삼손의 죽음을 기도하고 대사제는 밖으로 나간다. 이윽고 삼손이 데릴라의 집 앞에 도착한다. 그는 그녀의 집에 온 것을 후회하지만 곧 유혹에 넘어가고 만다. 여기서 두 사람은 그 유명한 ‘그대 목소리에 내 마음 열리고’를 부른다. 삼손은 데릴라에게 푹 빠졌지만 그녀가 궁금해하는 힘의 비결만은 얘기하지 않는다. 데릴라는 삼손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거라며 불같이 화를 낸다. 삼손은 마지못해 자신의 힘의 원천은 머리카락임을 얘기한다. 그때 군인들이 나타나 그를 잡아 가둔다.

3막 = 눈이 멀고 머리카락이 잘린 삼손은 아무 힘도 쓰지 못한다. 히브리인들은 이 비극에서 벗어나게 해달라며 신에게 기도를 올리고 감옥 안에서는 데릴라의 유혹에 넘어간 삼손을 저주하는 소리가 들린다. 다곤 신전으로 끌려간 삼손은 그 안에서 대사제의 경멸 섞인 조롱을 듣게 된다. 데릴라도 합세해 삼손을 무시한다. 삼손은 한 소년에게 신전의 큰 기둥 앞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한 뒤, 신에게 예전의 힘을 다시 한 번 돌려달라고 기도한다. 그가 온 힘을 다해 기둥을 밀어 쓰러뜨리자 건물이 무너지며 신전 안에 있는 모든 이가 죽고 만다.
김현정 체칠리아|성악가(소프라노) sny409@hanmail.net|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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