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실업&영원무역의 선전

 
국내외 패션업체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남유럽 재정 위기로 전 세계 소비자의 소비심리가 위축돼서다. 하지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의 사정은 다르다. 밀려드는 주문에 밤잠을 설치는 기업이 적지 않다. 한세실업과 영원무역이 대표적이다.

한세실업의 올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9.7%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66%에 달했다. 6월 주가 상승률 역시 6.2%를 기록했다. 올 1분기 섬유•의복 부문의 성장률이 마이너스  2.3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적표다.

노스페이스로 유명한 영원무역의 실적도 올해 들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분기 매출•영업이익 증가율(전년 동기대비)은 각각 8.9%, 35.7%를 기록했다. 업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LG패션의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0%포인트 감소한 것에 비춰볼 때 눈부신 실적이다.

▲ 패션 OEM업체가 불황 속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사진은 노스페이스 신발.
두 업체의 선전 비결은 뭘까. 한세실업 홍영수 대리의 말이다. “해외 바이어 업체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한세실업 주문양 증가의 결정적인 원인이다.” 한세실업의 주요 수출국은 미국이다. 미국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주문양이 늘어난 건 해외시장의 환경이 변해서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전까지만 해도 해외 바이어 업체들은 여러 납품업체에 주문을 맡겼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디자인•생산능력을 갖춘 소수의 납품업체에만 수주를 준다. 이를테면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이에 따라 경쟁력 있는 납품업체는 성장했고, 반대의 경우는 쇠퇴의 길을 걸었다. 한세실업은 전자에 해당했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한세실업은 20 05년부터 디자인 능력 강화에 전력을 기울였다. 뉴욕에 디자인센터를 설립한 2008년 이후엔 본격적인 디자인 개발에 나섰다. 그 결과, 한세실업은 단순히 주문을 받아 생산만 하는 OEM을 넘어 트렌드 분석, 디자인까지 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했고, 이는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한세실업의 바이어 주문양이 세계 불황 가운데서도 지난해 2분기 1억8900만 달러에서 올 2분기 2억 달러로 증가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한세실업이 디자인 등 품질에 승부를 걸었다면 영원무역은 ‘아이템’으로 불황을 돌파하고 있다. 영원무역은 아웃도어 제품 생산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노스페이스가 대표적 브랜드다. 아웃도어 시장은 불황 속에서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시장 규모는 5조원에 이른다. 해외 바이어 업체들이 영원무역에 납품을 주는 이유는 아웃도어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그렇다고 운 좋게 아이템을 잘 골랐다는 건 아니다. 영원무역의 제품은 품질이 좋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고어텍스 등 전문 기능성 소재와 무봉제 생산기술(CWS)은 세계 최고 수준이란 평가를 받는다.

한세실업과 영원무역은 이처럼 글로벌 불황을 가뿐하게 돌파하고 있음에도 또 다른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세실업은 망고•유니클로와 같은 신규 바이어를 확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영원무역 역시 신규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해외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 직접 소유•운영하고 있는 KEPZ 공단에는 공장 4개동(신발 3개동•가방 1개동)을 증설했다. 올해 말에는 이들 공장에 추가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dalki319@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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