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행동하는 작가들의 모임 '리얼리스트 100'이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리얼리스트 100은 참여문학을 지향하는 문학단체로, 현실에 뿌리내린 문학이 유효하다는 생각 하에 환경, 노동, 사회 문제 등에 목소리를 내왔다.

성명서 전문은 아래와 같다.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규탄 ‘리얼리스트 100’ 성명서>

■ 무슨 칼을 들이대도 문화예술은 꺾이지 않는다 ■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폐기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바야흐로 퇴행의 시간이다. 이 정권 아래에서는 모든 것이 후퇴하고 있다. 민주와 자유, 평등, 인권 그 어느 것도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뒷걸음질이다. 말은 왜곡되고 글은 뒤집어지고 있다. 대통령 개인과 그 하수인들에게 사유화된 국가권력의 지저분한 행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최순실과 우병우 사태에서 드러나듯 온갖 부정 비리와 악취 뒤에는 저들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박정희 독재정권의 망령과 파국이 겹쳐진다. 흔히 말해지는 총체적 국가 위기의 진원지는 바로 여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의 위신이 도대체 어디까지 추락할지 아찔하다.

당장 우리 눈앞에 펼쳐진 최근의 사태도 마찬가지다. 국가폭력에 희생된 고(故) 백남기 농민을 대하는 이 정권의 술수는 얼마나 치졸한가. 책임을 모면하고자 벌이는 억지와 겁박의 수준이 마치 유신시절로 회귀한 듯하다. 인간 존엄에 대한 조심스러움은 털끝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사인이 명백한 죽임마저 저들이 의도하는 죽음으로 갈아치우려는 욕망이 들끓고 있다.

이 정권 아래에서는 오로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들이 동원된다. 진실은 덮고 정권의 이득을 조장하는 행위들은 장려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이번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문화예술인 9,473명의 블랙리스트이다. 사전 검열과 금전적인 지원을 미끼로 문화예술을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이 정권의 저열한 의식상태에 참담함을 감출 수 없다. 더욱 한심한 것은, 블랙리스트의 선정기준이라는 게 세월호 참사 관련 시국선언이나 특정 정치인 지지선언 여부라는 점이다. 이는 사상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반헌법적이고 야만적인 탄압행위에 다름 아니다.

문화예술은 세계의 경계에서 지금의 현실에 의문을 품고 끊임없이 더 나은 세계를 꿈꾸며 실천하고자 한다. 문화예술은 따라서 모든 체제와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충돌의 지형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태어나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선진국으로 통하는 나라들이 문화강국이라는 사실은 문화예술이 세계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감을 방증한다 할 것이다. 백범 김구도 자신의 일지에서 “오직 한 가지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오직 문화예술의 힘만이 우리 모두를 평화와 번영의 길로 인도할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그러니 문화예술을 통해 문화융성을 이루고자 한다면, 당장 블랙리스트를 폐기하라. 문화예술에 대한 사전 검열과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들을 관리하는 블랙리스트가 상존하는 현실에서 문화예술은 살아나지 않는다. 문화예술은 체제와 충돌하고 불화하면서 새로운 세상의 초석이 된다. 문화예술을 길들이려 하는 한, 이 땅에 ‘문화융성’은 없다. 문화예술은 자유로운 양심과 생각, 표현을 먹고 자란다. 문화예술의 자율성을 완전 보장하라. 이와 더불어, 문화예술 이외의 분야에서도 은밀히 작성되어 운영되고 있을 각종 블랙리스트들도 당연히 폐기되어야 함을 우리는 천명한다.

여러모로 총체적 난국에 처한 우리의 현실을 곱씹으며 우리는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우리의 요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이 적극적인 실천행동으로 나설 것이다. 어떠한 칼을 들이대도 문화예술은 꺾이지 않는다. 문화예술은 애초부터 그런 것이다.

하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를 비롯한 모든 블랙리스트를 당장 폐기하라.

하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한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하나, 문화예술에 대한 모든 검열과 간섭을 즉각 금지하라.

2016년 10월 17일

<평등, 평화, 행동하는 작가들의 모임 '리얼리스트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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