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식을 능숙하게 요리한다고 해도 쓰엉은 외국인일 뿐이었다. (중략) 그녀가 설령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게 된다 해도 달라질 것이 없었다. (중략) 가일리에서 평생을 살다 죽는다고 해도 쓰엉은 결코 한국인이 될 수 없었다. 그녀가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다시 아이를 낳더라도 이방인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 서성란, "쓰엉", 18쪽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서성란 작가의 장편소설 "쓰엉“은 이주민 여성인 ‘쓰엉’과 농촌 사회로 들어온 ‘장’과 ‘이령’ 부부의 삶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이방인에 대한 씁쓸한 시선을 그려낸다.

지난 3월 31일 대학로 책방이음에서는 산지니 출판사가 주최한 강연 "세상의 모든 쓰엉과 함께 - 소설 '쓰엉'으로 보는 다문화사회와 이방인”이 열렸다. 이날 강연에서 서성란 작가는 독자들과 함께 소설 “쓰엉”의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갔으며, 다문화에 대한 관객 각자의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가 펼쳐졌다. 이날 행사는 강연이라기보다 다과회처럼 소박하게, 그러나 참여자 각자가 개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며 진행됐다.

오랫동안 붙잡아 왔던 ‘이방인’에 대한 이야기
여성으로서 불안 느낄 때 스스로 이방인이라는 생각 들어...

서성란 작가의 두 번째 창작집 "파프리카"에 수록된 표제작 '파프리카'는 베트남계 이주여성의 삶을 조명한 작품이다. 2007년에 발표된 ‘파프리카’는 이주민에 대한 싸늘한 시선을 보여준다. 주인공인 츄엔은 국제결혼으로 중일과 결혼하지만, 중일과 중일의 노모는 츄엔을 이물로 받아들이고 그녀를 수정하려 한다. 이주민은 우리 사회의 일원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방인의 위치에 머물러 있다. 

서성란 작가는 “파프리카라는 단편소설을 2007년도에 발표했다. 그때 쓰엉이라는 이름을 정한 건 아니었지만, 이 여자(쓰엉)의 이야기를 장편소설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파프리카’를 쓰며 베트남을 방문하고, 이주 여성들과 만나는 자리도 참가했었다고 설명한 서성란 작가가 15년에 발표한 대학 박사 논문은 “한국소설의 결혼이주여성 서사 연구”이다. 07년부터 16년 “쓰엉”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1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작가는 우리 사회 안의 이방인에 대한 문제의식을 품어온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의 근간은 여성으로서의 삶에 있다. 작가는 “이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늘 받으면서 살아간다.”고 말한다. 서성란 작가는 “남자들이 느끼지 못하는 두렴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두려움에 대한 예시로 행사에 참여한 남성 관객들에게 “밤에 길을 걸을 때 두려운가요?”라고 묻는다. 쓴웃음을 짓는 남성 관객들에게 작가는 말한다. “보통 여자들은 밤에 걸을 때 두려움을 느껴요.”

“이 세계에서 이렇게 나이를 먹었는데도 원초적인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작가는 “그런 불안을 느낄 때마다 이방인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세상에 나왔을 때부터 환영받지 못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서성란 작가는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여성 또한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결핍된 사람들, 이방인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쓰엉, 산업사회에서 희생당한 여성들의 또 다른 모습

“기존의 한국문학에서 2000년대 이후로 결혼이주에 대한 소설이 많이 나오지만, 작품 속 여성들을 너무 불쌍하게 형상화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고 말한 서성란 작가는 자신의 소설 속 ‘쓰엉’을 약하기만 한 여자로 그려내지 않는다. 한겨레 최재봉 선임기자는 기사에서 쓰엉을 가리켜 “팜파탈적 매력을 지닌 여성”이라고 표현한다. 서성란 작가는 “동정하지 않고 여자들의 내면에 들어가 보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방인으로써 다른 나라에 와서 결혼해, 산다는 것은 보통 용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물론 반대되는 반응도 있다. “왜 구태여 다른 나라에 와서 모멸당하고 사느냐. 가난하지만 자기 나라의 삶에 왜 만족하지 못하느냐” 등이다. 이러한 관점에 대해 서성란 작가는 “그 여성들은 자기의 삶을 개척하려는 동시에 가정에서 떠밀려간 것”이라고 표현한다. “과거 한국의 6, 70년대 여성들이 가족을 위해 희생되고 학업을 중단하거나 공장을 가는 것처럼 지금 현재의 베트남 여성들이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관객들과 서성란 작가의 기념사진 촬영 <사진 = 김상훈 기자.

관객들과 나눈 다문화에 대한 이야기

이날 행사에서 관객들은 장편소설 “쓰엉”에 대한 이야기부터 ‘다문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작가와 다른 관객들과 공유했다. 작품에서 인물과 장소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부터 주변에서 ‘다문화’를 냉혹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경험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공유됐다.

우리 사회에서 국제결혼은 여전히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다문화 사회가 코앞이다. 정부는 다문화 정책 등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도 다문화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방인을 바라보는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성란 작가는 “소설 쏙 ‘쓰엉’은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갇힐지도 모르지만, 또 다른 쓰엉이 강을 거슬러 올라갈 것이고, 그 흐름은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딱딱하고 베타적인 사회의 변화를 변화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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