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현 칼럼니스트, 시네마커스 편집장
*이 글은 영화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뉴스페이퍼 = 김영현 칼럼리스트, 시네마커스 편집장] 영화 ‘보안관’을 보고 떠오른 이야기가 있다. 바로 어릴 적 읽었던 동화 ‘양치기 소년’이다. 양을 치던 소년이 심심해 늑대가 나타났다는 거짓말을 한다. 늑대를 지키기 위해 사람들은 소년의 말이 거짓말인지 모르고 달려와 소년에게 속는다. 어느 날 진짜 늑대가 나타났지만 소년이 이번에도 거짓말을 한다 생각하고 도와주지 않아 양들을 잃는 이야기다. 

기장군이라는 양을 지키는 보안관 대호(이성민), 그 양을 노리는 영악한 늑대 종진(조진웅). ‘보안관’이 써내려가는 ‘양치기 소년’이야기를 살펴보자.

<사진 = 영화 스틸컷>

대호는 기장군의 보안관을 자처해 활동하며 사람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어느 날 마약전과가 있는 종진의 등장과 함께 기장군에 마약사건이 증가하자 전직형사였던 대호는 그를 의심하고 수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대호가 종진을 의심하면 할수록 그는 함정에 빠진 듯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영화는 대호를 양치기 소년으로 몰아간다. 종진을 의심하며 그가 마약사범임을 증명하기 위해 그의 소변을 몰래 채취하고, 주사자국이 있을 거라며 축구를 하고 목욕탕에 데려간다. 심지어 무단으로 집에 들어가 온 집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하지만 번번이 그의 억지스런 조사는 실패하고 우리는 대호에게 실망하게 된다. 대호가 종진을 의심하면 할수록 그는 점점 거짓말만 하는 양치기 소년이 되어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는 오히려 대호의 진심을 의심하게 된다. 그가 전직형사이기는 하지만 말 그대로 전직이다. 지금은 그저 자율방범대원일 뿐이다. 대호가 품는 의심이 종진에 밀려 비치타운 상가번영회장에 탈락해 벌이는 화풀이로 보이기도 한다.

<사진 = 영화 스틸컷>

종진은 대호와 반대로 점점 신뢰를 쌓아간다. 처음엔 기장 사람들의 대척점에 서있었지만 그의 선한 품성과 넉넉한 재력에 하나 둘 그에게 신뢰를 보낸다. 영화를 보는 관객도 처음엔 대호와 함께 그를 의심하지만 점점 종진에게 신뢰를 보내게 된다. 또 그렇게 되도록 영화는 종진의 편이 되어 관객에게 제한된 정보를 제공하고 계획된 편집을 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자연스레 종진을 옹호하고 대호를 의심하게 된다.
  
물론 영화후반 반전에 이르며 양치기 소년이었던 대호는 진실을 밝혀내고 양들을 지켜낸 영웅이 된다. 그리고 종진이라는 영악한 늑대의 실체를 확인하게 된다.
 
 ‘보안관’을 보고 ‘양치기 소년'을 다시 써보자. 영악한 늑대는 양을 잡아먹기 위해 양의 탈을 쓰고 양 무리에 잠입한다. 소년은 늑대를 알아보고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치지만 사람들은 양의 탈을 쓴 늑대를 알아보지 못한다. 거듭된 소년의 의심에 사람들은 지쳐 소년을 쫒아낸다. 

사람들을 속인 늑대는 이때다 싶어 양들을 삼키려 하지만 의지의 소년은 다시 나타나 결국 늑대를 몰아낸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영악한 늑대들에 속아 왔다. 영화 ‘보안관’이 반전이 밝혀지기 전까지 대호를 의심하게 만든 것처럼 진실은 왜곡되고 감춰지고 깊은 곳에 숨겨졌다. 

영악한 늑대들은 그럴듯한 속임수로 양치기 소년들을 서로 의심하게 만들고 분열하게 만들었다. 진실을 쫓던 양치기 소년들은 오히려 의심을 받고 움츠러들고 사라져갔다.

<사진 = 영화 스틸컷>

이번 19대 대선을 지켜보며 하루하루 수많은 가짜뉴스와 흑색선전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영악한 늑대들은 이번에도 양들을 삼키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국민 한 명 한 명이 양치기 소년이 되어 진실을 쫓고 투표라는 돌을 던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의 대통령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새롭게 시작된 동화의 끝이 영화처럼 해피엔딩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모두 양치기 소년이 되자.  

김영현 칼럼리스트
시네마커스 편집장

“영화가 남긴 흔적을 찾고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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