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행 비행기 타는 총수들

▲ 삼성 이건희 회장이 부인 홍라희 여사와 딸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과 함께 7월 22일 런던으로 출국했다
올림픽은 단순한 선수들의 축제가 아니다. 60억 인구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곳은 올림픽 특수를 잡기위한 마케팅 전쟁터다. 각 대기업의 회장이 그 전쟁의 최전선에 직접 뛰어 들었다.

세계인의 축제 런던올림픽이 개막했다. 4년간 이 순간을 기다려온 선수들은 노력이 헛되지 않게 마지막 현지적응 훈련으로 비지땀을 흘린다. 선수들 외에도 올림픽 기간 바쁘게 뛰는 사람이 또 있다. 재계 총수들이다. 비인기종목에도 후원을 아끼지 않았던 재계의 총수들은 한편으로는 우리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기 위해, 또 한편으로는 올림픽 특수를 잡기 위해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7월 22일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출국했다. 이 회장은 24일부터 3일간 열리는 IOC총회에 참석하고 25일 오전엔 런던올림픽 한국 선수촌을 방문해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단을 격려했다. 이 회장은 메달 시상도 할 계획이다.

10대기업 총수들 대부분이 런던행

 
삼성그룹은 올림픽 마케팅에 가장 열을 올리고 있는 기업이다. 무선통신분야에서 국내 유일의 올림픽 공식 후원사다. 이효리, 이승기, 김연아 등 삼성광고 모델들이 성화 봉송에 참여하고 갤러시 노트 런던올림픽 한정판도 출시했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선 정의선 부회장이 정몽구 회장 대신 런던행에 올랐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30년 가까이 대를 이어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다. 지금까지 현대자동차에서 대한양궁협회에 지원한 금액은 300억원이 넘는다. 정 부회장은 이번 런던행에서 국가대표 양궁선수들을 격려하고 경기도 직접 관람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는 선수단 응원뿐만 아니라 올림픽 마케팅에도 전력을 기울여 최근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유럽시장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 계획을 세웠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0월부터 런던 피커딜리광장에 가로 20m, 세로 10m 규모의 옥외광고를 설치했다. 피커딜리광장은 런던의 중심가이자 세계적인 관광명소다. 월 유동인구는 460만명이 넘어 옥외광고 효과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핸드볼협회장을 맡고 있는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휴가기간을 이용해 런던을 방문할 예정이다. 자세한 일정은 미정이다. 최 회장은 동반진출을 이뤄낸 남녀 핸드볼 국가대표선수단을 격려하고 직접 경기도 참관할 계획이다. SK가 후원하고 있는 박태환, 남현희 선수의 경기는 최 회장의 관심사다.

7월 18일 최 회장은 지난해 434억원의 예산을 지원해 건립한 SK핸드볼경기장에서 ‘2012 런던올림픽 핸드볼 국가대표 출정식’을 주최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는 올림픽에서 끈끈함을 발휘해 왔다”며 “이번 올림픽에서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재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탁구협회장을 맡고 있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도 런던올림픽에 참석할 예정이다. 조 회장은 심각한 내분에 휩싸인 대한탁구협회의 회장직을 이어 받아 단시간 내에 탁구협회를 정상궤도로 끌어 올렸다는 평을 받는다. 7월 12일에는 태릉선수촌을 방문해 국가대표선수단에게 2억원의 격려금을 전달했다.

 
대한항공 역시 올림픽 특수를 노린다. 대한항공은 최근 런던행 운항횟수를 늘려 지난해 7월보다 좌석 공급이 24%인 2454석, 수송 인원은 16.6%인 1120명 많아졌다. 개도국 복싱선수를 지원하는 ‘로드 투 런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포스코 정준양 회장은 세계 철강 생산량 1위 업체인 아르셀로 미탈의 락슈미 미탈 회장의 초청을 받아 런던을 찾을 계획이다. 미탈 회장은 정 회장 외에도 세계 주요 철강사 대표를 초청해 극심한 위기를 맞고 있는 철강업계의 시황과 대책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 외에 대한체육회장직을 맡고 있는 박용성 회장, 대한사이클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LS전선 구자열 회장도 올림픽 기간 런던을 찾을 계획이다.

재벌 총수 런던행의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무엇보다 올림픽 특수(特需)를 잡기 위해서다. 지구촌의 축제 올림픽을 활용해 이미지를 쇄신하려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례로 이건희 회장은 형 이맹희씨와 상속분쟁을 벌이고 있고, 최태원 회장은 그룹 자금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삼성관계자는 “IOC 위원이니까 올림픽에 참석해야 할 할 의무가 있다”며 이미지 쇄신차원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이 대한핸드볼협회장을 맡은 이후 각종 핸드볼 관련 행사에 참여해 왔다”며 “수년간 계속 해오던 협회장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일 뿐 소송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이미지 쇄신차원이라는 주장도 나와

총수는 그룹의 얼굴이자 상징이다. 총수가 움직이면 올림픽 특수를 쉽게 잡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 브랜드 제고도 꾀할 수 있다. 하지만 남유럽 재정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는 비상상황에서 경영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시각각 변하는 글로벌 경제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에 각 그룹의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회장의 빈자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만약 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 문제가 발생해도 비상연락망이 구축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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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비즈니스 “100대 기업 60.9%, 런던올림픽 특수 기대”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매출액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우리 기업의 스포츠 마케팅 실태’를 조사했다. 결과에 따르면 런던올림픽 특수 여부를 묻는 질문에 ‘세계경기가 좋지 않지만 올림픽 특수가 있을 것’이라는 응답이 60.9%로 나타났다.

‘런던올림픽 연계마케팅을 펴겠다’는 기업도 34.8%에 달해 지난 2002년 국내에서 열린 한일월드컵(19.7%)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27.3%)때보다 연계마케팅이 활발할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는 “최근 유로존 위기로 지구촌의 소비심리가 위축됐지만 올림픽 반짝 특수가 기대되고 있다”며 “국내기업들이 불황기에 비용절감 대신 런던올림픽을 활용해 스포츠 마케팅을 펼쳐 시장확대와 매출신장의 기회로 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런던올림픽 연계마케팅을 펴는 기업의 57.1%는 ‘언론매체를 통한 제품 및 기업광고를 늘릴 것’이라고 답했으며, ‘한국팀 선전시 경품을 지급할 것’이라는 응답도 23.8%로 나타났다. ‘스포츠스타 출연 광고 송출’은 19.0%로 조사됐다. ‘선수단 성적이 오르면, 마케팅 지출을 더 늘리겠다’는 기업도 38.9%였다.(복수응답)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중 상당수가 100대 기업의 후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의 수영선수 박태환, KT의 사격선수 진종오, 삼성전기의 배드민턴선수 이용대, 한국가스공사 유도선수 차동민, 대한항공 탁구선수 김경아 등 100대 기업의 21.2%가 이번 런던 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를 후원하고 있다.

심하용 기자 stone @ thescoop.co.kr |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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