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CP 사태 이후 채권시장 현주소

채권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기업 투자가 부쩍 줄어든 데다 해운ㆍ조선업은 구조조정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하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비우량 채권의 발행량은 크게 증가했다. 저금리 기조에 수익률이 높은 비우량 채권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익률이 클수록 위험도 커지게 마련이다. 2013년 ‘동양 CP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 저금리 기조에 수익률이 높은 비우량 채권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증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경기침체와 조선ㆍ해운업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국내 자금 조달 규모가 크게 감소했다. 경기를 불안하게 보는 시각이 여전한 데다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투자가 줄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7일 발표한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실적’에 따르면 지난 8월 공모를 통한 기업의 주식ㆍ회사채 발행 실적은 7조8745억원으로 7월(10조8791억원) 대비 27.6%(3조46억원) 감소했다. 특히 같은 기간 회사채 발행실적은 28.1% 줄었다. 그 결과, 시장 안팎에는 ‘투자와 생산이 위축돼 정부의 유동성 확대 정책의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가득하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있다. 발행액이 모두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BBB 이하 등급 회사채의 발행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8월 기준 BBB등급 무보증 회사채의 발행액은 1조600억원 기록했다. 지난해 총 발행량이 1조195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BB등급 이하의 채권 발행량도 같은 기간 3599억원으로, 지난해 총 발행량(1970억원) 대비 1.8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비우량회사채를 향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수익이 높을수록 투자위험도 커진다는 것이다. 최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개인투자자들이 645억원의 피해를 입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불확실성 상승으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지난 8월 A등급 이하의 채권은 전혀 발행되지 않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저금리 기조의 영향으로 수익률이 높은 비우량 채권을 찾는 투자자의 수요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올 상반기 하이일드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비우량 채권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며 “하지만 정보가 부족한 개인투자자가 비우량 채권이 투자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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