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늘”의 김정익 연출가와 대화

[뉴스페이퍼 = 박도형 기자] 서울의 대학로에는 수많은 연극 공연들이 막을 올리고, 막을 내린다. 그 과정 속에는 꽤나 오랜 시간 공연을 올린 극단이 있고, 이제 공연을 올리며 대학로에 이름을 내거는 극단들이 생겨나기도 한다. 그리고 오는 7월 24일 대학로에 공연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관객들을 맞이할 신생 극단 “늘”이 연극 “돼지사료”(양수근 作)를 공연하며 그 이름을 알린다.

<연극 "돼지사료" 포스터. 사진제공 = 극단 '늘'>

극단 “늘”은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을 졸업한 학생들이 창단한 극단으로, 이번 2017년에 창단을 하며, 첫 작품으로 “돼지사료”를 공연하게 됐다. 젊음과 패기로써 노련미는 부족하지만 신선함을 관객들에게 보이고자 목표를 삼고 있는 극단이다.

이번 창단 첫 작품 “돼지사료”는 ‘우리네의 자화상’을 보여주고자 하는 연극이다. 허황된 꿈, 그리고 꿈을 꾸는 세 인물을 통해 웃기고 슬픈 현실을 보여준다. 평범한 삶을 꿈꿨지만 농민집회 때 불을 질러 지명수배범이 된 이유식, 돼지사료를 먹으며 멋진 건달이 되고,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했던 차태평, 가수가 되고 싶었으나 현실은 다방레지인 미스강을 통해 꿈을 이루지 못하는 현실 속에 살아가며 희망을 품고 사는 우리의 일상을 그리는 연극이다.

<연극 "돼지사료"를 연출한 김정익 연출가. 사진 = 박도형 기자>

이번 “돼지사료”를 연출한 김정익 연출가는 “연극 속 이야기를 통해서 꿈들을 갖고 사는 우리의 이야기를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리고 그런 꿈을 갖고 살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비판하고자 하는 작품이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아래는 김정익 연출가와 대화 전문이다.

원작 희곡 “돼지사료”(양수근 作)과 연극 “돼지사료”의 차이점이 있을까요?
김정익 – 작가가 쓴 “돼지사료”는 거칠고 굉장히 선정적인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장면을 어떻게 미학적으로 풀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었죠. 많은 부분을 각색하긴 했지만, 원작의 내용을 그대로 끌어가기 위해 노력을 했죠. 하지만 말하고자 했던 내용은 지켜가려고 노력했던 부분이 많았습니다.

<연극 "돼지사료"는 다양한 공간을 통해 쉴새없이 이야기를 전한다. 사진 = 박도형 기자>

원작만의 매력포인트가 있어서 이것만은 끝까지 가지고 가보자 했던 부분이 있으셨던 걸까요?
김정익 – 좀 작품 자체가 영화 같았어요. 우리가 어렸을 때 봤던 홍콩영화, 그리고 2000년대 초에 조직폭력배가 우상화 되었던 부분들. 그들의 우정과 미학적인 것들이 원작에도 많이 나와 있었어요. 그런 부분들을 표현하고자 했던 목표로 삼았던 게 연극의 슬로건 ‘웃기고 슬픈 느와르‘로 발전시키고 만들어보고자 했습니다.

말씀하신 포인트가 연출적 의도에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
김정익 – 제가 느낀 원작이 다른 사람들은 달리 느낄 수 있지만, 우리 현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라고 치기에는 극화되어 있는 대본이에요. 이걸 그대로 보여주는 것보다는 극대화 시켜서 비극적인 요소는 더 비극적으로 보이게 하고, 영화 같은 느낌들을 많이 사용하려고 노력했죠. 특히나 무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한 무대에서 다양한 장면을 보실 수 있는데, 편집을 통해 여러 장면을 보여주는 영화적 기법을 사용하기도 했죠.

<조명이나 음향을 통해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연극 "돼지사료". 사진 - 박도형 기자>

무대구조에 신경 썼던 부분들이 있다면?
김정익 – 현실과 환타지, 화려함과 초라함. 양면이 확실히 대비되는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배경을 보시면 위에 반짝반짝 거리는 도시의 하늘 아래 있는데, 현실은 구파발 뒷골목에 있는 허름한 여관방이 무대죠. 무대를 통해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꿈, 그리고 그 꿈과 대비되는 비극적인 현실을 표현하고자 했죠. 화려함 이면에 있는 초라함, 그리고 꿈 이면에 존재하는 현실이 그대로 보여지는 거죠. 양수근 작가님의 특징이 서사적인 부분들이 많아요. 연극만이 풀어낼 수 있는 극적인 요소가 참 많죠. 그걸 자연스럽게 풀어내기 위한 장치들을 많이 설치했죠.

극적인 요소를 풀어내시기 위해 어려웠던 부분은 없으셨나요?
김정익 – 사실 첫 장면에 정사 장면이 있는데, 원작은 더 심해요. 원작에선 먹빛 아래 두 사람의 엉덩이가.... 근데, 이런 걸 그대로 보여주면 관객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도 있고 배우들에게도 요청하는데 제한도 있기 때문에 이걸 어떻게 부드럽게 보여줄 수 있을까. 살인장면이나 담배를 태우는 장면들도 관객들이 받아들이기 쉽게 만들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이 많았죠. 아직도 숙제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무대의 한 공간에서 진행되는 장면은 영상매체로 다가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사진 = 박도형 기자>

연극 “돼지사료”만의 매력과 관람포인트가 있다면?
김정익 – 팝업적인 장면이 많습니다. 팍하고 튀어나오는 장면들이 많죠. 호러스럽기도하고, 잔인하기도, 선정성, 폭력성, 코믹성이 유쾌하게 버무려진 작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연극이란 것 자체가 다채롭게 표현되어야 하기 때문에 장면이 한 공간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여러공간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소극장만의 매력으로 풀어보고자 했습니다.

<배우들에게 디렉션을 하는 김정익 연출가. 사진 = 박도형 기자>

마지막으로 김정익 연출가는 신생 극단으로서 관객들에게 "배우들이 전부 신인입니다. 배우들이 많이 설레일 거예요. 긴장도 되고요. 데뷔라는 게 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순간인지는 알고 있어요."라고 말하며 첫 무대로서의 신선함을 전달하고도 싶지만 배우들도 신선한 느낌으로서 무대에 오른다고 말했다.

이어서 "하지만 신인이라서 이럴 것이야 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진 않습니다. 더욱 채찍질도 받고, 그런 과정을 통해 더욱 성장해 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번 “돼지사료”를 통해서 연극이란 컨텐츠를 발굴하기 위해서 많은 시간과 연습 기간이 필요한데, 관객분들이 많이 보러오셔서 홍보도 해주시고 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관객분들이 공연을 보시고 연극 컨텐츠 홍보에 함께 힘써주셨으면 한다는 바람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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