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제17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이하 네마프)이 지난 17일 개막식을 열고 8박 9일 간의 일정을 이어나가고 있는 가운데,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얀 슈반크마예르 회고전’이 진행됐다. ‘얀 슈반크마예르 회고전’에는 체코의 두 젊은 애니메이션 감독 미할 차브카와 아네타 차브코바가 찾아 얀 슈반크마예르의 작품을 감상하고 강연과 포럼에 참여하는 등의 활동을 이어갔다. 

미할 차브카 감독은 체코 프라하 국립공연예술대학 영화학부 애니메이션과를 졸업하고, 다수의 인형극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왔으며,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다수의 수상도 많이 하였다. 16년 제작한 “크리스마스 발라드(Christmas Ballad)”는 인간 사회와 폭력을 상상력을 통해 극복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아네타 차브코바 감독은 체코 애니메이션 영화 감독이자 어린이 도서 삽화가로, 12년에는 중년 여자 세 명이 25년 만에 만나게 되며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포도주에 진실이 담겨져 있다(In Wine There Is the Truth)”를 선보인 바 있다.

<사진= 이민우 기자>,<촬영장비=소니a9>

이 두 감독은 부부이면서 동시에 체코에서 주목받는 젊은 애니메이션 감독이기도 하다. 뉴스페이퍼에서는 이들 감독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는 본지 이민우 편집장과 미할 차브카 감독, 아네타 차브코바 감독이 참가하였으며 미하엘라 리 체코문화원장이 통역을 맡았다. 본지는 인터뷰를 통해 얀 슈반크마예르 감독이 체코 애니메이션에 남긴 족적과 이들 감독의 작품 세계에 대해 알아보았다.

체코 애니메이션에 큰 족적 남긴 얀 슈반크마예르

얀 슈반크마예르(Jan Svankmajer) 감독은 1934년 체코 프라하에서 출생, 프라하 공연예술 아카데미에서 인형극 연출과 무대디자인을 공부하고 1964년 <마지막 속삭임(The Last Trick)>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애니메이션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얀 슈반크마예르 감독의 작품 중 하나인 "대화의 가능성"

얀 슈반크마예르의 작품 특징은 블랙 유머와 장난기 넘치는 표현이 어우러진다는 점이다. 그는 테리 길리엄(Terry Gilliam), 존 라세터(John Lasseter), 데이빗 린치(David Lynch), 퀘이형제(The Brothers Quay), 팀 버튼(Tim Burton) 등 초현실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에 기반한 작품을 주로 제작하는 감독들에게 주요한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얀 슈반크마예르가 체코의 애니메이션에 남긴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미할 차브카 감독은 프라하 국립공연예술대학에서 영화를 배우기 이전부터 얀 슈반크마예르의 작품을 익히 알고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 또한 얀 슈반크마예르의 작품을 보며 감탄했다고 회상한 미할 차브카 감독은 한편으로는 얀 슈반크마예르의 스타일이 너무도 독특하여 그의 뒤를 이어 작업하기는 너무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얀 슈반크마예르의 모방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직접적으로 얀 슈반크마예르의 작품과 비슷하게 만드는 작가는 적지만, 무의식적으로 그의 기법이나 이미지가 남아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네타 차브코바 감독은 학교를 다닐 때 얀 슈반크마예르의 작품에서 각 장면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배웠다고 회상했다.

12분짜리 영화, 제작에는 2년?
작품 속 공간 실제로 만들어내는 즐거움...

미할 차브카 감독은 얀 슈반크마예르의 영향을 좀 더 직접적으로 받은 감독이기도 하다. 퍼펫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16년 제작한 “크리스마스 발라드(Christmas Ballad)”는 감독이 만든 가장 최근의 퍼펫 애니메이션으로, 도시의 폐허에서 기계의 눈을 피해 크리스마스 준비를 하는 아이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지금은 작고한 체코의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꼭두각시 공연자 브제티슬라브 포야르의 마지막 스크립트를 가져와 만든 크리스마스 발라드는 6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쳤으며 1년 동안 작업하고 다시 6개월의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를 거쳐 완성됐다. 2년의 시간에 걸쳐 만들어낸 영화의 상영시간은 12분에 불과하다. 이 12분을 위해 감독은 소품과 배경을 준비하고 인형을 만든다. 

크리스마스 발라드 일부

미할 차브카 감독은 퍼펫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장점을 직접 재료를 만져보는 것과 작품 속 공간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것에 있다고 밝혔다. 퍼펫 애니메이션 속 소품과 인형의 재질은 그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한데, 때문에 감독의 석사 논문 주제는 ‘애니메이션의 특별한 재료’였다고 한다. 미할 차브카 감독은 대학을 다니던 시절 눈을 가지고 퍼펫 애니메이션을 만들려고 했었다며 당시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주기도 했다. 그 해 겨울이 하필이면 가장 따뜻한 겨울이었기에 눈이 없어 재료를 구하기 곤란했다거나, 간신히 눈을 얻었으나 손이 얼어버려 작품을 만들기 힘들었다거나, 촬영 현장에 켜둔 불 때문에 눈이 녹아버렸다는 등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주었다.

또한 공간을 만들어내며 실제 영화처럼 촬영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 중 하나라며 “개인적인 생각으로 퍼펫 애니메이션은 일반적인 그림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보다 표현이 풍부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서로의 작품 보완해줄 수 있는 부부 감독...

아네타 차브코바 감독의 “포도주에 진실이 담겨져 있다 (In Wine There Is the Truth)”는 중년의 여자 세 명이 25년 만에 만나며, 젊었을 때 꾸던 꿈과 본인에게 실제로 이루어진 운명을 맞서야 하는 순간을 다룬 애니메이션이다. 아네타 차브코바 감독은 최근에는 동화 삽화 위주로 작업하고 있는데 다섯 살 짜리 딸을 키우느라 애니메이션 작업에 드는 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미할 차브카 감독, 아네타 차브코바 감독  <사진= 이민우 기자>,<촬영장비=소니a9>

그러나 아네타 차브코바 감독은 “둘 다 애니메이션 영화감독으로서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다.”며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작업을 보완해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남편인 미할 차브카 감독이 영화를 작업하며 집에 늦게 들어오거나 피곤하고 신경질적일 때 이해해주며, 자신이 삽화 작업을 하는 동안 가족에게 신경 쓰지 못할 때가 있지만 남편이 이해해준다는 것이다. “정신적으로 지원해주고 이해해준다.”는 아네타 차브코바 감독은 둘 모두 애니메이션 감독이므로 “서로 조언해줄 수 있고 평가해줄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두 감독은 작업을 지금까지 함께하지 못했는데, 곧 영화 한 편을 협업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미할 차브카 감독의 최신작 “크리스마스 발라드”와 아네타 차브코바 감독의 “포도주에 진실이 담겨져 있다 (In Wine There Is the Truth)”는 모두 8월 22일 7시 30분 탈영역 우정국에서 ‘글로컬 파노라마 단편’ 중 하나로 선보였다.

한국에 처음 왔다는 두 감독은 영화제 뿐 아니라 한국이 전체적으로 인상 깊다며 감상을 밝혔다. 이들은 특히 20일 있었던 포럼이 인상에 남았다고 전했는데 "한국의 전문가가 얀 슈반크마예르를 바라보는 태도, 의견, 감정에 대해 알 수 있게 되어 너무 재미있었고, 관람객들도 관심을 가지고 질문도 하고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어 좋은 인상이 남았다."고 설명했다. 이들 두 작가는 모두 네마프 기간 동안 머물며 영화를 관람하고 심사위원으로 참석하게 될 예정이다. 두 감독 모두 "네마프에서 선보일 영화들이 무척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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