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퍼 = 박도형 기자] 가난한 예술인들은 예술창작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 집값이 낮은 지역을 찾아 떠돌며 거주한다. 특정 지역에 예술인들이 하나둘씩 모이게 되면 그 지역에는 특정 콘텐츠가 형성이 되며 문화가 조성된다. 

예술인들로 인해 지역에 다양한 콘텐츠가 발달이 되면 사람들은 그 문화를 즐기기 위해 그 지역을 찾아온다. 이런 유동인구의 발생은 자본의 유입으로 직결되며, 곧 상가의 발달로 이어진다. 상권의 발달이 이어지면 결국 주거 임대료가 상승하게 되며, 결국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예술인들은 결국 그 지역을 떠나 또 다른 거처를 향해 떠돈다. 이른바 “둥지내몰림현상” 이라고 불리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유목민처럼 살 수 있는 공간을 찾아 이동한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는 지역은 바로 서울의 홍대와 이대, 망원동, 상수동, 경리단길 등이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현상은 초기 단계에서는 오히려 낙후된 지역이 발전한다는 긍정적 의미가 있지만 이 지역에 대형 자본과 대규모 프랜차이즈점이 들어서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대자본에 의해 지역문화가 ‘수익’을 따지는 구도로 바뀌게 되는 순간 생활을 해오던 소상인과 예술인들은 다른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은 하루 이틀 있는 일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해 색달른 물음을 던진 서울청년예술단 "공원"의 "깔세 : 재고의 여지전 사진 = 뉴스페이퍼 DB">

그만큼 이런 현상의 문제는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며 여러 사회단체에서도 이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서울청년예술단 “공원”이 펼친 “깔세 : 재고의 여지전”은 이화여대 앞 “이화 스타트업 52번가”에 위치한 팝업스토어 ‘시즘’을 이용해 진행된 “깔세 : 재고의 여지전”을 진행하며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상권이 몰락했던 공간을 이용해 상품의 유행성 가치로 인해 악성재고로 변해버린 물품을 떨이로 판매하는 ‘깔세’형태의 전시를 진행함으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색다른 시선을 행인들에게 제공했다. 

서울청년예술단 “공원”의 일원들은 학교생활을 하며 이화여대 상권이 몰락하는 순간에 대해 소상인과 예술인이 처한 현실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이 고민을 바탕으로 시작된 전시는 유행으로 인해 대량생산 되었던 제품이 악성 재고로 남게 되는 현상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모여든 예술인과 소상인이 거처를 잃고 맴도는 현상과 같다고 생각하며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해 색달른 물음을 던진 서울청년예술단 "공원" 사진 = 뉴스페이퍼 DB">

비록 이번 청년예술단 “공원”의 “깔세 : 재고의 여지전”이 거리의 한 상가를 이용한 작은 전시전일 뿐이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속적인 문제를 낳을 수 있는 현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특히나 사회현상을 연구하는 사회학자들이 아닌 사회현상을 몸으로 직접 경험해 온 젊은 청년예술가들이 거리로 직접 나와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남긴다. 

서울청년예술단이 보인 전시와 같이 이런 사회적 현상에 대해 관심을 갖고 활동하는 이들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학활동을 진흥시키고 문예지 출판사의 재정 상황을 돕기 위해 재개된 사업인 “2017년 문예지발간사업 지원심의 결과”에 선정된 단체 중 하나인 문학중심 유음의 독립문예지“젤리와 만년필”도 이런 사회적 문제를 다루며 다각화된 도시문제에 새로운 시선을 제공하고 있다.

<문학중심 '유음'의 독립문예지 "젤리와 만년필" 사진제공 = 문학중심 유음>

독립문예지 유음은 문학중심의 창작 집단이자 출판사로서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주거비 부담과 같은 문제로 인한 비자발적 이주와 높은 금액으로 성장하는 전월세 문제를 도시문제로 생각하며 이를 변화하려는 노력에 관심이 많다. 

유음의 “젤리와 만년필”은 시와 산문, 소설, 포토에세이를 비롯해 만화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양이’의 시선으로 ‘도시’에 접근한다는 방식을 통해 길고양이와 같이 도시를 배회하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모습을 관찰한다. 또한 영역을 두고 살아가는 고양이의 특성과 거주지를 마련해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공통점을 통해 터전을 잃어버린 삶의 비참함을 드러내 사회적 문제의 심각함을 색다르게 제공한다. 

도시의 발전으로 인한 저소득층, 사회 취약계층의 외곽 내몰림 현상인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는 주거와 생활에 밀접한 연관성을 띄고 있어 다양한 계층이 여러 방안을 내놓으며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저소득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예술분야 종사자들은 이런 현상을 피부로 직접 체감하는 상황 속에 놓여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주거복지연대의 "주거비 Down 창작 Up 프로젝트"를 통해 주거지원을 받는 예술인 사진 = 뉴스페이퍼 DB>

물론 이런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며 행동하는 단체들의 활동도 최근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27일 대학로 미마지아트센터 풀빛극장에서 개최된 주거복지연대의 “서울지역 청년문화예술인 주거지원을 위한 주거비 Down 창작 Up 프로젝트” 기자회견도 현재 청년문화예술인이 처한 현실의 부담을 낮추고자 하는 방향에서 시작된 행사이다. 

프로젝트를 기획 및 진행하는 주거복지 연대는 2001년 창립된 단체이다. 주로 한국 사회 취약계층과 서민중산층을 위한 주거환경 복지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번 “주거비 Down 창작 up 프로젝트” 기자회견을 통해 주거복지연대가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확보한 386개 빈집의  일부 15곳을 청년예술인들에게 보증금 50만원에 주택사용료 5만원에 제공해 10월말까지 입주하여 거주할 수 있도록 조성한다고 밝히며, 내년 3월까지 100호로 늘려 혜택을 받을 있는 청년문화예술인을 증가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회 취약계층을 비롯해 예술인들의 생계가 위태롭다는 사실을 접할 수 있는 사건은 해마다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5월 31일 원효대교 남단에서 ‘연극열전’시리즈를 기획했던 극단 적도 홍기유 대표가 투신자살한 사건과 지난 8월 21일 ‘김수로 프로젝트’를 공연기획했던 아시아브릿지컨텐츠 최진 대표가 자살을 선택한 사건은 문화예술공연계의 위기와 불안감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사례이다.

<서울 마포대교의 자살방지 문구 사진제공 = 픽사베이>

극단 운영 및 기획사 운영으로 인한 자금난과 부채에 대한 부담으로 비극적 선택을 한 두 사람의 배경에는 고공 행진하는 극장 임대료를 비롯해 출연 배우들의 임금문제, 기획사와 극단의 제작진의 인건비 지급 등이 기존의 지원사업과 영세한 자본력으로 극복할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세월호 참사 파동과 메르스 사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촛불시위, 대통령 탄핵 등과 같은 사회에 들이닥쳤던 사건, 사고들은 한국 공연의 중심이라 불리는 대학로를 비롯해 공연예술계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이런 사회적 사건들이 연달아 터지며 시민들이 공연장을 찾는 발길이 끊기게 되었고 공연기획사와 극단의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공연문화계의 위기설은 국민연극이라 불리던 파파프로덕션의 연극 ‘라이어’가 뮤지컬 제작사 EMK로 판권이 팔리게 되며 화룡정점을 찍었다. 1998년부터 공연되며 20년이라는 세월동안 누적 관객 200만 명을 기록했던 연극이 수익구조 악화로 인해 판권을 팔았다는 사실은 공연예술계 종사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대학로 문화지도를 통해 볼 수 있는 수많은 공연장 정보 사진제공 = 서울연극센터>

공연기획사와 극단이 휘청이는 만큼 그 안에서 예술활동을 펼치고 있는 예술인들의 생계도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예술활동에 꿈을 키우며 활동을 펼쳐왔던 ‘청년문화예술인’들은 경험을 쌓기 이전부터 불안감을 안고서 꿈을 향한 활동을 이어나가야 할 상황인 것이다. 

현재까지 작은 움직임이긴 하지만 저소득, 취약계층이 몸소 체험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단체와 해결 방안을 모색하며 공존하고자 하는 단체가 늘어나고 있다. 대자본의 유입으로 인해 생활의 공간과 경제적 공간을 잃어가는 이들에게 이런 단체들의 활동이 희망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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