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오는 3일부터 5일까지는 민족 대명절인 추석이다. 이번 추석연휴 전후로는 임시공휴일과 대체휴일, 한글날이 자리하고 있어 최대 10일까지의 휴무를 즐길 수 있다. 이에 일부 네티즌들은 “건국 이래 최대의 휴일” 이라며 1년 전부터 기다려왔다고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런 황금 같은 연휴를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국내 지역이나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있지만, 몇 시간이나 고향을 왕복하는 기차에 몸을 싣거나 높은 임금을 기대하며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이들, 딱히 휴가 계획이 없는 이들도 적지 않다.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평소 시간이 부족해 읽지 못했던 긴 책이나 특별한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해줄 문학작품들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고소하고 기름진 음식들을 자꾸 먹게 되는 명절, 책을 읽는 것은 육체뿐만 아니라 문학적 상상력 역시 살찌게 만들어줄 것이다. 또한 몇 권의 책들이 기분 좋은 지적 자극을 선사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다.

이에 긴 명절, 문학독자들이 읽어봄직한 문학작품 다섯 편을 선정했다. 조해진 소설가의 소설집 “빛의 호위” 와 황석영 소설가의 장편소설 “수인”, 황정은 소설가의 소설집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 열차”, 이사카 코타로의 장편소설 “마리아 비틀”, 도스토옙스키의 장편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다.

“조해진 소설 : 빛의 호위”

소설집 “빛의 호위” 에 수록된 아홉 편의 단편들에는 소외된 타인들을 사유 깊은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공통점이 있다. 상처 받은 타인의 내면에 공감 없는 위로를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비록 해결해주지 못할지언정 가슴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다. 담담하게 꾹꾹 눌러쓴 문장들의 연결을 곱씹다보면 작가가 지향하는 삶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조해진 소설집 "빛의 호위">

또한 “빛의 호위” 에 수록된 대부분의 단편에는 외국이 등장하는데, 이는 출국이 잦았던 조해진 소설가의 경험이 다수 반영된 것으로 묘사가 굉장히 사실적이다. 그 실감나는 묘사 덕분에 방 안에서도 실제로 해외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으니, 이번 추석 비행기 예매를 놓쳤다면 꼭 읽어봐야 할 소설이다.

“황석영 소설 : 수인”

“수인” 은 황석영 소설가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긴 자전으로, 황석영 소설가가 작가로서 갈망한 자유가 얼마나 위태로운 것인가에 대한 고찰이 담겨있다. 

<황석영 장편소설 "수인">

황석영 소설가의 굴곡진 생애는 TV 프로그램 무릎팍도사나 숱한 강연을 통해 거듭 이야기되어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평양에서 보낸 유년 시절과 어머니 등에 업혀 월남한 기억, 한국전쟁과 4·19 혁명, 베트남전쟁. 유신독재에 저항하다 5·18 광주항쟁의 소용돌이에 서서 광주의 진실을 알리는데 앞장서기도 했고 1989년 방북을 하여 김일성을 만나 귀국 후 수감생활을 지내기도 했다.

이런 특별한 경험을 가진 황석영 소설가의 방북, 망명, 투옥 등에 대한 실감나는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진한 간접체험을 겪게 해준다.

두 권이라는 긴 분량과 다수의 등장인물 때문에 독서를 꺼리고 있었다면 이번 연휴가 “수인”을 읽기에 좋은 기회일 것이다. 또한 우리 민족의 역사 속에서 한 소설가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역시 느껴볼 수 있다.

“황정은 소설 :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 열차”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 열차” 는 ‘양의 미래’ 와 ‘웃는 남자’, ‘백의 그림자’ 등으로 문학 독자들 사이에서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황정은 소설가의 첫 소설집이다.

<황정은 소설집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황정은 소설가의 초기작인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에 수록된 열한 편의 단편들은 다양한 작법으로 쓰여져 읽는 즐거움이 크다. 환상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역설적으로 현실의 문제를 지적하는 소설이 있는가 하면, 사회의 비참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부각시키는 소설도 있다.

이런 독특한 소설들은 지루한 귀경길에도 색다른 재미를 안겨줄 것이며, 열차 안에서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 열차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줄지 묻는 구절을 열차 안에서 읽게 된다면 복잡하면서도 새로운 기분이 들 것이다.

“이사카 코타로 소설 : 마리아비틀”

“킬러들의 광시곡” 이라는 다소 오그라드는 부제가 붙은 이 소설은 시속 200킬로미터로 질주하는 신칸센 열차에 탄 킬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소설의 제목인 “마리아비틀” 은 무당벌레를 이르는 레이디비틀을 살짝 바꾼 말이며, 마찬가지로 킬러들의 이야기를 다룬 전작 “그래스호퍼” 의 후속격인 작품이다.

<이사카 코타로 장편소설 "마리아비틀">

소설은 암살자 기무라, 교활한 중학생 오우지(왕자), 2인조 킬러인 밀감과 레몬, 불행의 화신과도 같은 암살자 나나오 등 뚜렷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들의 시점을 오가며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의 전개와 인물들의 관계가 독자에게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한다.

“마리아비틀” 역시 귀경길 열차에서 읽기 좋은 소설이다. 신칸센을 배경으로 한 킬러들의 활극 속에 깊숙이 빠져들게 되면, 화장실 문을 여는 순간 그 안에서 시체가 나오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도스토옙스키 소설 :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은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장편소설이다. 또한 최근 TV 프로그램 ‘효리네민박’ 에 출연한 가수 아이유가 읽으며 화제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야외테라스에 앉아 초콜릿을 먹으며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는 아이유의 모습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저런 집중 안 되는 환경에서 읽고 이해할 수 있겠냐는 것. 다소 황당한 지적이지만 그만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이 난이도 있는 문학작품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이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장편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은 러시아 한 소도시의 지주인 표도르 카라마조프의 세 아들이 20년만에 찾아오면서 생기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이들 사이에는 여러 갈등이 일게 되고, 이후 표도르 카라마조프는 살해당한다. 이후 부친살해의 테마를 바탕으로 한 추리 소설적인 스토리가 펼쳐진다.

앞서 말했듯 이 소설은 난이도가 상당한 편이다. 소설 앞부분에서 이루어지는 신학적 논쟁에 몰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가문 이름이 어려워서 연습장에 쓰면서 읽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네티즌이 있을 정도이다. 무엇보다 그 분량이 상당한데, 민음사에서 출간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은 무려 세 권에 육박한다.

그렇기에 최대 10일에 달하는 이번 연휴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을 꼼꼼하게 읽을 아주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평소 이 소설을 알고는 있지만 읽을 엄두를 못 내고 있던 사람이라면 큰 벽처럼 느껴지던 책을 넘어서는 경험을 통해 큰 성취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일하는 삶에 적응되면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하는 방법을 모르게 되어버린다.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시달려 괜스레 안절부절못하게 되기도 한다. 이럴 때 삶을 환기시킬 수 있는 게 바로 훌륭한 문학작품이 아닐까? 긴 연휴, 차분한 독서의 경험을 통해 삶의 자세를 되돌아보며 여유를 되찾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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