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지난 25일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보고사 갤러리에서는 문화재단 KIHO가 주관한 정기호 화가 작품전 “가을소풍, 가을소품전” 이 개최되었다. 이에 뉴스페이퍼는 지난 28일, 보고사 갤러리에 방문해 정기호 화가의 아내 조경석씨와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정기호 화가는 일본 오카야마에서 출생하였으며 아홉 살 때 한국으로 건너와 남원에 정착하였다. 1977년 그로리치 화랑(현 갤러리 평창동)에서 처음으로 그림 전시를 하였으며, 1995년부터는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했다. 정기호 화가는 2003년 “파리국립미술전(SNBA) 영구회원” 이 되었고, 2008년 귀국하여 “정기호 회고전” 등 수많은 전시회를 진행했다. 

<보고사 갤러리. 사진 = 육준수 기자>

본 행사 “가을소풍, 가을소품전” 은 정기호 화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갤러리 내에서 만남을 가지며 작품 몇 점을 놓고 정기호 화가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 를 마련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현재 건강 상의 문제를 겪고 있는 정기호 작가를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것이다. 

조경석씨는 정기호 화가의 건강이 노환으로 인해 많이 악화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런 중에도 정기호 화가가 계속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화 등의 무거운 작업은 어렵지만 간단한 데생이나 크로키, 스케치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 

조경석씨는 정기호 화가가 “눈 감는 순간까지 그림을 그리겠다” 는 의지를 가지고 현재도 “서슴없이 그림들을 그려내고 있다” 고 설명했다. 

“가을소풍, 가을소품전” 에 전시된 그림들 역시 정기호 화가가 투병 중에 그려낸 작품들이다. 조경석 씨는 이중 대표작으로 아래의 그림 “그리다” 를 소개했다. 

<정기호 화가의 그림 "그리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위 그림을 소개하며 조경석씨는 “보통의 작가들은 어떠한 대상을 가운데에 넣는 방법” 은 부담스럽기 때문에 선호하지 않으나, 이 그림에서는 “소의 얼굴을 강렬하게 표현하면서도 평면(소가 그려진 캔버스)을 뒤로 확 밀고, 위의 나무들을 가볍게 처리하여 시원한 청량감을 느끼게 한다” 고 이야기했다. 

또한 조경석씨는 “정기호 화가는 항상 자기 자신을 소라고 생각” 했으며 때문에 “젊어서부터 소의 그림을 많이 그렸다” 고 이야기했다. 소라는 짐승을 통해 자신의 심상을 나타내기를 선호했다는 것. 때문에 “단순히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장면으로 볼 수도 있지만, 정기호 화가는 이 그림을 통해 자기 자신을 본 것 같다” 고 조경석씨는 말했다. 

조경석씨의 말대로 소가 정기호 화가를 나타내는 객관적 상관물이라면 또 다른 특징 하나가 도드라진다. 소를 그리고 있는 여인과 그 주변은 아름다운 색상으로 표현되어 있지만, 정작 소는 배경도 없이 검은 선만으로 투박하게 그려져 있다는 것. 

정기호 화가는 9살이 되던 해에 해방되면서 아버지 고향인 전라북도 남원에 정착하였으나 가난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생활의 고통이 있었기에 정기호 화가의 삶이 마냥 밝은 유채색은 아니었다. 정기호 화가는 초등학교 6학년 때에 학교를 중퇴하고 미술을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미술 재료는 대단히 비쌌기에 정기호 화가는 미군이 버린 텐트로 캔버스를 만들었고, 철공소에 방문하여 팔레트와 나이프를 직접 만들기도 하며 미술에 매진했다. 이런 작가의 세계관이 녹아들어있기 때문에 본 그림은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정기호 화가의 그림 " 의식의 초상".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런 정기호 화가의 작품세계에 대해서는 많은 평론가들이 관심을 가졌다. 정기호 화가가 과거 프랑스에서 활동할 당시, 세계적 평론가인 제라르 슈리게라(GERARD XURIGUERA)는 정기호를 화가를 “음악가 없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온갖 색을 조합해서 화가로서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감각의 왕자” 등으로 평가한 적도 있다고 조경석씨는 이야기했다. 

슈리게라는 정기호 화가의 화법은 “예술과 해학의 세계와 눈부신 동심의 세계가 밀착된 즐거운 곡의 연주” 라고 말했다. 그러며 슈리게라는 정기호 화가의 작품 속에서 피카소, 샤갈, 마티스, 미로의 특징을 엿볼 수 있으나, 오랜 시간을 거쳐 그들을 흡수하여 정기호 자신의 특유한 화법을 창작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슈리게라는 정기호 화가의 작품에는 기만적인 불안정이 있으나 이것이 혼란스럽지 않고 규제된 질서 안에서 정연되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몽상적이고 상징적인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음에도 작품의 이해성이 소멸되지 않는다는 것. 

이런 정기호 화가는 극동과 서양 두 문화의 교차점에 있어 아이러니 없는 해학과 에로티즘 없는 성을 계발하고 있다는 게 슈리게라의 의견이다. 그러며 슈리게라는 “현혹적 자기 세계의 작가이자 배우인 정기호” 는 특정한 장소나 포착된 한 순간, 명료한 추억 등을 “낙관적인 우화작가와도 같은 마음으로 정묘하게 다루고 있다” 고 전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조경석씨는 “몸이 안 좋으면 쉴 만도 한데, 정기호 화가는 자기 세계를 부정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며 “손이 움직여지고 머리가 움직여지는 한,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 그림을 그리겠다” 는 정기호 화가의 뜻을 전했다.

<정기호 화가의 그림 "자연 유희 인간". 사진 = 육준수 기자>

한편 보고사 갤러리에서 진행되는 “가을소풍, 가을소품전” 은 오는 31일까지 계속되며,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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