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지난 9일 오후 7시 30분, 교보빌딩 23층 컨벤션홀에서는 “2017년의 그림”을 주제로 한 장강명 소설가의 인문학 강연이 진행되었다. 본 강연은 2017년 세 번째 교보인문학석강인 “소설가의 자화상” 의 일부로 세 번의 석강 중 첫 번째 차례이다. 이 행사는 교보문고와 대산문화재단, 교보생명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있다. 

장강명 소설가는 2011년 소설 “표백” 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장편소설 “호모도미난스” 와 “한국이 싫어서” 등을 출간했으며 수림문학상과 제주4.3평화문학상, 문학동네작가상 등을 수상하였다. 

<장강명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장강명 소설가는 자신에게 있어 소설을 쓰는 것은 “원초적인 욕구” 라고 말했다. 때문에 대뜸 체포되어 종신형을 살게 돼서 어떤 독자도 본인의 글을 읽지 못하는 상황이 와도, 글을 쓸 수만 있다면 계속해서 쓰고 싶다는 것. 

그러며 장강명 소설가는 요즈음 늦깎이로 데뷔하는 소설가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육십 대에 첫 소설을 쓰는 대학 총장이나 유명 교수, 기업 회장 출신의 소설가들이다. 장강명 소설가는 이들 역시 소설에 대한 욕구가 큰 사람이라며 “소설을 쓰고픈 마음을 타고난 사람은, 결국 소설을 써야 그 마음이 해소가 된다” 고 이야기했다. 

장강명 소설가는 주로 “내가 소설을 써도 될까” 라는 의심을 가진 사람들이 “언제 소설가가 되기로 마음 먹었냐” 는 질문을 하더라고 이야기했다. 스스로에 대해 자신이 없어질 때, 스스로가 소설을 써도 되는지를 확인 받고 싶어 “다른 소설가가 가진 특별한 계기” 를 찾아 질문을 던진다는 것. 

하지만 그런 특별한 계기는 따로 존재하지 않고, 있더라도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라는 게 장강명 소설가의 의견이다. 때문에 “나는 소설 쓰면 안 돼” 같은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장강명 소설가는 전했다. 그렇다면 장강명 소설가의 지극히 개인적인 계기는 무엇일까? 

장강명 소설가는 과거 신문기자로 다년간 활동했다. 본래 장강명 소설가는 “기자 생활 이십년 정도 하다 은퇴하면 소설 써야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나 “5년 차쯤 되니까 소설이 너무 쓰고 싶었다” 고 말했다. 그래서 어느 날은 밤늦게 집에 돌아와 노트북을 켜고 젊은 신문기자가 주인공인 소설을 한 페이지나 썼다는 것. 

장강명 소설가는 “정 내가 소설을 써야하는지 안 써야하는지 모르겠다면 소설을 읽지도 쓰지도 말고 일 년만 있어보라” 고 말했다. 그러고도 생각 안 나면 안 써도 되지만, 연인과 헤어진 것 마냥 소설을 읽거나 쓰고 싶은 욕구가 커진다면 그 날이 바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 

<장강명 소설가의 강연 현장. 사진 = 육준수 기자>

또한 장강명 소설가는 “언제 작가가 된 것” 이라는 선을 그을 수는 없다고 이야기했다. 신춘문예나 공모전, 도서출판 등의 기준만으로 작가가 됐다고 단정 짓기엔 공통 합의된 사안이 없다는 것. 이런 상황 속에서 장강명 소설가는 “뭘 해야 소설가고, 뭘 안 하면 소설가가 아닌 것은 아니지만 소설가가 되기 위해 목표로 하는 현실적인 목표가 있으면 좋다” 고 말했다. 

그러며 장강명 소설가는 단행본 한 권 분량의 원고를 쓰는 것을 제안했다. 그걸 쓰면 남이 인정하든 말든 소설가로 자부해도 좋지 않겠냐는 것. 장강명 소설가는 물론 이 기준이 편의적이고 자의적이어서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만 “어떻게든 천매 분량으로 주인공이 나와 위기를 겪고 절정, 결말이 나고 어떻게든 끝을 내서 어떤 방식으로든 한 권 분량의 책을 내면“ 소설가라 불러도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과거 장강명 소설가는 “계속해서 소설을 써라” 고 응원해주던 아내에게 당선 소식을 알리자 “뭐? 네가? 정말?” 이라는 내용의 오타투성이 답장이 와 황당해했던 적이 있다고 밝혔다. 어이가 없으면서도 장강명 소설가는 “소설을 쓴다는 좋은 취미를 가진 내 모습이 아내가 보기에는 좋아보였던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이 사례를 포함해 장강명 소설가는 소설을 쓰며 성격이 좋은 방향으로 변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쓰고픈 욕망이 해소되니 생활이 즐거워졌고, 자유롭다는 생각도 든다는 것. 또한 장강명 소설가는 소설을 통해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나약한 스스로의 경험들이 소설을 쓸 때 도움이 되니  “내 단점이 쓰임새 좋게 쓰이니 스스로가 덜 밉고 견딜만해졌다” 는 것. 

또한 장강명 소설가는 한국에서 소설가라는 직업이 벌이가 어렵고 옛날보다 존경을 못 받는 건 사실이라고 이야기했다. 백에 구십은 실제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하지만 장강명 소설가는 이런 이유로 글을 쓰는 사람이 너무 기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밝은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직 한국에서는 글 쓰는 사람을 지혜로운 사람이나 사회 지도층 인사처럼 우대하는 문화가 있어 강연, 기고 등 기회가 굉장히 많이 주어진다는 것. 그래서 한 소설가가 소설책을 내면 많이들 관심을 갖고 도와주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만 권만 팔아도 소설가의 이름에 각종 수식어를 붙여주며 띄워주는 분위기라고 장강명 소설가는 말했다. 

또한 장강명 소설가는 한국문학이 문화컨텐츠 사업의 원전으로 다른 나라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인세뿐만 아니라 강연수입, 판권 비용, 영화사나 드라마 계약 등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것. 

이렇다 보니 장강명 소설가는 “단군 이래 소설가가 이리 돈 많이 번 적 없었다” 는 농담도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웹소설 같은 경우 재작년으로 억대연봉 작가가 백 명이 넘었다는 것. 장강명 소설가는 이런 것이 한국에서 소설가로 사는 것의 밝은 면이라며 “이걸 믿고 전업 작가가 되라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공포에 압도되어 꿈을 버릴 필요는 없다” 고 전했다. 

한편 장강명 소설가는 앞으로 글을 쓰며 계속해서 독자에게 기대감을 주고 싶다는 뜻을 표했다. 책을 읽고 독자가 기분 나쁘거나 화나게 하는 건 상관없지만, 실망감을 주고 싶지는 않다는 것. 또한 표절을 하지 않는 것이 독자와의 약속이라고 말했다. 

<장강명 소설가가 독자의 책에 사인을 해주고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행사는 많은 관객들의 관심 속에서 마무리 되었으며 이후 사인회가 이어졌다. 다음 인문학석강은 16일로, 김연수 소설가의 강연 “보이지 않는 길로 걷는 문학” 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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