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퍼 = 박도형 기자] 한국작가회의 전국대회가 대구경북작가회의 창립 30주년을 맞아 “문학, 항쟁과 평화를 노래하다”가 대구은행 연수원에서 개최했다. 과거 독재정권의 탄압에 맞서고 한미FTA 촛불집회, 4대강 반대운동, 성주 사드 배치 반대 등 정부의 강압적 정책에 맞서 평화와 인권을 강조해 온 작가회의의 전국대회가 보수의 상징이라 불리는 TK지역에서 개최된 것 또한 눈여겨 볼 지점이다.  

또한 이번 전국대회가 개최된 대구은행 연수원 강당 로비에 “대구 10월 항쟁”, “성주 소성리 사드 배치 반대 투쟁”의 과정을 들여다볼 사진전도 준비되었다. 이 사진전과 더불어 전국대회에서는 대구10월 항쟁에서부터 2017년 촛불혁명에 이르는 항쟁의 역사 속에 존재했던 “항쟁의 문학과 평화의 문학”의 가치와 의미를 논의하며 앞으로 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의견들을 나누었다. 

보수의 상징 ‘대구’, 그 안에서 싸워온 한국작가회의 대구경북지회

<대구경북작가회의 지회장 김용락 시인 사진 = 박도형 기자>

1974년 11월 18일 창립되었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가 한국작가회의의 전신이다. 박정희정권 당시 언론과 문인을 통제하는 상황 속에서 김지하 시인의 “오적”을 문제 삼아 문인들을 탄압했던 ‘필화사건’을 계기로 창립되었으며, 유신체제의 억압적 상황에 맞서 표현의 자유와 민주화를 쟁취하기 위해 활동해왔다. 

이후 1987년 6월 항쟁을 거치며 문민정부의 출범과 함께 민족문학작가회의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이후 2007년 12월 한국작가회의로 명칭을 변경하며 문학인의 권익과 복지를 지키고 국제교류를 통해 세계문학 속에서 참다운 민족민중문학을 이룩하는 일에 앞장서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한국작가회의는 군사정권 아래에서부터 현재까지 인권을 탄압하고 민중의 삶을 억압한 일련의 정책에 투쟁해왔다. 80년 광주5.18민주화운동, 87년 6월 민주항쟁 등을 통해 문인들이 거리로 나와 민주주의와 인권을 외쳐왔다. 또한 2008년 한미FTA, 4대강 사업, 세월호 참사와 국정농단으로 인해 시작된 촛불집회, 성주 소성리 사드 배치 등의 정부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 현장으로 뛰쳐나와 잘못된 정책에 대해 투쟁해왔다. 

이런 활동을 펼쳐온 한국작가회의 대구경북지회가 영남지역에서 30년간 활동해온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지역주의에 대해 회의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현재와 달리 과거 산업화의 역군으로 상징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남,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호남으로 갈라져 대립해왔던 과정에서 30년의 시간을 버텨온 것이다. 

대구경북작가회의는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는 영상을 통해서도 이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대구경북작가회의 지회장 김용락 시인은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에서 작가회의 회원이 되는 순간 이 지역과 다름을 드러내는 것”이라 말하며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의 활동이 어려웠던 지점을 회고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성주군 소성리에 배치되는 사드 문제에 대해서도 지역 주민들과 함께 반대 투쟁을 해오며 탄압적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함께 내오고 있음을 강조했다.

<성주군 소성리 주민으로 구성된 "민들레합창단" 사진 = 박도형 기자>

이런 대구경북작가회의의 활동을 반영하듯 성주군 소성리 주민으로 구성된 “민들레합창단”이 함께 자리해 합창을 진행하기도 했다. 합창 이후 합창단 소속의 주민의 “평화를 염원해온 문인들이 함께 사드 배치 반대 투쟁에 함께 주시길 바란다”는 말을 전했고 참여 문인들은 박수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화답해 잘못된 정책에 투쟁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했다. 

또한 대구경북작가회의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하석, 정지창 시인은 독재와 탄압에 맞서 싸워 시작된 활동이 3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함께하고 있는 문인들에게 “초심”을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상황에 비해 현실적 문제에 대해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에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길”를 권고하며 “돈과 명예보다 진실을 추구하려는 마음에 가치”를 갖고서 인권을 탄압하는 부당한 정권과 정책에 반대하는 문학활동을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평화의 문화를 위한 대구경북작가회의 선언문”을 낭독하는 김현숙, 김수상 시인 사진 = 박도형 기자>

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한 “평화의 문화를 위한 대구경북작가회의 선언문”이 낭독식에서도 이런 바람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선언문을 통해 대구경북작가회의는 과거 독재시대라는 엄혹한 시대에서부터 현재까지 평화를 노래하며 현재까지 온 한국작가회의의 과정을 돌아보며 “인권의 가치를 무시하고 자본에 결탁한 정책들에 반대하며 계속해서 평화를 외쳐나갈 것”임을 선언했다.

문학세미나와 원로대담을 통해 이야기된 “논의되어야할 문학의 가치”

<1946년 대구10월항쟁부터 촛불혁명까지 항쟁의 역사와 함께한 문학을 이야기한 문학세미나 사진 = 박도형 기자>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며 한국작가회의와 대구경북작가회의가 걸어온 역사를 기념하고 되돌아본 시간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문학을 논의하는 자리가 진행됐다. 바로 발제를 통해 문학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논의하는 문학세미나 “항쟁의 문학과 평화의 문학”과 원로대담 “원로에게 지혜를 듣다”이다. 

“항쟁의 문학과 평화의 문학”을 주제로 진행된 문학세미나에서는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이은봉 시인, 노동문학 활동을 펼쳐온 백무산, 김해자 시인,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방민호 평론가가 1946년 대구 10월 항쟁에서부터 2017년 촛불혁명까지의 과정을 돌이켜보며 “항쟁의 과정 속에 존재했던 문학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런 항쟁의 역사 속에 함께 했던 문학에 대해 네 명의 문인은 “민중, 노동자의 삶을 대변하고 고통을 함께 해왔던 문학”으로서의 가치를 중요시하며 문학이 삶과 유리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현시대 문학의 상황과 과제에 대해 이야기 한 원로대담 사진 = 박도형 기자>

원로대담에서는 세계적인 문인으로 알려진 고은 시인, 한국작가회의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염무웅 비평가, 격월간 “녹색평론”의 발행인인 김종철 평론가,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해 문단 활동을 해온 천양희 시인이 자리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원로대담에 자리한 네 문인은 이번 전국대회를 통해 만나게 된 상황에 대해 “전국대회의 의미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를 외쳐왔던 한국작가회의의 본연의 임무를 잊지 않고 인권을 위해 “항쟁하는 문학”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논의되었다. 

또한 자본문화의 유입과 인공지능 산업의 발달로 단순해지는 사회 상황 속에 문학이 도외시되는 현상을 이야기하며 “문학이 처한 위기에 대한 인식과 해결방법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이번 전국대회를 통해 한국작가회의 소속문인들은 대구경북작가회의 30년 역사와 과거 선배문인들이 내걸었던 “폭압적 정책에 항거하는 문학”의 가치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또한 문학세미나와 원로대담을 통해 문학이 사회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 이유와 가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현실 상황과 대중에 맞는 문학이 무엇인지를 논의하는 뜻 깊은 시간을 갖는 자리였다. 

하지만 한 해 동안 문제가 된 문단내성폭행 문제와 미당문학상 논란으로 촉발된 한국작가회의 친일문인기념상 반대성명서 논란에 대한 이야기는 이 자리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는 다같이 목소리를 내지만 한국문단 내부의 문제에는 침묵하는 작가회의 모습은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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