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서울문화재단 연희문학창작촌은 문학 장르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1월 28일부터 1일까지 진행된 “2017 아시아문학창작워크숍” 도 이런 문학 장르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올해로 제2회를 맞이하였다.

본 워크숍은 다양한 아시아 국가의 작가들과 국내 작가들이 창작의 경험을 나누는 자리였다. 행사 관계자는 “같은 아시아권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아시아 문학이 생소한 상황” 이라며 본 행사를 통해 “아시아 문학이 친숙해지길 바란다” 는 뜻을 전했다.

워크숍에는 다섯 명의 작가가 초청되었다. 9년간 기자로서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베트남 소설가 “자 응언”,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 ‘발리의 춤’ 을 쓴 인도네시아 작가 “오까 루스미니”, 네팔 최대 일간지 ‘칸티푸르’ 의 기자로도 활동 중인 네팔 소설가 “나라얀 와글레”, 현재 한국에 번역 출간을 준비 중인 팔레스타인 작가 “아다니아 쉬블리”, 시각예술과 영화와 음악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태국 소설가 “우팃 해마무” 이다.

<우팃 해마무(가운데). 사진 = 연희문학창작촌 제공>

행사는 네 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3분 스피치와 골목산책, 작가세션, 골목낭독회이다. 이중 첫날 진행된 “3분 스피치” 는 4일간 이어질 교류의 서막을 여는 자기소개의 시간이었다.

골목산책

<골목산책. 사진 = 연희문학창작촌 제공>

“골목산책” 은 11월 29일과 30일에 진행된 프로그램으로, 서울의 성북구와 종로구에 있는 골목길을 산책하는 시간이다. 29일의 주제는 “사라진 과거, 남아있는 흔적” 으로 연희문학창작촌이 자리한 연희동과 연남동부터 시작해 심우장과 수연산방, 북적마을, 길상사 주변을 거닐었다. 30일의 주제는 “골목, 변화의 바람을 타다” 로 부희령, 임수현, 이지 작가가 안내를 맡아 부암동과 익선동, 낙원동, 촛불의 기억이 있는 청와대 앞거리를 걸었다. 그러며 아시아와 국내의 작가들은 “작가들은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쓸 것인가” 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초청작가들은 29일 대학로 연습실에서 진행된 작가세션에 참여해 첫날 “골목산책” 을 마친 소감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자 응언은 무엇보다도 성북구의 달동네가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오래 전 하노이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너무나도 익숙했다는 것. 또한 연탄을 쓰고 있다는 점도 비슷했기 때문에 “과거에 흠뻑 빠져볼 수 있는 시간” 이었다고 자 응언은 이야기했다.

아다니아 쉬블리는 한용운의 흔적이 있는 심우장, 이태준의 흔적이 있는 수연산방, 백석의 흔적이 있는 길상사가 특히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작가와 관련된 길을 걷는다는 것이 색다르게 느껴졌다는 것. 

<골목산책. 사진 = 연희문학창작촌 제공>

나라얀 와글레는 “주변 풍경 등 여러 가지를 보기 위해 달팽이처럼 느리게 걸었다” 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며 나라얀 와글레는 “한국은 옛것을 그대로 깨끗하게 간직하고 있다” 는 인상을 받았으며 “그런 점에서 네팔과 참 비슷한 것 같다” 고 덧붙였다.

오까 루스미니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와 한강 소설가의 소설, 자녀들이 좋아하는 케이팝 등을 상상하며 한국에 왔다고 이야기했다. 때문에 발전되지 않은 골목은 가지고 있던 인상과 달라 당황스러웠다는 것. 하지만 산책을 하다 보니 “예술가들이 영감을 얻기에 너무 좋은 곳” 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좋은 경험을 하여 즐거웠다” 고 전했다.

작가세션

“작가세션” 은 초청작가의 경험과 문학세계를 집중 조망하는 심화 워크숍 프로그램으로 29일과 30일 이틀간 진행되었다.

29일 진행된 세션의 주제는 “상실” 이었다. 이날 베트남의 자 응언과 네팔의 나라얀 와글레, 팔레스타인의 아다니아 쉬블리는 심화주제를 선정하여 발제를 진행했다. 각 작가들의 심화주제는 다음과 같다. 자 응언 소설가의 “전쟁 : 증오와 화해 – 여성작가의 눈”, 나라얀 와글레의 “문학이 할 수 있는 것, 미디어가 할 수 없는 것”, 아다니아 쉬블리의 “잃어버린 단어를 찾아서”. 또한 김이정 소설가와 고영직 평론가, 오수연 평론가 질문자를 맡아 대담을 펼쳤다. 

<나라얀 와글레.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자 응언은 베트남에서 전쟁문학이 갖는 의미와 궁극적 화해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한 질문자를 맡은 김이정 소설가는 과거 베트남에 방문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베트남 전쟁의 참상을 목격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며 김이정 소설가는 한국인을 대표하여 자 응언에게 사과를 건넸다.

나라얀 와글레는 현직 기자의 입장에서 본 “문학만이 할 수 있는 일” 에 대한 강론을 펼쳤다. 특히 그는 모국에 있는 딸과의 경험을 말하며 “이야기와 상상력이 가진 힘” 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다니아 쉬블리는 과거 책을 훔치는 시도를 한 적이 있다고 고백하며, 그것을 토대로 단어와 언어의 귀중함에 대해 강변했다. 책을 훔치는 행위가 역설적으로 단어의 상실을 막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아다니아 쉬블리. 사진 = 육준수 기자>

30일 진행된 세션의 주제는 “자유” 였다. 이날 인도네시아의 오까 루스미니와 태국의 우팃 해마무는 심화주제를 각각 “발리 문화와 여성 문학” 과 “권위주의적 정치와 글쓰기의 자유” 라는 심화주제를 선정하여 발제를 펼쳤다. 또한 김민정 소설가와 손아람 소설가가 질문을 던져 대담을 펼쳤다.

12월 1일 저녁에 진행된 “도시, 골목낭독회” 를 끝으로 “2017 아시아문학창작워크숍” 은 종료되었다. 이날 낭독회에는 초청작가들을 비롯하여 국내 시인 유희경과 안미옥, 최지인이 참여했다.

한편 행사에 참여한 아시아 초청작가들의 “도시, 골목” 에 대한 단편과 에세이는 계간 “ASIA” 겨울호에서 만나볼 수 있다. 또한 2018년 봄호에는 “서울, 골목” 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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