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지난 11일 대학로에 위치한 아르코미술관 3층 세미나실에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18년도 해외 레지던스 참가지원 사업” 설명회가 개최되었다. 

해외 레지던스 사업은 국내 작가가 해외에 방문하여 해외의 문물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지원하는 분야는 문학과 시각, 공연예술로, 예술인들의 예술 역량 강화 및 예술 활동 장려를 목적으로 한다. 사업에 선정된 예술인에게는 문화예술위원회와 협약한 해외거점에 머물며 각종 프로그램을 이수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레지던스 사업 설명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설명회에는 지난 번 해외 레지던스 사업에 참여했던 문부일 작가, 성용희 큐레이터, 홍윤경 배우가 참여했다. 이들은 행사에 참여한 예술인들에게 프로그램을 수행하며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며, 해외 레지던스 사업이 미치는 긍정적 영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문학 

200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데뷔한 문학 분야의 예술인 문부일 작가는 지난 8월부터 11월까지 몽골 울란바타르에 머물며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이수하였다.  

설명회를 시작하며 문부일 작가는 레지던스 지역으로 몽골을 선택하면 언어적 문제는 없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문화예술위원회에서 통역과 생활을 도와주는 코디네이터를 붙여주어 생활 및 교류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것. 뿐만 아니라 울란바타르 대학교의 교직원이나 학생들 대부분이 한국어에 능통하여 소통이 원활했다는 것이다. 

<문부일 작가. 사진 = 육준수 기자>

또한 취재 여행에 있어서도 자유로움이 보장된다고 문부일 작가는 말했다. 여행의 일정과 테마를 작가 스스로가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어, 원치 않는 일정 때문에 뜻이 좌절되는 일은 없다는 것. 그러며 문부일 작가는 최초 기획서를 제출할 때 단순히 “창작을 열심히 할 것” 이라고 쓰는 것보다 본인 여행의 목표와 취재의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하라고 조언했다. 

이런 문부일 작가는 울란바타르 대학의 교수 및 학생들과 친분을 쌓아 더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교수의 소개를 받아 현지 행사에 참여하거나 대학생들의 요청으로 주1회 모임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 그는 이런 경험이 서로 간의 문화를 전하는 시간이었으며, 숙소에 고독하게 앉아있는 것보다 훨씬 유익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문부일 작가는 레지던스 사업을 지원해준 국가와 국민에 큰 감사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며 문부일 작가는 “단순히 편하게 있다 올 생각이면 개인적 여행을 가는 것이 났다” 며 “이왕 세금에서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사업이니 많은 경험을 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고 이야기했다. 

시각 

시각예술 분야의 예술인 성용희 큐레이터는 올해 8월부터 9월까지 핀란드 헬싱키에 머물며 “HIAP 큐레이터 레지던스” 사업에 참여했다. 본 사업은 헬싱키 지역 예술가 및 예술단체와의 협동작업을 통해 관객 참여행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사업이다. 

성용희 큐레이터는 핀란드 헬싱키의 분위기는 대단히 자유롭다고 이야기했다. 담당자가 특별하게 관리하고 강조하는 게 없어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 는 강제성이 전혀 없다는 것. 그런 환경이다 보니 오히려 죄책감이 들어 일을 더 열심히 한 것 같다고 성용희 큐레이터는 너스레를 떨었다. 

<성용희 큐레이터. 사진 = 육준수 기자>

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에 대해서도 관대하다고 성용희 큐레이터는 말했다. 때문에 카페 등의 공공장소에서 애견과 함께 있는 주인을 쉽게 볼 수 있다는 것. 성용희 큐레이터는 이런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영감을 받아 “타자에 대한 실질적 환대” 를 주제로 하여 개나 고양이를 초청한 전시를 기획하기도 했다. 강아지나 고양이 등에 대한 환대가 이루어진다면 사회적 약자 역시 환대할 수 있게 되리라 생각했다는 것. 이렇듯 성용희 큐레이터는 국내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해외의 모습들을 통해 새로운 창작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한 가족에 대한 관용도가 높아 가족과 함께 작업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고 성용희 큐레이터는 이야기했다. 일례로 한 강연자의 자녀가 강연장 내부를 뛰어다니는데도 아무도 비난하지 않았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것이 부담스러운 예술가라면 검토해볼 가치가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성용희 큐레이터는 실제 생활에서의 조언도 덧붙였다. 한 달 교통비가 십오만 원에 육박할 정도로 비싼 반면, 데이터 요금은 한국보다 저렴하니 명심하라는 것이다. 

한편 본래 문학 분야의 프로그램이었던 “극지연구소 협력 아라온호 승선 레지던스 사업” 은 올해부터 시각예술 분야에 적용되었다. 이 사업은 극지연구소 쇄빙선인 아라온호의 선실 하나를 빌려 예술 활동을 진행하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이다. 문화예술위 관계자는 이 사업의 경우 배정된 공간이 좁으니 설치미술 등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작업보다는, 회화 등의 작업을 하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추천했다. 

공연예술 

공연예술 분야의 예술인 홍윤경 배우는 올해 6월 중 12일간 이탈리아에 머물며 “예지 그로토프스키 – 토마스 리차드 워크센터” 사업에 참여했다. 본 프로그램은 폴란드의 가난한 연출가 예지 그로토프스키의 연극 이론 “수단으로서의 연극” 을 제자인 토마스 리차드가 계승하여 진행하는 워크숍이다. 

홍윤경 배우는 본 프로그램은 단순히 신체훈련에 집중한 훈련을 지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로토프스키의 이론에 의하면 신체의 움직임은 그저 운반수단에 불과하다는 것. 물론 행동을 다루는 훈련 파트가 있지만 그것을 통해 배우의 본질을 보다 정직하고 순수하게 탐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게 홍윤경 배우의 설명이다. 

<홍윤경 배우. 사진 = 육준수 기자>

홍윤경 배우는 워크샵 첫 날에는 3분가량의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된다고 이야기했다. 때문에 자신의 작품과 어울리는 의상을 최대한 챙기라고 조언했다. 

주요 과정은 노래와 움직임, 텍스트였다고 이야기했다. 노래와 움직임은 배우 개인의 기량 신장을 위한, 텍스트는 배우가 자신이 예술가로서 무엇을 연기하려 하는지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과정이다. 홍윤경 배우는 이런 교육 과정을 통해 예술가 스스로가 자신의 내면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날 행사는 많은 예술인들의 관심 속에서 성료 되었으며, 설명회 이후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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