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산동도서관마을 홍세화 작가 초청강연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나" 사진 = 박도형 기자>

[뉴스페이퍼 = 박도형 기자] 지역 주민과 다양한 문화 행사를 통해 만남을 갖고 있는 구립 구산동도서관마을이 사회운동가 홍세화씨를 초청해 인권을 주제로 하는 강연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나?”를 12월 15일 저녁 7시 30분에 구산동도서관마을 3층에서 개최했다. 

이날 초청되어 청중과 이야기를 나눈 홍세화씨는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 “생각의 좌표”,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등의 저서를 내며 작가로도 활동한 사회운동가이다. 과거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진보신당의 당대표를 지내기도 했으며, 현재는 생계형 범죄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장발장 은행”의 장으로 활동해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을 돕는 인권운동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철학가 데카르트와 스피노자가 말한 '생각'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홍세화 작가 사진 = 박도형 기자>

청중의 앞에 선 홍세화 작가는 “모든 주제에 접근하기에 앞서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나? 가 1차적으로 살펴야할 지점”이라 말하며 강연의 제목을 청중에게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인권문제를 다루는 것 또한 의식의 문제로 빚어진 것”이라 말하며 의식과 생각에 대한 점검을 한 이후에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대해 홍세화 작가는 데카르토와 스피노자가 말하는 생각의 차이를 설명하며 청중들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우선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인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인용하며 이 말이 뜻하는 생각은 “회의하다. 의문을 품다”를 뜻하며 “고착화된 현상에 대해 의문을 품으며 성찰하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스피노자가 말한 생각의 성질에 대해 “그가 말한 생각의 성질은 바로 의식 속의 결과물. 즉, 고집”이라 말하며 주입식 암기교육을 바탕으로 교육이 진행되는 한국사회가 회의하지 않는 과정을 거쳐서 갖게 되는 생각들로 지배되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한국 교육의 방식이 개인이 주체적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는 홍세화 작가 사진 = 박도형 기자>

홍세화 작가는 “생각이 한 개인의 삶을 지배”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개인의 생각의 세계가 어떻게 자신의 것으로 갖게 된 것인지, 어떤 경로로 들어온 것인지 스스로 묻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이 질문과 만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며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기 어려우며 이로 인해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설득이 안 되는 한국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함을 청중에게 전했다. 

이어서 그는 이런 배경이 된 것에 대해 점검하기 위해 가정과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과정을 돌아보자고 이야기했다. 우선 가정교육에 대해서 “우리는 아이들이 왜? 라고 묻는 질문을 경계한다”며 “의문을 품고 회의를 하는 아이들에게 그냥 ‘어른이 되면 다 알아’하며 질문을 원천 차단해버린다”고 이야기했다. 

이런 모습은 학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고 홍세화 작가는 설명했다. 답을 가지고 있는 자연과학수학에 비해서 인문사회과학은 어떤 정체성이냐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수 없는 학문들인데도 불구하고 사유와 논리의 과정 없이 오로지 주입으로만 교육이 된다며 “사형제도에 대해 토론을 하기보다 사형제도가 폐지가 된 나라를 고르시오”라는 식의 교육만이 남아있는 현 상황을 비판했다. 

그리고 이런 교육을 바탕으로 생성된 생각들은 매스미디어를 통해 흡수한 생각과 국가 권력을 통해 만들어진 교육 방식으로 만들어진 주입된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흡수하고 주입받는 의식세계는 무비판적이고 지배계층에 복종하게 되는 현상을 만든다며 이런 방식은 “정부에 무비판적이고 복종하게 되는 이들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적에 두고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소수를 억압해야만 사회가 유지된다”는 사실을 지배계층이 알고 있기 때문에 진행될 수 있었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괴물같은 인간은 얼마 없지만 가장 무서운 사람은 절대 다수인 보통 사람들이라는 홍세화 작가 사진 = 박도형 기자>

국가적인 시각에서 사회의 안정화를 위해 소수를 억압하는 것은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로 일어난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사회적으로 핍박받는 소수자가 형성되는 이유가 차이로 인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인간이 우월성을 확인하고자 하는 모습”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우월성을 확인한 인간은 결국 절대 다수의 속에 속하며 합리화의 과정을 거치는데 이것이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폭력으로 이어지는 현상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체감할 수 있다고 홍세화 작가는 말했다. 과거에서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영남과 호남의 대립,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 인종에 대한 차별, 종교에 대한 배제 등 이런 문제들이 차이로 인해 발생하며 차별과 억압, 배제의 근간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홍세화 작가는 “사유의 과정과 성찰의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사회의 유지를 위해 주입되고 흡수된 생각들은 결국 “절대 다수, 우위 계층을 위한 것”이라 설명하며 “차이에 의한 다름을 원천 배제”시켜 버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가장 폭력적으로 나타난 것이 독일 나치세력이 유태인을 말살했던 과정임을 설명하며 “주입된 생각이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강력하게 보여준 예”라고 설명했다. 

강연을 마치며 홍세화 작가는 “사람들 중 괴물이 아주 없지는 않다. 그런데 그 숫자가 많지 않아서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 위험한 사람들은 보통사람들이다”라는 말을 전한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책의 저자 프리모 레비의 말을 전하며 “다수의 사람이 괴물이 되는 상황이 가장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