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퍼는 구정을 맞이해 윤성희 작가에게 "설날에 선물하고 싶은 책 한 권" 을 추천받았다. 윤성희 작가는 레이 브래드버리 소설집을 추천했다.

 



윤성희 작가는 1973년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나 1999년 단편소설 "레고로 만든 집" 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데뷔했다. 황순원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계속해서 소설 쓰기에 매진 중이다.  

윤성희 작가가 추천한 책의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1920-2012)는 20세기 SF 문학의 입지를 주류 문학의 위상으로 끌어올렸다고 평가받는 SF문학의 거장이다.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그의 작품 세계는 SF 문학을 넘어 일반 문단까지 광범위한 독자층을 거느렸다.

추천사

"중서부에 사는 한 소년이었던 시절, 나는 밤마다 밖으로 나가 별을 바라보며 온갖 의문을 품곤 했다. 아마 모든 소년들이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별을 보고 있지 않는 동안에는, 오래 신었거나 새로 산 운동화를 신고 달리거나, 나무에 매달리거나, 호수에서 수영을 하거나, 마을 도서관에 틀어박혀 공룡이나 타임머신에 대한 책을 읽곤 했다."

레이 브래드버리는 1962년에 출간한 소설집 "R은 로켓의 R" 의 작가의 말에 이렇게 적었다. 나는 이 글을 30여 년이 지난 2015년 어느 날 읽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십 대 시절 이 책을 읽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그랬다면 전혀 다른 결의 작가가 되지 않았을까, 하고. 나는 별을 바라보거나, 나무에 매달리거나, 운동화를 신고 달리던 소녀는 아니었지만 (그리고 오늘날 대한민국에는 그런 청소년은 더더욱 찾아보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길에 버려진 물건들만 봐도 온갖 이야기를 지어내던 아이였다. 방 귀퉁이에 등을 기대고 소설책을 읽으면서 온갖 의문을 품던 아이였다. 그 '온갖 의문을 품던' 아이였을 때 레이 브래드버리를 만났다면 나는 단연코 이 책을 학창시절 내내 품고 다녔을 것이다.

레이 브래드버리 단편선은 과거가 궁금하고, 현재를 달려가고, 미래에 기대를 품은 소년이 청년이 되어 쓴 단편 소설 32편이 들어있다. 그 모든 단편들이 한 사람이 쓴 것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넘나든다. 그러나 이 소설집에 놀라운 것은 그 상상력이 아니라 그 상상력이 주는 아름다움이다. 

얼마나 아름답냐고? 단편 '로켓' 에는 화성여행을 떠나기 위해 가족들이 제비뽑기를 하는 장면이 있다. 이들에겐 단 한 사람만이 화성 여행을 할 돈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돈도 6년 동안 저축을 해서 겨우 모은 것. 하지만 당첨이 된 가족은 남은 가족들의 얼굴을 쳐다보며 포기한다. 결국 이 가난한 가족의 가장이 선택한 방법은 모형 로켓을 사는 일. 그 가짜 로켓에 아이들을 태워 아버지는 가짜 화성 여행을 떠난다. 로켓 창으로는 화성과 화성 위성들의 영상이 흘러가고,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귀를 쫑긋 세우고 모든 소리를 듣거라. 로켓의 냄새도 잘 맡아보고 느끼고 기억하는 거야. 돌아와서는 평생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말이다." 아이들은 가짜 우주여행의 비밀을 알아차렸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말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아야 진짜 여행을 갔다 왔다고 믿을 수 있으니까. 

나는 이 소설을 읽을 때마다 생각한다. 날지 못하는 모형 로켓 안에서 달을 보고, 물고기처럼 헤엄치는 유성을 만나고, 화성에 도착하는 상상을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소설이 줄 수 있는 이야기의 아름다움이라고.  

키워드

#N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