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상승 막는 두가지 변수

주요 산유국들이 ‘치킨게임’을 멈추고 줄줄이 감산에 합의했다. 국제 유가는 오랜만에 배럴당 50달러를 회복했다. 시장은 미국 경제가 회복되면 유가가 더 뛰어오를 것으로 봤다. 그런데 올해 국제 유가 흐름이 심상치 않다. 뛰어오르기는커녕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시장은 두가지 원인을 주목한다.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웃돌고 있다. 지난해 초 2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던 걸 감안하면 놀라운 상승세다. 유가 상승을 견인한 건 ‘감산 합의’다. 지난해 11월 석유수출국기구(OPEC) 14개 회원국은 하루 120만 배럴 감산에 합의했다. 러시아ㆍ멕시코 등 OPEC에 가입하지 않은 산유국 11개도 일 평균 원유 생산량을 55만8000배럴 줄이기로 약속하면서 유가는 상승세를 탔다. 배럴당 40달러대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감산 소식과 함께 바로 50달러대로 치솟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기로 한 뒤에도 50달러 선을 지켜낼 정도로 견고한 흐름이었다.

이제 시장은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눈치다. 올해는 60달러대도 뚫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이런 기대를 부추기는 건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움직임이다. 트럼프는 1조 달러(약 1170조원) 규모의 인프라 건설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 공언했다. 미국의 경기가 회복되면 에너지 수요 확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런데 이게 웬걸. 감산이 시작된 새해 유가는 5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상승 무드를 이어갈 줄 알았던 WTI는 되레 백스텝을 밟고 있다. 유가 상승의 발목을 잡는 원인은 두개다. 첫째는 불신이다. 시장은 OPEC 감산합의가 계획대로 준수될 수 있을지를 의심하고 있다. ‘과거 전력’ 때문이다. OPEC는 2000년 이후 최근까지 모두 10번의 감산합의를 발표했다. 문제는 감산합의 이후 생산량이 실제로 감소하기는커녕 증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감산 합의에 강제성이 없는데다 OPEC 회원국 대부분이 열악한 재정여건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원인은 미국이 원유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배럴당 70달러가 넘던 미국 셰일오일의 생산단가가 기술 발전으로 30~40달러대 수준으로 낮아진 영향이 크다. 더구나 미국은 민간에서 원유를 생산한다. 원유생산 시스템이 국유화돼 있는 다른 산유국과 달리 시장원리에 따라 산유량이 연동된다.

실제로 미국 셰일 오일 시추장비 숫자는 증가세다. 미국 유전서비스 업체 베이커휴즈 집계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가동 중인 시추장비수는 529개다. 2015년 12월 이후 최대 규모다. 언제든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채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유가가 60달러대로 오르면 셰일 생산량도 치솟아 유가를 다시 주저앉힐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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