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2월 27일 이대 인근에 위치한 ‘위트 앤 시니컬’에서는 현대문학과 위트 앤 시니컬이 콜라보레이션을 이룬 “핀 시리즈 라이브 낭독회”가 진행되었다. 

<시집 서점 위트 앤 시니컬. 사진 = 육준수 기자>

위트 앤 시니컬은 ‘오늘 아침 단어’의 저자 유희경 시인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시집 전문 서점으로, 이곳에서 진행되는 낭독회에는 “시인보다는 시가 주인공이 되면 좋겠다”는 유희경 시인의 철학이 녹아있다. 

“핀 시리즈 시인선 vol.1”은 현대문학이 선정한 “한국 문학에서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의 시집 여섯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섯 작가는 이장욱, 박상순, 이기성, 김경후, 유계영, 양안다이며, 핀 시리즈는 어디든 들고 다닐 수 있는 아담한 사이즈와 개성적 디자인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한눈에 받고 있다. 또한 작품 말미에는 각 시인들이 ‘공간’이라는 공통된 테마 아래 써내려간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어, 그 매력을 배가시킨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낭독회에는 1994년 ‘현대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데뷔해 시집 ‘내 잠 속의 모래산’과 ‘정오의 희망곡’ 등을 펴낸 이장욱 시인과, 1991년 작가세계를 통해 데뷔해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와 ‘마라나, 포르노 만화의 여주인공’ 등을 펴냈으며 미당문학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박상순 시인이 참여했다. 

이장욱 시인은 신간 시집 ‘동물입니다 무엇일까요’에 수록된 시 ‘생활 세계에서 추천가기’, ‘의상’, ‘주거지에서의 죽음과 행정적 처리들’, ‘원숭이의 시’ 등 일곱 편을 낭독하고, Rhye의 Please를 선곡해 독자들과 함께 들었다. 

<시를 낭독하는 이장욱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또한 박상순 시인은 신간 시집 ‘밤이, 밤이, 밤이’에 수록된 표제작 ‘밤이, 밤이, 밤이’와 ‘김은은 선생님은 바빠요’ 등의 시를 낭독하고,‘너 혼자’(서정선 곡, 진성원 테너, 박상순 시)를 선곡해 독자들과 함께 들었다. 

<박상순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낭독을 마친 이장욱 시인은 “여기 처음 와서 시집을 받아봤다.”며 “(책이) 굉장히 가볍더라. 핀 시리즈라고 하는데 이름부터 일단 마음에 든다. 가벼우면서도 정확하고, 다른 느낌을 준다.”고 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핀 시리즈가 “내가 2년간 어떤 문장을 써왔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어 “스무 편 정도가 모인 얇은 시집”인 핀 시리즈에 대해 “음악 음반 발매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문학으로 적용하면 한 번씩 문예지에 발표하는 것은 싱글 앨범, 핀 시리즈는 EP 앨범 비슷한 느낌”이라는 것. 이장욱 시인은 이렇듯 “핀 시리즈가 출판사들의 시집 발간하는 형태를 다양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상순 시인은 “저는 시를 잘 못 써서 시집을 내려면 십년 넘게 걸리는데 (핀 시리즈 덕분에) 빨리 나왔다.”며 핀 시리즈가 “우리 문학의 새로운 장을 펼쳐 보이는, 컬러를 만들어 나가는 데에도 좋은 역할을 해줄 거라 믿는다.”고 전했다. 

<유희경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시인들의 간단한 소감 전달 후, 사회를 맡은 유희경 시인은 이장욱 시인에게 수록 에세이의 테마 공간이 ‘동물원’인 이유를 물었다. 이장욱 시인은 “산문 쓸 때는 내가 호감을 갖고 애정을 가진 대상에 대해 쓰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며 “시에도 동물이 많이 나와 동물 쪽으로 쓰고 싶다고 허락을 구해서 쓴 것.”이라고 답했다. 

이장욱 시인은 “구십년 대쯤까지는 고요하고 정적, 본질 안에서 삶에 대한 깊은 사유를 이끌어내는 식물성 시”가 주류에 가까웠던 반면 “이천년 대 이후로는 고양이를 필두로 한 동물성의 느낌의 시”들이 많이 써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게 삶의 감각의 변화와 연관이 있는 것 같다.”며 “제가 느끼는 세계에 대한 감각이 식물적인 것보다는 유동적이고 역동적이고, 사멸하고 죽고 욕망하는 것들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이장욱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하지만 “동물원도 이제 많이 낡게 느껴진다.”는 생각도 들곤 한다며, 이장욱 시인은 “앞으로 광물성의 시, 무생물의 시 등, 시의 내적 기질이 다양하게 펼쳐지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박상순 시인은 한 독자로부터 “‘했음’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박 시인은 자신이 “사변적 진술과 감정적 진술, 또 시적인 내용에 대한 발단과 결론에 대한 연원”을 차단하는 데에 반해 “시의 형식적인 표현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시적 대상들이 “언어를 통해 어떻게 새로운 차원의 상상력으로 거듭나느냐.”가 중점이기에 “수식어를 꾸며주는 것 없이 바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여러 문체들을 사용하게 됐다는 것. 

<박상순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핀 시리즈 라이브 낭독회에는 문학을 사랑하는 많은 독자들이 참여했다. 독자들은 잔여 시간을 이용해 이장욱 작가에게 별자리를 묻거나 시집을 구입하였으며, 행사가 끝난 뒤에는 두 작가에게 사인을 받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독자에게 사인을 해주는 이장욱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한편 ‘핀 시리즈 라이브 낭독회’는 오는 3월 6일 ‘위트 앤 시니컬’에서 2회차를 진행할 예정이며 이기성, 김경후 시인이 참여한다.

<시집 '동물입니다 무엇일까요', '밤이, 밤이, 밤이'.사진 = 육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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