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나란히 첫 시집을 낸 두 시인의 낭독회가 27일 홍대 땡스북스 2층 갤러리에서 진행됐다. 이번 낭독회에서는 작년 12월 첫 시집 “책기둥”을 선보인 문보영 시인과 2월 “조이와의 키스”를 내놓은 배수연 시인이 참여해 젊고 생생한 감각으로 만들어낸 시집을 소개했으며, 김나영 문학평론가의 사회로 작품 세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문보영 시인은 2016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데뷔했다. 시집 “책기둥”은 “전위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함과 이야기 형식으로 써내려 간 매력적이고 독자적인 언어로 가득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 시인은 시집에서 수학 공식이나 도형을 사용하거나, 희곡처럼 인물들의 대사를 삽입해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2013년 문학수첩을 통해 데뷔한 배수연 시인의 첫 시집 “조이와의 키스”는 ‘조이’라는 시적 자아가 돋보인다. 독자는 슬픔과 기쁨이 뒤섞인 삶의 시간을 보내는 ‘조이’를 마주하고, 배수연 시인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게 된다. 

낭독회에서 두 시인은 첫 시집을 낸 감상, 시인이 된 과정, 시 속의 여러 이미지 등 시에 대한 여러 생각을 이야기했으며, 서로 다르면서도 비슷한 매력을 선보였다. 

첫 시집을 낸 감상으로 “‘성의를 다 했나’라는 후회 같은 게 들었다.”고 밝힌 배수연 시인은 “어린이집을 가는 아이를 뒤에서 지켜보며 대견하면서도 애처로운 느낌”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먼저 시집을 낸 최지인 시인으로부터 “나오면 못 고치기 때문에 또 보고, 계속 봐라.”는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막상 시집을 내니 빠뜨린 시가 있어 후회스럽다는 것이다. 한편 문보영 시인은 “시집을 내고 나니 홀가분하다”며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낭독회를 할 때에나 읽어본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시인들은 일반적으로 새 시집이 나오면 몇 권 씩 가지고 다니지만, 문보영 시인은 첫 시집이 너무 무거워서 가지고 다니지 못하겠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을 선사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두 시인은 먼저 시집의 가장 첫 시를 펼쳐 낭송해보였다. ‘여름의 집’을 낭송한 배수연 시인은 ‘여름의 집’을 첫 시로 둔 이유에 대해 “독자들이 책을 펼쳐 처음 시를 만났을 때, 가장 부드럽고 편하게 시집으로 초대해줄 수 있는 시라 생각했다.”며 특히 “이 시가 음악을 듣고 영감을 받아 썼기에 읽었을 때, 낭송했을 때 리듬감이 강해지는 것 같다.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고, 사람들을 시집으로 초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오리털 파카신’을 낭송한 문보영 시인은 시 속에 죽음, 신 등에 대한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에 “뭔가를 쓰는 행위는 뭔가를 망각하는 행위와 비슷한 것 같다.”고 답하기도 했다. 죽음에 관해 두려움을 갖고 있고 죽음을 생각하며 우울증에 빠지기도 했다는 문 시인은 “죽음이라는 거창한, 어떻게 보면 무거운 주제를 외면하고 살았던 것 같다. 죽음이 두렵고, 모생각하기 싫으니, 오히려 그것에 대해 계속 쓰고 망각하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시를 낭송한 후 시에서 사용된 상징, 이미지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도 마련됐으며, 두 시인이 어떻게 시를 쓰게 됐는지 계기를 말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국문과나 문예창작과를 나오며 작가가 되는 일이 많지만, 두 시인은 문학과 관련이 적은 학과를 졸업했다는 점도 돋보인다. 문보영 시인은 고려대 교육학과를 졸업했고, 배수연 시인은 이화여대에서 서양화와 철학을 전공했다. 

문보영 시인

문보영 시인은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뀌게 된 것 같다.”며 원래는 국어선생님이 되려했다고 이야기했다. 우연히 소설 수업을 듣게 되었다고 밝힌 문보영 시인은 수업의 강사인 시인으로부터 시를 쓰는 법을 배우며 시가 너무 좋아졌다고 말했다. 문 시인은 시를 좋아하게 된 이유로 “자기소개서를 싫어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기소개서는 설명과 증명으로 이뤄져 있고, 저는 설명을 잘 못한다. 시를 공부하며 처음 문예지를 보게 됐는데, 문예지의 작가들이 다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도, 설명하지 않는 방식으로 무책임한 문장을 툭툭 던지는데 오히려 그 사람이 더 잘 이해되는 게 재밌었다.”며 “설명을 못하는 사람인 나는 시를 쓰는 게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마이크를 잡은 배수연 시인

배수연 시인은 자신이 시를 쓰게 될지 전혀 몰랐고 등단을 하고 나서 문예지를 알았을 정도로 문외한이었다고 고백했다. 등단하고 시상식에서 존경하는 시인이 누구냐는 질문에 교과서에서 본 시인의 이름을 답했다는 배수연 시인은 “한 가수가 라디오에서 상식을 몰라 지탄을 받은 적이 있는데, 자신이 그렇게 될까봐 항상 가시밭길이었다”고 토로했다.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미술작가를 할 용기가 없어 임용고시를 오랫동안 준비했다는 배 시인은 “힘들 때 메모장에 뭔가를 막 썼는데 나중에 보니 시 같았다. 잡지를 보던 도중에 시에 상을 준다는 말을 보고 시인이 되었다.”며 시를 쓰게 될 줄은 몰랐다고 이야기했다. 

이제 막 첫 시집을 내놓은 시인들이지만 다음 시집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풀어보는 시간도 이어졌다. 문보영 시인은 “다큐멘터리를 좋아하기에 르포적인 성격의 시가 존재할 수 있다면 그걸 어떻게 쓸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며 “소설계에서는 유행하는 느낌이 드는데 시에서 한다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학교 미술 선생님이기도 한 배수연 시인은 다음 시집으로 청소년 시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소년 소설은 장르가 안정되고 좋은 작품이 많이 있지만 시집은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것 같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보면 소설은 읽지만 시는 여전히 윤동주”라며 “학생들이 현대시의 독자로 성장할 수 있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할 청소년시를 쓸 생각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낭독회에는 30여 명을 넘는 독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마무리됐으며, 낭독회가 끝난 이후에는 사인회가 이어졌다. 낭독회를 주최한 민음사는 #Dear_Poet이라는 제목으로 낭독회를 이어오고 있으며, 배수연, 문보영 낭독회를 시작으로 여러 시인들이 참여하는 행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민음사 북클럽과 릿터 정기구독 회원이면 20% 할인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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