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창작공연 극단 ‘이야기가’는 지난 4일 혜화역 인근에 위치한 선돌극장에서 ‘2017 서울문화재단 청년예술인 창작지원사업 최초예술지원’을 받아 제작된 연극 ‘에라, 모르겠다’를 초연했다.

<연극 ‘에라, 모르겠다’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연극 ‘에라, 모르겠다’는 먼지 가득한 공사현장에 처음 출근한 주인공 부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노동에 지쳐 주저앉은 부현의 앞으로, 발을 헛디딘 한 사내가 추락한다. 당장 구급차를 불러야 할 상황이지만, 주변에 모여든 인부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모면해야 할지에 대해서만 논의한다. 부현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인부들과 대립하게 된다. 

작품의 극작 및 연출을 맡은 최재성 연출가는 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사회 구성원으로서 시스템 안에 들어간 인간들”이며, “사회로부터 부여 받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만 급급하다고 이야기했다. 때문에 정해진 틀 안에서만 서로를 물어뜯는 답답한 상황이 연출된다는 것. 최 연출가는 “사회적 모순은 사람들을 서로 대립하게 만든다.”며 늘 이 점을 안타깝게 여겨왔다고 밝혔다.

<연극 ‘에라, 모르겠다’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최재성 연출가가 말하는 사회적 모순은 무엇일까? 

최 연출가는 평소 뉴스를 통해 사회지도층에 속한 정치인들이,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불가피하다.”는 식으로 답변을 회피하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렇듯 불가피하다는 말이 즐비한 이 사회에서, “사람들이 과연 어떻게 살아가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즉 ‘문제에 대해 회피하려고만 하는 사회’는 각 개인을 “문제가 생겼을 때,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 키워낸다는 비판이다.

<연극 ‘에라, 모르겠다’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주인공인 부현 역시 사회의 시스템 안에 들어온 개인이다. 때문에 추락한 사내가 벌떡 일어나 던지는 “출구가 어디냐”는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 여기서의 ‘출구’는 사회가 만들어놓은 시스템 혹은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타개책을 의미한다. 부현은 어느 누구에게서도 ‘출구’의 존재를 듣지 못했으며, 자신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고만 교육 받았다. 때문에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어도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 

부현은 계속해서 사회로부터 압박 받으며, 시스템을 따르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때 부현에게 강렬하게 다가오는 메시지가 바로 작품의 제목인 ‘에라, 모르겠다’이다. 부현은 자신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벗어던지고, 사내와 함께 시스템에서 벗어나려 한다. 과장된 몸짓을 취하며 “위옹위옹, 비키세요!”라고 앰뷸런스의 소리를 흉내 내며 말이다. 

<연극 ‘에라, 모르겠다’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최재성 연출가는 이런 부현의 행동이 관객들에게 이상하게 비춰지게끔 연출했다고 밝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체계에서 벗어나려 하는 사람에게 “독특한 사람”이라는 눈총을 보낸다는 것. 또한 그렇기에 배우들에게 어둡고 처절한 연기가 아닌 유쾌한 연기를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최 연출가에게는 모난 이를 독특하게 바라보는 상황 속에서, 테두리를 벗어나려면 유쾌하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최재성 연출가는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은 언제나 두렵게 느껴진다고 이야기했다. 희곡을 쓰고 연습을 하다보면 “이것이 가치가 있는 것인가”라는 고민이 들어서이다. 그러면서 최 연출가는 사회와 그 안에서 가치를 찾아가는 인간에 대한 탐구를 그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연극 ‘에라, 모르겠다’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한편, ‘2017 서울문화재단 청년예술인 창작지원사업 최초예술지원’에 선정된 연극 ‘에라, 모르겠다’는 오는 15일까지 선돌극장에서 공연을 진행한다. 공연 시간은 평일은 오후 8시, 토요일은 오후 4시와 7시, 일요일은 오후 4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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