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5.18민주화항쟁 38주년 오월문학축전 “오월의 나무에서 통일의 꽃을 보다”가 지난 19일 5.18민주화운동 기록관에서 개최됐다. 이를 맞아 식전행사로는 오월문학포럼 “통일을 대비하는 오월문학 : 오월문학사 정립을 위한 문학포럼”이 진행됐다. 

포럼의 사회는 채희윤 광주여대 교수가 맡았으며 이승철 시인과 박몽구 시인, 김영삼 전남대 국문과 강사가 참여했다. 이날 포럼은 ‘5월시’ 동인 활동의 의미와 ‘민중문학담론’ 속에서 소외된 작품들을 짚으며, 오월 문학의 흐름과 향후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오월시 동인 활동의 업적과 반성 
오월 소재의 작품은 출발점이지, 완성된 지점이 아니다 

<이승철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이승철 시인은 80년 5월 항쟁 이후 광주의 작가들은 “세상을 떠난 이들은 나를 대신해서 죽었다.”는 부채의식을 가진 채, “광주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폭동이라는 유언비어와 싸웠다.”고 이야기했다. 김준태 시인이 80년 6월에 발표한 최초의 5월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와 81년 7월 출범한 ‘5월시’ 동인 등이 바로 그 투쟁의 예다. 

박몽구 시인은 젊은이들을 주축으로 개진된 문학운동인 5월시 동인에서는 “80년 5월을 어떻게 문학화하고 그 진실을 대중과 공유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그러며 그 논의의 결과물인 5월시 발간물은 광주 뿐 아니라 전국으로 퍼져나가, 군인들의 강압 하에 신문 보도마저 금기시되던 시절 “신문과 방송을 대신해 광주민중항쟁의 진실을 널리 퍼뜨리는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5월시 동인 활동이 단순히 시단 활동에 그치지 않고, 사회 운동 단위로 확대되었다는 설명이다. 

<박몽구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이에 대해 이승철 시인은 5월시를 통해 광주의 소식을 접한 타지의 작가들은 그 아픔을 자기화했다며, “사실상 80년대의 모든 문학은 5월로부터 출발”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직간접적인 5월의 경험은 작가들이 민주화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기에 “80년 5월의 전국화, 세계화에도 문인들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5월시 동인이 성과만을 거둔 것은 아니었다. 박몽구 시인은 “지금까지의 오월문학은 피해자나 유가족들의 상처에 대해 예민하고 깊은 형상화는 하지 못했다.”는 점을 반성해야 한다며, 성숙화된 관점에서 오월을 다루기 위해서는 “오월 소재의 작품은 출발점이지 완성된 지점이 전혀 아니다.”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철 시인은 한강 소설가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가 서사적으로 큰 성과를 거뒀다고 언급하며, 시에서는 아직 본격적인 서사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며 시인들의 각성이 있어야 “오월문학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민중문학담론과 그 속에서 소외된 문학작품들 

김영삼 강사는 80년대에 등장한 민중문학담론은 “민중 자신이 문학의 생산자여야 하고, 민중의 현실을 고발하고, 민중들이 사건을 겪은 후 의식적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배타적 규정을 가지고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때문에 이런 담론 내에서 5.18은 민중을 부각하기 위한 부수적 요소로 사유됐으며, 노동자나 농민의 이름을 얻지 못한 이들(지식인, 구두닦이 등)은 타자로 사유됐다고 전했다. 5.18을 다룬 초기 소설 속 ‘증언의 목소리’들은 담론의 바깥으로 배재됐다는 것. 

<김영삼 강사. 사진 = 육준수 기자>

예컨대 윤정모의 ‘밤길’은 신부와 요섭이라는 두 인물이 광주의 진실을 외부로 알리기 위해 밤길을 떠나는 작품이다. 김영삼 강사는 여기에서 요섭이 보여주는 패배의식과 열패감, 신부의 불안감 등은 사건을 당한 자들이 느낄 수밖에 없는 무력감이지만, 당시 최원식 평론가는 “광주항쟁의 소설화”라는 글에서 지식인의 소시민적 고뇌로 다소 폄하했다고 말했다. 

임철우의 ‘봄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봄날’에는 5.18 당시 누군가 자신의 집 뒷문을 두드리지만, 문을 열어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는 ‘상주’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김영삼 강사는 이렇듯 임철우의 작품에는 미안함을 주는 자(문을 두드린 자)와 그것을 받는 자(상주)가 등장한다며, 이는 작가의 체험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철우는 항쟁 당시 도청 앞에 나갔으나, 총을 지급받는 과정에서 군인이 정말 광주의 적이며 그들을 쏘는 것이 항쟁의 핵심인가에 대해 고민하다 끝내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부채감으로 남아 임철우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것. 하지만 김영삼 강사는 ‘봄날’은 당대의 문학비평에서 이런 부분은 조명받지 못한 채, “왜 도대체 정신병리학적 측면에서 오월을 사유하느냐. 개인적 서사에서 그치는 것은 진정한 리얼리즘이 아니다.”라는 가혹한 비평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영삼 강사는 민중문학담론은 오월문학의 틀을 만들어두고, 틀 밖의 나머지는 타자적으로 사유했다며 이것이 5월 소설의 침체론을 불렀다고 진단했다. 그러며 이는 ‘민중’이라는 언어가 자기 몫을 가지지 못하고 오히려 제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은폐시킨 꼴이 됐다고 전했다. 

<발제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때문에 김영삼 강사는 문학은 “사건 이후 살아남은 자들의 감각이 무기력이나 부끄러움, 수치, 우울함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표현함으로 인해 경험하지 못했던 수많은 사람들과의 공감과 공동체를 확보해야 한다. 그곳에 문학의 초소가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한 문학이 단순한 재연이나 증언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되며, “사건 이후의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추가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5.18문학포럼은 오월문학축전에 참여한 많은 문학인들의 관심 속에서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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