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발표가 진행 중이다 <사진 = 김상훈 기자>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2018 책의 해 조직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제3차 책 생태계 비전 포럼 – 저자의 탄생”을 5월 31일 오후 2시 홍대입구역 근처에 위치한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 니꼴라오홀에서 개최했다. “책 생태계 비전 포럼”은 책 생태계의 각 부분을 점검해보는 포럼으로, 이번 포럼의 주제는 ‘저자의 탄생’이었다. 포럼에는 출판사 대표, 에이전시 대표, 저자, 출판평론가 등 출판계 관계자들이 참여하여 어떻게 저자를 발굴하는가부터 저자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등 저자에 관한 다각도의 발표가 이뤄졌다. 

행사에 앞서 2018 책의해 정은숙 집행위원장은 “저자가 출판인의 활동을 아름다운 간섭이라고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국내 저자분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 등의 화두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자리”라고 행사를 소개했다. 

발표 중인 박천홍 실장 <사진 = 김상훈 기자>

첫 발표는 최근 “활자와 근대”를 펴낸 박천홍 작가가 맡았다. 박천홍 작가는 “저자되기와 저자로 살기”라는 주제로 저자로서 살아가는 일과 독자와의 관계맺기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저자의 완성은 독자”라고 강조한 박천홍 작가는 “독자는 저자의 미래이기도 하다. 읽기가 없다면 쓰기도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마찬가지로 쓰기가 없다면 읽기도 불가능하다. 읽기와 쓰기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안과 밖을 구분할 수 없는 하나.”라고 이야기했다. 

발표 중인 김형보 어크로스 대표 <사진 = 김상훈 기자>

어크로스의 김형보 대표는 “외서와 국내서 중 어느 쪽이 유리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발표를 시작했다. 답은 국내서인데, 이는 번역료가 들지 않는다는 점과 국내에 저자가 있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저자가 국내에 있다는 점은 저자가 참여하는 사인회, 강연회, 북토크 등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과 지인들이 책을 응원할 수 있다는 점, 언론 인터뷰를 잡기도 훨씬 쉽다는 등의 장점을 갖는다. 실제로 김형보 대표가 제시한 교보문고 연도별 베스트셀러 30위권 내 국내서의 비중은 과학 분야를 제외하면 60%가 넘었으며, 경제경영의 경우는 70%가 국내서에 해당했다. 

과학 분야(23.3%)를 제외하면 외서로 베스트셀러를 꾀하는 것은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여전히 출판사는 외서를 출간하고 있다. 김형보 대표는 “안정적인 원고 수급의 문제” 때문으로 보았다. 출판 경영의 기본이 되는 출간 계획 수립은 원고의 적절한 수급에 달려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원고를 수급하려면 외서를 출간할 수밖에 없다. 다른 이유로는 출판계 후발 주자들이 검증된 국내 저자의 원고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형보 대표는 “국내서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지만, 그것만을 바라보며 운영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와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크로스 출판사의 사례를 설명한 김형보 대표는 “출판사가 지속 가능하려면 함께 작업하고 함께 원고를 만들어내는 국내저자가 많이 포진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저자들에 의해 생성되는 지적네트워크와 관계가 출판사를 지속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아닐까 생각했다.”며 “편집자와 저자가 출판이라는 가치를 공유하며 우정의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가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사진 = 김상훈 기자>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는 서구 출판계의 저자 매니지먼트 비즈니스 사례를 소개했다. 행사에 앞서 “출판과 관련된 자리에서 저작권 에이전트는 외부인 취급받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한 홍순철 대표는 “저작권 에이전트가 초대된 것에 감격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순철 대표는 국내의 유명 소설가인 김영하 작가가 연예기획사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한 사례를 언급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홍 대표는 “뜻밖의 사례 같겠지만 미국과 같은 곳에서는 일반적인 사례”라며 “이미지, 영상매체의 시대에서 저자는 텍스트뿐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순철 대표는 영미권의 작가 매니지먼트 시스템, 유럽의 작가 매니지먼트 시스템 사례 등을 소개했다. 영미권 최대의 엔터테인먼트업체 ‘윌리엄 모리스 에이전시 WME’는 패션 및 스포츠 분야의 스타들 뿐 아니라 세계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논픽션, 자기계발 작가들의 저작권을 관리하고 있고, 작가의 영향력을 다양한 분야로 확장시키고 있다.  

와일리 에이전시, 브록만 에이전시, 라이터스 하우스 등은 작가들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매니지먼트업체들이다. 이들은 작가 섭외부터 시작해 자국 출판, 해외 판권 세일즈, 영화 드라마 판권 관리 등을 대행한다. 또한 영미권의 대형 출판 그룹들은 자체적으로 저작권 관리 부서를 두고 저자의 2차적 저작권을 개발하거나 경력을 매니지먼트하기도 한다.  

유럽에서도 매니지먼트 비즈니스가 활성화되고 있다. 스웨덴, 덴마크 등을 비롯한 스칸디나비아 열풍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데 있어 에이전시 시스템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홍순철 대표의 설명이다. 요 네스뵈, 유시 아들레르 올센 등 북유럽 작가들의 저작권을 관리하고 있는 살로몬손 에이전시는 북유럽 책과 영화 등을 세계 시장에 알리는데 엄청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홍순철 대표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작가 매니지먼트 비즈니스를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책을 통해 이름을 알린 작가가 그 이름값으로 여러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되면, 그로 인한 이익이 마땅히 출판시장으로도 돌아올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 <사진 = 김상훈 기자>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작가’를 위한 창작 기반 확충”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더 많은 중간필자들이 필요하고, 그들을 위한 기반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중간필자란 전문적 주제와 지식을 대중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을 지닌 저술가들이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중간필자’들이 현재의 예술인복지법, 문학진흥법, 저술출판지원 등에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예술인 복지법은 그 예시 중 하나이다. 예술인복지법은 예술인을 “문화예술진흥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문화예술 분야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창작, 실연, 기술 지원 등의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문화예술진흥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문화예술이란 문학, 미술, 음악, 무용, 연극, 영화, 연예(演藝), 국악, 사진, 건축, 어문(語文), 출판 및 만화를 말한다.”고 정의한다. 

교양 저술가는 ‘출판’ 분야에서 활동하고, 예술인의 정의에 포함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정작 예술인 복지사업에는 신청할 수 없다. 예술인 복지사업의 예술 분야는 문학, 사진, 건축, 미술, 국악, 무용, 연극, 음악, 영화, 만화, 연예에 국한하고, 문학 분야의 세부 장르는 시, 시조, 수필, 소설, 평전, 희곡, 평론에 국한하기 때문이다. 

‘중간필자’들은 학술서에 가까운 책을 내는 자라 하더라도 연구자라고 분류되지 못하기에 저술출판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소설이나 시, 평론 같은 장르가 아니기에 문학 창작 지원을 받지도 못한다. 예술인 복지법 혜택을 받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발표 말미에 “저술가 구보씨의 일일”이라는 콩트를 제시하며 저술가들이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묘사했다. 

주제발표가 끝난 이후에는 유유출판사 조성웅 대표와 반비 김희진 편집장의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는 100여 명을 훌쩍 넘는 청중들이 참여하여 발표를 경청했으며 주제발표와 사례발표까지 약 2시간가량이 소모됐다. 한편 제4차 책 생태계 비전 포럼은 오는 6월 22일 오전 10시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는 코엑스 컨퍼런스룸 308호에서 “출판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주제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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