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미하엘라 리 주한체코문화원장, 오른쪽 마르틴 보폔카 [사진 = 김상훈 기자]
왼쪽 미하엘라 리 주한체코문화원장, 오른쪽 마르틴 보폔카 [사진 = 김상훈 기자]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체코의 작가이자 출판인인 마르틴 보폔카가 2018 서울국제도서전 행사장을 방문해 체코의 출판 시장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르틴 보펜카는 15세기 이후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체코의 출판 역사에 대해 이야기했으며, “책과 문학은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다. 여러 나라와 여러 민족을 서로 연결시켜주는 매체”라고 강조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매년마다 나라 한 곳을 주빈국으로 정해 그 나라의 도서를 국내에 소개해왔다. 서울 코엑스 이벤트홀에서 20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되는 2018 서울국제도서전의 주빈국은 체코로 선정됐으며, 체코의 작품에 대한 소개가 국내에 이뤄진다. “12개의 세계”, “그 당시에, 각기 다른 곳에서” 등의 주제로 체코의 도서 전시, 세미나, 작가 강연 등이 진행될 예정이며, 20일 오후 1시 서울국제도서전 이벤트홀1에는 체코의 서적상이자 출판사 협회장인 마르틴 보폔카가 자리해 체코 출판 시장의 상황과 동향 등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마르틴 보폔카 [사진 = 김상훈 기자]
마르틴 보폔카 [사진 = 김상훈 기자]

마르틴 보폔카는 체코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이며 Prah 출판사의 대표를 맡고 있다. 핵물리학을 전공했지만 출판인으로 전향했고 1989년 데뷔 후 여행기, 소설, 아동청소년서를 집필했다. 2016년 “New Planet”이라는 작품으로 골든 리본 상을 수상했다. 마르틴 보폔카의 작품은 영어, 폴란드어, 러시아어, 아랍어, 루마니아어 등으로 번역되어 현지 독자들과 접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주한체코문화원장 미카엘라 리가 번역을 맡았으며, 마르틴 보폔카가 체코의 출판 역사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르틴 보폔카에 따르면 인쇄술의 발명과 전파 이후 설립되기 시작한 체코의 출판사들은 15~16세기에 이르러서는 황금기를 맞이한다. 종교적 도서 뿐 아니라 교육, 철학, 과학에 대한 도서들도 대거 등장하지만, 체코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일부가 되며 출판의 황금기는 끝나고 만다. 공용어가 독일어가 되며 체코어를 더 이상 쓸 수 없게 됐고, 마르틴 보펜카는 “체코인들에게 책 출판은 중요한 일이었고, 덴마크에서 제작된 체코어 도서가 비밀리에 체코로 들어오곤 했다.”고 설명했다.

마르틴 보폔카는 “19세기말에는 독립을 위한 싸움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체코어가 거의 없어진 상황이었지만 많은 작가들이 체코어를 회복할 수 있도록 힘을 썼다.”며 “체코 서적과 출판사 협회는 1879년에 설립됐고 지금까지 139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1918년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이 성립되며 체코어 복원이 진행되지만, 1945년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서며 출판계는 위기를 맞는다. 마르틴 보폔카는 “공산정권은 출판물 겸열을 심하게 했기 때문에, 출판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대부분의 출판사들이 ‘국경출판사’로 변해 살아남고자 했고, 이는 1989년 벨벳 혁명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벨벳 혁명은 베를린 장벽 붕괴로 말미암아 동유럽 전반에 일어난 혁명 운동으로, 체코슬로바키아 사회주의 공화국은 벨벳 혁명으로 인해 붕괴되고 체코 슬로바키아 연방 공화국으로 바뀌었고, 1993년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되며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다.

벨벳 혁명은 체코의 출판계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국경 출판사들이 개인출판사들로 변경됐지만 많은 출판사가 폐업에 이르기도 했으며, 동시에 많은 출판사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마르틴 보폔카는 자신의 출판사도 벨벳혁명 이후에 설립됐다고 회상했으며, 당시의 사회 모습을 “공산주의 사회는 자본주의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현재의 체코 출판 시장에 대해 마르틴 보폔카는 “체코에서는 전통이 아주 강하다.”며 세계화된 시장이 전통적 출판 시장 대신 퓨전 사업을 진행하는데 비해 체코의 출판 시장은 전통적인 형태라고 설명했다. 체코의 연간 출판 종수는 1만 7천 종 가량이며, 약 6천 개의 도서관이 있고, 체코에서 가장 많이 번역되어 소개되는 언어는 영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순이다.

마르틴 보폔카는 “2018년부터 체코 공화국의 문화부는 해외 체코 도서를 출판할 수 있도록 지원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기존에는 번역비만 부담했지만, 이번에는 출판과 관련된 다양한 비용도 부담한다.”며 “체코 작가의 작품을 출간하고자 한다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책과 문학은 단순한 비즈니스는 아니다. 여러 나라와 여러 민족을 서로 연결시켜주는 매체다.”라며 “도서전 참여는 양국 간의 협력을 좀 더 높은 수준으로 올릴 수 있는 기회.”라고 이야기했다.

미하엘라 리 원장 [사진 = 김상훈 기자]
미하엘라 리 원장 [사진 = 김상훈 기자]

독자와의 질의 시간에는 체코에 대한 다양한 질문이 던져지기도 했다. 체코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나 체코인의 연간 독서량 등에 대한 질문도 제기됐으며, 체코에 소개된 한국문학이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미하엘리 리 주한체코문화원장이 직접 답하기도 했다. 미하엘라 리 주한체코문화원장은 체코에서 한국어학과를 전공했으며, “1954년 체코에 한국어학과가 설립된 이후 한국문학 책이 체코에 소개되기 시작했다. 체코에 있는 한국 도서가 한국에 있는 체코 도서보다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시습, 김만중, 이문열, 한무숙, 한용운과 그 외에도 무수히 많은 시인과 한시 시인들이 체코에 소개됐다.”며 “2014년에는 한국문학번역원과 출판사가 협약을 맺어 해마다 2권씩 출판하고 있기도 하다.”고 전했다.

서울국제도서전 체코 부스 [사진 = 김상훈 기자]
서울국제도서전 체코 부스 [사진 = 김상훈 기자]

한편 2018 서울국제도서전 체코관에는 현대 체코 아동도서 일러스트레이터와 만화작가 12명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12개의 세계” 전시, 체코 만화사와 만화에 반영된 시대상을 요약한 “그 당시에, 각기 다른 곳에서” 전시를 만나볼 수 있으며, 다양한 공연과 워크숍, 사인회 등의 이벤트가 서울국제도서전 기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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