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현대문학은 지난 25일 저녁 7시, 삼성 코엑스 별마당도서관에서 유계영, 양안다 시인과 함께하는 ‘핀 라이브 낭독회’를 개최했다. 행사의 사회는 오은 시인이 맡았다. 

핀 라이브 낭독회는 지난 2월 출간된 “핀 시리즈 시인선 vol.1”을 주제로 한 낭독회이다. 유계영 시인은 2010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데뷔했으며 시인은 핀 시리즈를 통해 두 번째 시집 “이제는 순수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를 펴냈다. 양안다 시인은 2014년 현대문학을 통해 데뷔하여 핀시리즈로 첫 시집 “작은 미래의 책”을 출간했다. 

이날 두 시인은 어디에서 “시적인 순간”을 발견하며, 그것을 어떻게 시로 풀어내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유계영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유계영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유계영 시인은 “저는 심한 길치라 길을 찾는 과정에서 종종 막막함을 느낀다.”며 “이런 막막함이 첫 시집을 내고 두 번째 시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느낀 감정과 비슷했다.”고 말했다. 길을 잃은 순간과 시를 쓰는 과정이 겹쳐 보이며 시적으로 다가왔다는 것. 

도착지로 향한 사람들은 
영영 출발지로 돌아오지 않았다 
죽으면서 동시에 성장하는 종족은 그렇다 

창밖을 빠르게 지나가는 슬라이드쇼- 
눈을 떼지 않았는데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본 것이 없는데 다른 사람이 되어서 내린다 
이제는 순수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잘 도착」 일부

유 시인은 “이 세상에 신체를 가진 존재들은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향해 간다.”며 “헤맴의 과정에서 미적인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시 ‘잘 도착’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며 지극히 일상적이라 생각하는 ‘성장’조차 “어느 정도의 죽음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은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오은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이에 행사의 사회를 맡은 오은 시인은 유계영 시인의 시를 읽고 불안한 감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시 속의 화자가 자신의 상황과 겹쳐 보이며 ‘얼마나 떨고 있을까’, ‘어디로 갈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이 든다는 것. 오 시인은 “일상이라는 것은 우리가 매일매일 헤쳐 가는 거라 안온하고 익숙할 수도 있는데, 거기서 불쑥 튀어나오는 두려움이 짙게 깔리는 시집이었다.”고 말했다. 

유계영 시인은 “일상이 안온하냐고 질문하면 저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일상에 커다란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현재 유지하고 있는 생활의 편안함과 안락함이 “아주 작은 퍼즐조각 하나만 빠져도 와르르 무너지는 모래성 같다.”는 의미이다. 유계영 시인은 “저는 편안한 생활 속에서도 이 생활은 무엇으로 유지되는가, 그게 없다면 난 어찌 되는가에 대해 생각한다.”며 시에서도 그런 고민이 드러나는 듯하다고 말했다. 

양안다 시인은 “저는 은둔형 인간이라 타인과 만나는 빈도가 적다.”며 “누군가를 만났을 때 시적인 것들을 많이 얻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시에서도 누군가를 만나고 대화하는 상황이 연출된다는 것. 양안다 시인은 한 번은 “친구들과 바닷가에 가서 아침 일찍 바다를 보던 중, 친구의 ‘왜 서 있어?’라는 물음이 시적인 것을 느끼기도 했다.”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황들이 시적인 것이고, 이것들의 집합체가 시가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한다.”고 이야기했다. 

양안다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양안다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단 “시적인 것이 무정형의 순간이라면, 그것을 시라는 정형으로 끌고 가는 순간 죽어버리는 느낌이 든다.”며 오히려 “시 안에는 시적인 것이 없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핀 시리즈에는 시인들이 정해진 테마에 맞춰 쓴 산문이 한 편 씩 수록되어 있다. 핀 시리즈 볼륨 1의 테마는 ‘공간’으로 유계영 시인은 공장, 양안다 시인은 극장이 주제이다. 두 시인은 이 공간이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이야기했다. 

왼쪽부터 양안다, 유계영, 오은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왼쪽부터 양안다, 유계영, 오은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유계영 시인은 “공장은 제가 무척 좋아하는 장소”라며 “전구가 빛을 내는 사물이니 그것이 제가 시를 쓰고, 시적인 발화를 하는 것과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산문을 통해 “저의 세계를 구성하는 사물들의 이야기를 했다.”는 것. 

양안다 시인은 “저에게 극장은 누군가와 함께 가는 공간”이라고 이야기했다. 양 시인은 “친구들과 영화를 보면 어떤 친구는 시간에 딱 맞춰서 보고, 어떤 친구는 두 시간 전에 만나 쇼핑을 하거나 서점에 간다.”며 자신에게 있어 영화관은 “단지 영화를 보는 장소가 아니라, 짧은 시간 동안 타인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장소”라고 말했다. 

핀 라이브 낭독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핀 라이브 낭독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핀 라이브 낭독회는 청중의 많은 참여 속에서 마무리 됐다. 행사를 이끈 세 시인은 독자들에게 한여름 무사히 나길 바란다는 말을 건네며, 다음 시집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유계영, 양안다 시인은 여름 동안 다음 시집을 준비할 것이며, 오은 시인은 핀시리즈 볼륨2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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