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례적으로 ‘기금고갈’을 들고 나오는 일부 언론은 노인빈곤 문제에는 왜 그토록 침묵하나?    

본지는 국민연금재정재계산 보고와 공청회 등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급효과가 있는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방향을 찾아가는 노력을 함께 하려한다. 이 노력의 일환으로 31년간 공적연금을 연구하고 운영한 공적연금 전문가이며 ‘사람을 살리는 공적연금연구소(사·공·연) 소장이신 이재섭 사회정책학 박사의 남다른 시각을 연속하여 게재하고자 한다. 

[뉴스페이퍼 = 이재섭 박사] 국민연금 재정재계산 결과 발표를 앞두고 ‘국민연금기금 고갈’ 뉴스가 지면에 가득하다. 이제는 식상할 만도 한데. 1988년 국민연금제도가 시행된 이후 잊을 만하면 ‘국민연금기금고갈론’이 신문지상을 도배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치 국민연금제도가 기금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착각할 만하다. 장기적 재정건전성을 위해 국가가 노력해야 하는 것은 마땅하고 언론이 이를 지적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책임 있는 메이저 언론들이라면 전 국민적 이해가 걸려있는 중대한 이슈에 대해서는 구독률을 떠나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공적연금제도의 가장 우선된 목적은 ‘노후빈곤예방’과 ‘노후소득보장’이다. 이를 위한 핵심 제도인 공적연금의 역할에 대한 문제제기나 대안에 대한 고민 없이 ‘연금기금고갈’에 대한 공포만 조장해서는 안 된다. 가뜩이나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큰 마당에 언론이 그 불신을 계속 키우고 있다. 어쩌면 지금 국민연금이 노후빈곤 완화와 노후소득보장에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과, 국민들의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높게 만든 가장 큰 책임이 언론에 있는지도 모른다. ‘기금고갈’ 이슈만을 무리하게 반복적으로 제시함으로써 노후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진지한 논의를 오히려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이것은 과거에 보수, 진보언론을 가리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그 논조가 그다지 바뀌고 있지 않다. 어쩌면 공적연금제도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고 정치적 이해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적어도 메이저 언론이라면 기술적, 수단적 문제제기에 앞서서 공적연금의 도입 목적과 운영원리에 대한 근본적 논의부터 진지하게 해야 할 것이다. 그 다음으로 국가의 재정책임에 대한 논의가 필수적이다. 그동안 국가가 공적연금에 대한 재정책임에 어떤 태도를 취해 왔는지, 또 그 책임을 어떻게 수행해 왔는지부터 따져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부분적립방식(부분부과방식)(partially funded system)으로 설계되어 있다. 그 설계가 잘된 것인지에 대한 차치한다. (그 논의는 나중에 다룰 기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적연금기금은 완전적립방식(fully funded system)으로 설계되지 않은 한, 연금제도의 도입과 발전기에 계속 증가하다가 향후 일정시점에서 점차 줄어들게 설계된 것이다. 그렇게 설계한 이유가 있고 그렇게 운영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실정상 연금제도의 도입 목적을 가장 잘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그렇게 한 것이다. 연금기금의 규모를 얼마로 유지할 것인지, 언제부터 기금 규모를 서서히 줄여나갈 것인지는 인구학적 변화와 사회 경제적 여건을 반영하여 제도 목적 달성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조정하기로 약속된 것이다. 기금의 적정 규모를 판단하는 여러 기준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제도도입 목적(노후빈곤 완화와 노후소득보장)을 어떻게 가장 잘 달성할 수 있는가’ 이다. 그 논의를 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5년마다 재정재계산을 한다. 재정추계는 수단적 정책 활동이고 그 부속자료로 기금 규모의 추이를 전망하는 것뿐이다.

전 세계적으로 완전적립 또는 부분적립방식으로 공적연금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오히려 급여 지급의 유동성을 위해 최소한이 기금만을 보유하는 부과방식(pay-as-you-go system)제도로 운영하는 나라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 노후 빈곤율이 2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OECD 1위를 매년 기록하고 있다. 노인들이 해마다 3,000이상씩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험악한 상황에서 노후소득보장의 핵심 정책인 국민연금 제도를 논함에 있어 우리 논의의 출발점이 어디여야 하겠는가? 메이저 언론은 답해야 할 것이다.    

 

 

이재섭 박사 이력 

사람을 살리는 공적연금연구소(사·공·연) 소장
(전) 공무원연금공단 공무원연금연구소장 
사회정책학 박사 (영국 University of K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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