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펀치볼 국립묘지의 한국전쟁 지도.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하와이 펀치볼 국립묘지의 한국전쟁 지도.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뉴스페이퍼 = 이승하 시인] 오늘이 ‘독도의 날’이다. 독도가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널리 알리고, 대한제국 칙령 제41호 제정을 기념하는 날이다. 1900년 10월 25일 고종이 공포한 대한제국 칙령 제41호는 독도를 울릉도의 부속 섬으로 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독도의 날 지정을 제일 먼저 제안한 것은 2000년, 독도 수호 운동을 하고 있던 민간단체인 독도수호대였다. 10년 뒤인 2010년에 한국시인협회와 독도학회, 한국청소년연맹 등 민간단체가 경술국치 100주년을 맞아 독도의 날 기념식을 열고 독도의 날을 선포했다. 우리보다 5년 앞서 2005년부터 일본은 시마네(島根)현에서 ‘다케시마의 날(竹島の日)’을 제정해 매년 2월 22일에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국내의 이런 움직임도 중요하지만 해외에 여러 자료를 보면 이런 국내 민간단체의 움직임을 무색케 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한 주인 하와이는 8개의 제법 큰 섬과 100가 넘은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열도다. 이 가운데 제일 큰 섬은 하와이 섬이지만 대부분의 주민이 자연환경이 가장 좋은 오아후 섬에 살고 있다. 오아후 섬에는 유명한 와이키키 해변도 있고 화산이 이룩한 멋진 드라이브 코스인 다이아몬드헤드도 있다. 이외에도 일몰의 명소인 선셋 해변, 호놀룰루 시가지를 다 조망할 수 있는 탄탈루스 언덕 전망대, 하이킹 코스로 유명한 마카푸 전망대 등 경치 좋은 곳이 많다. 하지만 한국인이라면 꼭 가보아야 할 곳이 미해군전함(USS) 미주리호가 전시되고 있는 미주리 박물관과 펀치볼 국립묘지다. 

박물관은 진주만(펄 하버)에 자리잡고 있다. 일본이 진주만에 있는 미국 태평양함대 기지를 기습공격함으로써 태평양전쟁이 시작되었다. 총 450대의 항공기를 실은 6척의 일본 항공모함이 하와이 근해에 접근해 진주만을 공습, 정박해 있던 7척의 미국 전함 가운데 5척이 격침되었고 200여 대의 항공기가 파괴되었다. 사망자 수도 2천명이 넘었다. 이처럼 미군의 해군력을 격파한 일본은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를 손쉽게 점령하였다. 

하지만 이 전쟁의 결과는 일본의 무조건항복이었다. 미주리함 함상에서 일본천황이 항복문서에 사인함으로써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다. 바다를 끼고 만들어진 대형 박물관 내의 미주리함에 승선하면 당시의 사진과 일본천황이 사인한 만년필도 볼 수 있다. 우리로서는 당시 일본의 식민지여서 수많은 젊은이들은 징병에, 장년층은 징용에 끌려가 목숨을 잃었다. 그 전쟁의 시작과 끝을 체감할 수 있는 역사적인 장소가 바로 진주만이요 전함 미주리다. 

그리고 가보아야 할 곳이 펀치볼 국립묘지다. 지형이 펀치볼처럼 움푹 들어갔다고 해서 붙여진 애칭이지만 이곳이 실제 명칭은 ‘태평양지역 국립묘지’다. 표고 150미터의 사화산 분화구 속에 만들어진 국립묘지로 하와이어로는 ‘휴식의 언덕’이다. 주로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에서 죽은 미군의 유해가 안장되어 있다. 묘지에는 반원형으로 생긴 기념관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하와이에 관광을 많이 가니까 이 기념관에 다녀온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국립묘지를 참배하는 해군사관생도들 [사진 = 이승하 시인 제공]
국립묘지를 참배하는 해군사관생도들 [사진 = 이승하 시인 제공]

월간 "해군"지의 청탁으로 기고문을 쓰기 위해 해군사관생도 순항훈련전단에 동승, 충무공이순신함을 타게 되었다. 첫 기항지가 하와이였다. 기념관 앞 뜰에서 149명 사관생도들과 함께 헌화하고 묵념을 한 뒤 안으로 들어가 천천히 돌아보았다. 벽에는 전적지 지도들이 모자이크로 그려져 있었다. 모자이크지만 아주 잔 입자로 그려져 자수를 놓은 것 같았다. 미군이 참전했던 세계 여러 곳 전장을 그린 것으로서 격전지마다 당시의 상황을 알 수 있게끔 장소와 일자와 미군의 주요 활동까지 지도에 표시되어 있었다.

일본해 표기된 한국전쟁 지도와 독도가 지워진 한국전쟁 지도 [사진 = 이승하 시인]
일본해 표기된 한국전쟁 지도와 독도가 지워진 한국전쟁 지도 [사진 = 이승하 시인]

한반도 모자이크 그림은 두 개나 벽에 부착되어 있었다. 그림 하나는 인천상륙작전을 중심으로 그린 것이고 하나는 중공군의 개입을 중심으로 그린 것이었다. 그림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두 개의 그림 모두 동해가 ‘Sea of Japan’으로 표기되어 있는 것이었다. 인천상륙작전도에는 지명 ‘Samchok’ 옆에 상당한 거리를 두고 섬 하나가 그려져 있는데 분명히 독도였다. 그런데 섬 이름이 나와 있지 않고 엉뚱하게도 흰색으로 둥글게 덮어놓아 지명을 훗날 지웠음을 알 수 있었다. 분명히 ‘Dokdo’라고 표기가 되어 있었을 텐데 누군가의 요청으로 이 지명이 지워진 것이라고 여겨졌다.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전쟁을 다룬 모자이크 벽화에 바다명이 일본해로 되어 있는 것도 그랬지만 독도라는 이름이 누군가에 의해 지워지다니.  

지금 하와이에 살고 있는 우리 교민의 수가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몇 만은 될 것이다. 하와이한인회, 하와이호놀룰루한인회, 하와이 베트남참전국가유공전우회도 있다. 호놀룰루 주 총영사도 있으니 만큼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여 이를 바로잡았으면 좋겠다. 다른 그림도 아니고 한국전쟁을 다룬 그림에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되어 있는 것도 자존심이 상하는데 독도라는 이름이 누군가의 의도로 사라진 이상한 그림이 미국 하와이의 국립묘지에 버젓이 전시되어 있다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생도들과 단체버스를 타고 충무공이순신함으로 돌아오는데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 오늘 독도의 날, 외교적인 노력을 통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승하 시인은 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화가 뭉크와 함께'로 데뷔했으며, 저서로 시집 "감시와 처벌의 나날", "공포와 전율의 나날", "천상의 바람, 지상의 길"과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등이 있다. 현재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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