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심상대 출간 기사 삭제하고 사과문 올려.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한겨레, 심상대 출간 기사 삭제하고 사과문 올려.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한겨레 언론사는 지난 9일 심상대 소설가의 소설 “힘내라 돼지”에 대한 서평 기사가 논란이 되자, 기사를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몇몇 언론사들 역시 “힘내라 돼지”에 대한 기사를 삭제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한겨레에 심상대 신간 “힘내라 돼지” 출간 기사가 게재되며 촉발됐다. 심상대 작가가 2016년 내연녀를 폭행하고 감금하려다 미수에 그쳐 복역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전과 있는 작가가 새 소설집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논란이 된 것은 아니다. 

논란이 된 한겨레의 기사에는 “그것은 2016~7년 사이 폭행 등 혐의로 형을 살고 나온 작가 자신을 향한 응원의 말로 들리기도 한다.”라는 구절이 있었다. 인터넷에서는 이 구절이 심상대 작가의 윤리적 일탈을 문학적 행위로 포장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문학하는 사람이 윤리적 일탈을 긍정하는 것은 과거에도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지난 6월 15일 징역 8년을 확정 받은 배용제가, 자신의 제자들에게 “네가 문학에서 벽을 느끼는 건 탈선을 하지 않아서이다.”는 식으로 이야기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이번 논란이 확산되며 네티즌 사이에서 심상대 소설가에 대한 故 황현산 평론가의 과거 트위터 발언이 발굴되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황 평론가는 트위터에서 “소설가 심상대가 추석을 맞아 고향으로 가는 길에 갓길로 가다 순찰대에 붙잡혔다.”며, 심 작가가 순찰대에게 “남이 가지 않는 길로 가는 것이 예술가”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또한 황 평론가는 “그래서 어찌 되었느냐”고 묻자, 심 작가로부터는 “경찰이 무식해서 결국 딱지를 떼지 않을 수 없었”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많은 네티즌들은 이 트위터를 보며 한국 문학인들이 문학을 하려면 꼭 윤리적 일탈을 경험해봐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의아해했다.

故 황현산 평론가의 과거 트위터 발언 갈무리
故 황현산 평론가의 과거 트위터 발언 갈무리

 뉴스페이퍼는 실제로 문예창작과생들에게 “윤리적 일탈의 필요성”에 대해서 들은 바 있는지 물어 보았다. 서울에 한 문창과를 졸업한 A씨는 술자리, 혹은 교육의 자리에서도 빈번하게 들은 이야기라고 말했으며, 문창과를 나와 등단을 한 B씨 역시 습관처럼 항상 듣던 이야기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문학을 하는 사람에게 정말로 일탈이 필요한 것일까? 뉴스페이퍼와의 취재에서 이명원 문학평론가는 문학을 하는 사람에게 “일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가짜 신화”라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예술가들은 현실 속에서 살아갈 때 예술가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시민적 가치와 윤리와 행동방식 같은 게 기본적인 틀 안에서 사유의 실험을 하는 것”이라며 “자연인으로서 일탈을 해서 좋은 예술의 토대가 된다는 것은 낭만주의와 관련된 가짜 신화”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명원 교수는 일탈에 대한 인식이 형성된 원인은 일제강점기에 ‘봉건적 차원의 모럴’과 ‘근대적 평등주의적 관념’이 교차하며 발생한 “이행기의 혼란”에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본에는 “작가가 극한으로 타락해가는 과정 자체를 소설로 고백”한 ‘사소설’이라는 양식이 있으며, “일제하에, 근대문학 초기에 그런 형식을 근대 조선 문인들이 상황의 의미나 맥락을 이해하기보다는 일종의 흉내 내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덧붙여 “그 양태를 가져다 예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몇몇 사람들이 ‘포즈’로서 흉내내왔던 것들의 결과”가 문인들의 잘못된 의식을 형성했다고 전했다. 

끝으로 이명원 평론가는 “대다수 예술가들은 사실 윤리적 일탈과 예술의 필연성을 이야기하면 말도 안 된다고 코웃음 칠 텐데, 알게 모르게 그런 류의 가짜 신화가 지속되고 유통되는 것을 개탄할만한 일”인 동시에 “시대착오적”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겨레는 지난 12일 “책 선정에 신중하지 못했음을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관련 보도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뉴스페이퍼는 심상대 작가의 소설이 출간된 나무옆의자 출판사에 공식 입장을 문의했다. 신승철 나무옆의자 주간은 출판사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 없으나, 논란에 대한 여러 의견들을 확인하는 과정이며 내부 논의에 따라 추후에 조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심상대 소설가는 1990년 ‘세계의 문학’ 봄호에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묵호를 아는가”와 “사랑과 인생에 관한 여덟 편의 소설”, 산문집 “갈등하는 신”, 장편소설 “나쁜봄”과 “앙기라이 전투” 등을 출간했다. 현대문학상과 김유정문학상,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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