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창비는 지난 22일 오후 6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 20층에서 2018 창비통합시상식을 진행했다. 

창비통합시상식이 진행 중이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창비통합시상식이 진행 중이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번 창비통합시상식은 제33회 만해문학상과 제20회 백석문학상, 제36회 신동엽문학상의 시상식을 동시에 진행하는 자리였다. 신인 작가들에게 수여하는 제18회 창비신인시인상과 제21회 창비신인소설상, 제25회 창비신인평론상의 시상도 함께 이뤄졌다. 

통합시상식에는 창비의 전 편집자인 백낙청 평론가와 전 발행인 염무웅 평론가, 전 편집주간 최원식 평론가 등 창비의 원로 문인들이 참여했다. 또한 시상자로 참여한 이선영, 구중서 문학평론가와 전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인 이시영 시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을 맡았던 오정희 소설가 등 백여 명이 넘는 문학계 인사들이 내빈으로 방문하여 자리를 빛내주었다. 

이날 행사는 강일우 창비 대표이사의 인사말과 백지연 문학평론가의 심사경위 발표로 시작됐다. 이후에는 시상식과 김정환 시인의 축사가 이어졌으며, 수상자들은 각자 수상소감을 발표했다. 

김정환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김정환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전년도 만해문학상 수상자인 김정환 시인은 축사에서 수상자들의 작품을 읽고 어떤 감동을 느꼈는지 이야기했다. 김정환 시인은 노동운동을 하는 이들의 작품에는 “자기 고생하는 이야기와 약간의 호소”가 들어가기 쉬우나, 만해문학상 수상자인 김해자 시인의 작품에는 그런 면 대신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면서 읽는 사람의 인격을 고양시키는 슬픔을 관통하는 고단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백석문학상 수상자 박성우 시인에게서는 농촌문학의 앞날을 제시하는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동엽문학상 시 부문 수상자 김현 시인의 시에서는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자기 내면과의 고투를 읽어낼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으며, 소설 부문 수상자 김혜진 소설가의 작품에 대해서는 “저는 모든 사랑은 퀴어이며, 세상에 퀴어 아닌 사랑이 어디 있겠냐고 본다.”며 “이 여성문제를 인간 보편의 삶에 입히면서 아름다움을 격상시켜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신인상을 받은 작가들에게는 “자신의 글에 결점이 보이고 남의 글이 좋은 점이 보이면 프로고, 자신의 글에서는 좋은 점만 보이고 남의 글에서는 안 좋은 점만 보이면 아마추어”라며, 작품과의 거리를 잘 유지하며 글을 써나가길 바란다는 충고를 해주었다. 

창비신인문학상 시상식이 진행 중이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창비신인문학상 시상식이 진행 중이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전기하 평론가와 장유진 소설가, 박문영 시인은 함께 창비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가로서의 첫 발을 내딛었다. 창비신인문학상은 창비에서 데뷔하지 않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시와 소설, 평론 세 장르에서 진행하고 있는 문학상이다. 

창비신인평론상을 받은 전기하 평론가는 “제가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딱 하나다. 앞으로도 꾸준히 읽고 쓰겠다.”는 짤막한 소감을 밝혔으며,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은 장유진 소설가는 “제가 쓴 이야기가 씩씩하게 멀리 나가 많은 사람을 만나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창비신인시인상을 받은 박문영 시인은 장난기 섞인 어투로 “비혼주의자로서 제 남은 고락을 시와 함께 할 것을 엄숙히 선서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혜진 소설가(좌)와 김현 시인(우). 사진 = 육준수 기자
김혜진 소설가(좌)와 김현 시인(우). 사진 = 육준수 기자

제36회 신동엽문학사의 수상자 및 수상작은 소설 부문에 김혜진 소설가의 “딸에 대하여”, 시 부문에 김현 시인의 “입술을 열면”이었다. 신동엽 문학상은 신동엽 시인의 문학과 정신을 기리고자, 유족과 창비가 공동제정한 문학상이다. 앞서 심사평에서 김현 시인의 시집은 “소수자 옹호라는 시적 사명을 올곧게 수행하며 자신만의 시세계를 밀어붙였다.”는 평가를, 김혜진 소설가는 소설은 동성애 서사를 설득력 있게 밀고 나갔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날 김현 시인은 “몇 주 전 직장동료가 커피에 얼음을 띄워먹는 것을 봤다. 왜 그렇게 먹냐고 물어보니 빨리 마시려 했다고 하더라.”며 “시가 가장 뜨거울 때 준 이 상을, 그런 의미로 깊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김혜진 소설가는 “상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쓰겠다.”고 전했다. 

박성우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박성우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제20회 백석문학상의 수상작으로는 박성우 시인의 시집 “웃는 연습”이 선정됐다. 백석문학상은 백석의 시적 업적을 기리고 그 문학정신을 오늘에 이어받기 위해 제정한 문학상이다. 시집 “웃는 연습”은 “농촌 공동체의 일상에서 길어 올린 진솔하고 절박한 언어”와 고향에서 포착한 통찰을 들려준다는 평을 들은 바 있다. 

이날 박성우 시인은 “11년 전 저는 신동엽선생님이 불러주셔서 이 자리에 온 적이 있다.”고 데뷔 초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밝히며, “그동안 제게는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허리가 꼿꼿하던 노모는 어느새 허리가 꺾였”으며, 자신은 교직에서 벗어나 전업시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박 시인은 “어떤 일이든 마음이 모이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제게 이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김해자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김해자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제33회 만해문학상의 본상은 김해자 시인의 시집 “해자네 점집”이 수상했다. 만해문학상은 만해 한용운의 업적을 기리고 문학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만든 상으로, 본래는 본상과 특별상을 수상하나 올해는 본상만을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은 시집 “해자네 점집”에 대해 “삶의 지독한 굴곡들이 만든 내면의 사건들”을 놓치지 않고, “쓰는 자의 자리를 기꺼이 타인들의 목소리를 내주어” 각양각색 민중의 모습을 그렸다는 평을 했다. 수상소감에서 김해자 시인은 “저는 사실 겁도 많고 소심한 사람인데, 어쩌다 보니 오늘까지 오게 됐다.”며 “저와 같이 일하고 노동하고 글을 쓰고 무언가를 도모했던 것에 대한 의리라면, 조용하고 재밌는 싸움꾼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한기욱 창비주간. 사진 = 육준수 기자
한기욱 창비주간. 사진 = 육준수 기자

행사를 마치며 한기욱 창비주간은 폐회사를 통해 “2018년은 경이로운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고 이야기했다. 3번의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며, 한반도의 분위기는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한 주간은 “우리의 삶도, 상상력 자체도 알게 모르게 많이 변했다.”며 “이 모든 것은 촛불이 아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 말했다. 또한 역사에는 끝없는 충돌이 있지만 “우리 시인, 소설가들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길을 굳건히 가리라 믿는다.”며 “창비는 이런 문학인들의 분투의 장이 될 것을 약속드린다.”고 전했다.

창비통합시상식 단체사진. 사진 = 육준수 기자
창비통합시상식 단체사진.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행사는 기념촬영을 끝으로 마무리됐으며, 스탠드 뷔페가 이어졌다. 행사장 여기저기에서는 수상자를 향한 축하의 말이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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