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 20대 싱글남성의 재무설계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자산관리에도 적용된다. 젊을 때 잘못 몸에 밴 지출습관은 나이 들어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20대의 고정지출 예산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남들보다 10년을 앞서 나갈 수도, 남들보다 뒤처질 수도 있다. 20대는 그만큼 재무적으로 중요한 시기다.

▲ 시드머니를 만들 수 있는 20대는 재무적으로 중요한 시기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월급의 50%는 무조건 저축해야 한다.”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20대에게 가장 많이 하는 조언이다. 저축하는 습관부터 길러야 한다는 의미다. 갑작스러운 이직이나 조기퇴직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투자성향도 제각각이다. 자신의 성향을 먼저 파악한 뒤 그에 맞는 투자를 결정하는 게 현명하다.

20대 중반을 지나고 있는 김무영(남ㆍ26)씨. 그는 재테크를 안 한다. 목표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5년 이후의 것들이라 마음이 급하지 않다. 하지만 머잖아 30대로 진입할 거란 생각에 서서히 불안한 마음이 싹트고 있다. 그가 재무설계를 받기로 한 이 이유다.

작은 벤처기업에 다니는 그의 월수입은 180만원이다. 신용카드를 쓰지 않고 대출로 갚아야 할 지출도 없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 월세가 나갈 일도 없다. 월 평균 82만원씩 쓰고, 10만원씩 주택청약도 붓고 있다. 남은 돈을 저축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이다.

하지만 그런 김씨에게도 문제가 하나 있으니, 바로 지출의 ‘질質’이다. 일단 그의 씀씀이부터 살펴보자. 김씨는 월 180만원의 소득 중에서 주택청약저축에 10만원을 넣고 있다. 통신비, 유류비를 포함한 교통비는 각 9만원, 20만원이다. 보장성 보험 월 납입액은 2만원이다. 문화생활비로 31만원가량 쓰고, 경조사비ㆍ자동차보험료, 의류구입비 등 불규칙적으로 들어가는 돈은 월평균 20만원쯤 된다. 매달 약 88만원이 남지만 따로 저축을 하는 등 재테크를 하진 않는다.

자, 이제 그의 지출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김씨가 매달 지출하는 82만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유흥비를 포함한 문화생활비(31만원)다. 그것도 평균금액이지 어떤 달엔 60만원, 또 어떤 달엔 5만원 미만을 지출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지출은 그 사람의 소비습관, 성향과 밀접하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지출은 습관이 돼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20대의 지출습관이 80대까지 간다는 얘기다. 더 늦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적절한 조치를 취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카드를 구분해 놓거나 문화비 통장을 분리하거나, 1년 간 정해진 금액 한도 안에서 자유롭게 쓰는 식으로 말이다.

그다음으로 많이 나가는 지출은 유류비다. 한창 저축을 할 땐 차량 보유 여부에 따라 자산 증식 수준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차 한대만 굴려도 매년 최소비용 100만원(보험료+보수비)이 들고, 상황에 따라 차량교체비가 추가될 수 있다. 평균 10년 동안 차를 타고, 10년 후 3000만원짜리 차로 바꾼다고 예를 들어보자. 차량 교체비 3000만원에 10년 유지비까지 더하면 4000만원이 든다. 이 돈을 10년 내에 모으려면 월 33만원씩 저축해야 한다.
반대로 33만원을 4%대 채권형 펀드에 투자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10년간 4859만원을 모을 수 있다. 중위험군 투자인 10%대 상품에 투자할 경우엔 6760만원이 모아진다. 사회생활 초기 10년 지출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시드머니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개인 성향에 따라 투자규모 결정

가계부를 손보기에 앞서 김씨의 목표를 먼저 체크해봤다. 그는 40세 전에 내 집 마련을 위한 여윳돈 1억원을 모으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앞으로 13년 남았다. 5년 안에 자동차를 바꾸겠다는 계획도 있다. 필요한 돈은 3000만원이다. 10년 안에 학자금 700만원을 전부 상환하는 것도 목표다.

하지만 현재 재무상황으론 턱도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그의 유일한 저축은 월 10만원씩 넣고 있는 주택청약이다. 하지만 목적이 불분명하다. 요즘 중요한 것은 청약 1순위보다 가산점이다. 납입금액보다 납입횟수가 가산점을 받는데 용이하다. 이런 이유로 청약을 2만원으로 줄여 월 부담 없이 횟수를 채워나가기로 했다.

그의 중기 목표인 차량 구입비를 해결해 보자. 김씨의 투자 성향은 공격적이지 않기 때문에 안전형 적금(30만원)을 선택했다. 장기 목표에 해당하는 학자금 상환과 1억원 마련을 위해선 ‘중수익 투자’로 방향을 정해 월 40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이제 남은 건 비정기 지출 20만원이다. 매월 적지 않게 새는 이 돈을 막기 위해 김씨에게 저수지통장을 권했다. 현재 김씨는 모아놓은 돈이 없기 때문에 일단 200만원을 모으는 것을 목표로 월 17만원씩 저수지통장에 저축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소비성 지출 82만원 ▲청약저축 10만원 ▲잉여자금 88만원으로 나뉘던 김씨의 가계부는 ▲소비성 지출 82만원 ▲청약저축 2만원 ▲저축 89만원으로 달라졌다. 180만원 중 남는 9만원은 여윳돈으로 두기로 했다.

재무상황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이제 막 투자를 시작하게 된 김씨는 자신의 성향에 맞게 앞으로 탄력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나갈 계획이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수석연구원 crimsonnunn@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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