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2019년은 1969년 4월 7일 세상을 떠난 신동엽 시인의 50주기가 되는 해이다. 신동엽 시인은 39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60년대 대표 시인으로 꼽히며 시인의 시는 우리에게 여전히 울림을 준다. ‘껍데기는 가라’를 통해 외쳤던 민중의 순수한 열망은 적폐를 청산하지 못하고 북한과도 통일하지 못한 지금 시대에도 간절하다.
  
신동엽 시인의 50주기는 신동엽학회의 창립 10주년이기도 하다. 2009년 신동엽 시인의 40주기를 맞이하여 창립한 신동엽학회는 지난 10년 동안 신동엽 시인의 시 세계를 조명하고, 신동엽 시인의 시를 지금 이 순간으로 불러내고자 다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세미나와 심포지엄을 통해 시 세계를 연구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문화 활동을 펼쳐오기도 했던 신동엽학회는 2019년 신동엽 시인 50주기를 맞이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뉴스페이퍼에서는 신동엽 시인 50주기와 신동엽학회 창립 10주년을 기념하여 정우영 학회장을 만나, 신동엽학회를 소개받고 50주기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인터뷰에 응한 정우영 신동엽학회 학회장 [사진 = 뉴스페이퍼]
인터뷰에 응한 정우영 신동엽학회 학회장 [사진 = 뉴스페이퍼]

- 신동엽학회, 대중들과 함께 하는 신동엽 시인의 시 세계 주목

정우영 학회장은 “지금은 신동엽의 이름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으나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그게 불가능했다.”고 회상했다. 신동엽 시인은 부여가 낳은 대표적 문학 인물이었으나, 부여에서조차 신동엽을 꺼리는 이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신동엽 시인이 한국전쟁 시기 부여에서 머물다가 인민군의 요구로 민주청년동맹의 선전부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불과 두 달도 채 되지 않는 기간이었으나 신동엽 시인을 공격하는 이들은 이 시기를 트집 잡았다. 정우영 학회장은 “당시 유족 측과 부여군이 신동엽문학관을 지으려 준비하고 있었으나 신동엽을 거부하는 이들이 있어 진행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동엽을 존경하거나 신동엽의 시를 통해 자신의 삶을 꿈꿔온 사람들이 모여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고, 정우영 학회장을 비롯해 신동엽으로 논문을 쓴 평론가와 신동엽의 시를 보고 영향을 받은 시인들이 만나 학회를 만들기에 이른다.

신동엽학회는 제대로 된 문학관을 만드는 것과 신동엽의 정신과 문학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2010년 혜화동 복지빌딩 5층에 사무실을 차리고 활동을 시작한다. 2013년 5월 신동엽문학관이 무사히 개관하며 목적 하나를 이룬 신동엽학회는 신동엽의 시 정신을 알리고자 박차를 가하게 된다.

정우영 학회장은 신동엽 시인이 단순히 민족시인으로만 받아들여지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동엽 시인의 시는 민족과 자주를 넘어 자존의 단계를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대중과 가까이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렬했다는 것이다.

평화와 평등에 대한 갈망은 ‘산문시 1’에서 잘 드러난다. ‘산문시 1’은 스칸디나비아에 위치한 가상의 국가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탄광에서 퇴근하는 광부들의 뒷주머니에는 헤밍웨이와 러셀과 하이데거, 헤밍웨이, 장자의 책이 꽂혀있다. 대통령은 딸아이의 손을 이끌고 칫솔을 사러 직접 거리로 나선다. 농민들은 대통령의 이름은 잘 몰라도 새와 꽃의 이름, 지휘자와 극작가의 이름은 훤히 알고 있다. 국민은 서로를 패거리로 나눠 총을 쏘지도 않고, 미사일기지와 탱크기지를 세울 수 없도록 한다. 시의 마지막은 대통령이 자전거에 막걸리병을 싣고 시골 시인의 집을 찾아가며 끝이 난다.

정우영 학회장은 “산문시 1은 단순하게 중립국을 상정하고 쓴 것만이 아니라, 시인이 생각하는 평화롭고 평등한 세상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라며 “양상은 다르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시인을 신뢰하고 문화예술의 중요한 정책을 시인에게 맡긴 것을 보면 신동엽 선생이 꿈꿨던 모습이 구현되는 시대에 이르러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 중립국에선 하나에서 백까지가 다 대학 나온 농민들 추럭을 두대씩나 가지고 대리석 별장에서 산다지만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새이름 꽃이름 지휘자 이름 극작가이름은 훤하더란다 애당초 어느쪽 패거리에도 총쏘는 야만엔 가담치 않기로 작정한 그 지성(知性) 그래서 어린이들은 사람 죽이는 시늉을 아니하고도 아름다운 놀이 꽃동산처럼 풍요로운 나라, 억만금을 준대도 싫었다 자기네 포도밭은 사람 상처내는 미사일기지도 땡크기지도 들어올 수 없소 끝끝내 사나이나라 배짱지킨 국민들, 반도의 달밤 무너진 성터가의 입맞춤이며 푸짐한 타작소리 춤 사색뿐 하늘로 가는 길가엔 황토빛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을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더란다. - '산문시 1' 부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가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산문시 1’에서 보여줬다면 서사시 ‘금강’은 대중들과 접촉하려는 시인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정우영 학회장은 “시는 압축적이고 읽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런데 서사시는 서사구조가 있기에 누구나 쉽게 듣고 이해할 수 있다.”며 신동엽 시인이 대중들에게 자기 생각을 전하려는 의지가 있어 서사시를 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동엽학회에서 진행한 라디오 팟캐스트
신동엽학회에서 진행한 라디오 팟캐스트

이 때문에 신동엽학회는 신동엽 시인의 시 세계를 연구함은 물론 신동엽 시인이 한 다양한 외부 활동들도 함께 연구하고 있다. 신동엽 시인은 60년대 라디오에서 대본을 쓰는 활동을 했는데, 학회는 지난 10월 시인이 동양라디오 심야 방송 '내 마음 끝까지' 대본으로 집필한 원고를 인터넷 팟캐스트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정우영 학회장은 만약 지금 신동엽 시인이 살아있다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 활동이나 팟캐스트 활동을 적극적으로 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대중들과 호흡하는 것은 신동엽 시인에게 중요한 일이었고, 대중들과 호흡하기 위해서는 당대성이 필요했기에 신동엽 시인은 당대에 대한 관심이 강했다는 것이다. 정우영 학회장은 “대본을 쓰고 아마도 본인이 직접 방송을 했으리라 생각하는데 자료가 없어 아직 찾지를 못했다. 대본만 있어 어떻게 방송했는지는 찾지 못해 안타깝다.”고 이야기했다.

신동엽학회에서 개최했던 2017 '시낭송 버스킹' [사진 = 뉴스페이퍼]
신동엽학회에서 개최했던 2017 '시낭송 버스킹' [사진 = 뉴스페이퍼]

신동엽학회는 신동엽 시인이 대중들과 함께하고자 했던 지점을 포착, 연구하고 있으며, 신동엽 시인의 정신을 받아들여 학회 또한 다른 학회와 달리 대중들과 가까워지려 노력하고 있다. 팟캐스트나 버스킹과 같은 여러 문화행사를 기획, 진행해온 것이다. 팟캐스트 포털 사이트 팟빵을 통해 신동엽 시인의 대본을 낭독하여 늘려준다거나 홍대입구에서 시낭송 버스킹을 진행한 것도 대중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신동엽 시인을 알리기 위해서다.

인터뷰에 응한 정우영 시인 [사진 = 뉴스페이퍼]
인터뷰에 응한 정우영 시인 [사진 = 뉴스페이퍼]

- 50주기 맞아 심포지엄과 오페레타 ‘석가탑’ 낭독극 마련

신동엽 시인의 기일은 4월 7일로, 기일에 맞춰 출판사, 학회, 기념사업회 등이 심포지엄과 기념 도서 출간, 탐방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신동엽학회는 연 1회 심포지엄을 개최하지만 올해에는 50주기를 맞이해 4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심포지엄을 진행할 예정이다. 4월 심포지움이 신동엽 시인의 시 세계를 다시 살펴보는 것이라면 11월 심포지엄은 신동엽의 시 세계를 확장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11월 심포지엄의 주제 중 하나는 60년대 신동엽 시인이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60년대에는 한국과 중국, 일본이 관계를 재정립하는 시기이며, 60년대 후반은 쿠데타를 일으켰던 박정희 정권이 안정화된 시점이기도 하다. 정우영 학회장은 “박정희 식 군사엘리트 독재에 대해 신동엽 시인이 어떤 인식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며 “이밖에도 신동엽과 그 당시를 폭넓게 다뤄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동엽 시인이 생전 거닐었던 서울의 여러 지역을 찾아가는 탐방 프로그램도 기획 중에 있다. 신동엽 시인은 종로를 비롯하여 돈암동과 혜화동에서 작품활동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우영 학회장은 “작품을 쫓아가는 답사를 기획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9월에는 신동엽 시인의 오페레타 ‘석가탑’의 낭독극을 진행할 예정이다. 신동엽 시인은 명성여고에서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명성여고의 후신인 동국대부속여고 학생들이 낭독극에 참여한다. 정우영 학회장은 “석가탑은 오페레타로 구현됐기 때문에 음악을 새로 입힐까 궁리하고 있다.”며 “당시의 ‘석가탑’을 학생들과 돌이켜보며 지금 현재 21세기에 ‘석가탑’이 무슨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인가를 찾아보려 한다.”고 전했다.

신동엽학회는 신동엽 시인의 50주기를 맞이하여 2019년 한 해를 분주하게 보낼 예정이다. 향후 신동엽학회의 과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우영 학회장은 “신동엽 문학이 번역된 것이 많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정우영 학회장은 “신동엽 문학이 대중과 가까이 가려 노력했다면, 우리가 해야할 것은 신동엽의 작품을 해외까지 널리 알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50주기를 맞아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으로 번역하여 ‘세계시민’과 신동엽을 함께 읽는 그런 때가 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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