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네 번째 촉촉한 특강이 시인보호구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 = 김정하
스물네 번째 촉촉한 특강이 시인보호구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 = 김정하

[뉴스페이퍼 = 김정하 객원기자] 시인보호구역이 주관한 ‘촉촉한 특강’이 지난 2월24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시인보호구역에서 열렸다. 이번 특강은 2018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의 일환이며,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후원하고 있다. 특강은 권수정, 김경현, 허수해 작가가 초대되었으며, ‘독립출판’과 ‘시’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촉촉한 특강’은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를 초청해 대화를 나누는 형식이다. 그 동안 시인 도종환, 박준, 이혜미, 김성규, 윤석정, 김용락, 손택수, 손미, 박소란, 이원규, 이하석 등이 참여했다. 최근에는 대구시인협회 회장인 윤일현 시인, 대구경북작가회의 회장인 박승민 시인, 대구문인협회 회장인 박방희 시인, 조동범 시인이 초대되었으며, 이번 특강은 스물네 번째 시간이다.

(왼쪽부터) 김경현 작가, 권수정 작가, 허수해 작가 사진 = 김정하
(왼쪽부터) 김경현 작가, 권수정 작가, 허수해 작가 사진 = 김정하

이번에 참여한 강연자는 시와 에세이를 함께 담은 『슬픔 속에 오래 있었다』의 권수정 작가, 시집 『시월세집』의 김경현 작가, 시집 『네 이름으로 쓴 시가 한 다발이다』의 허수해 작가이다.  

독립출판 중에서 ‘시’ 장르를 선택하게 된 계기에 대해 권수정 작가는 “시집을 선택했다기 보다는 단상집이라고 말해야 좋을 것 같다”며, “혼자만의 언어로 압축해서 글을 쓰는 습관이 있었는데, 그것을 모아보니 일종의 잡문집을 내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경현 작가는 “고등학교 시절 습작을 봐주시던 문학 선생님이 계셨는데 입시 때 문학이 아닌 다른 전공을 선택하게 되자 ‘그래도 시는 계속 쓸 거죠?’라고 물으셨다. 몇 해 지나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그것이 마음에 남아 시집을 만들게 되었다” 

1인 출판을 준비하면서 원고 집필부터 독립서점으로의 유통까지 혼자 해결해야 할 부분들이 많은데, 이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에 대해서는 권 작가는 “처음엔 독립출판 사이트 플랫폼을 이용했다. 책을 만들어야겠다고 확실한 계기가 생겼던 것도 그 플랫폼 덕분이었다. 그러나 나중에 계산을 해보니 마진이 얼마 안 남더라, 돈 벌려고 한 게 아니긴 한데, 직접 개인이 인쇄소를 통해서 하면 훨씬 비용이 싸지겠다 싶어서 혼자 출판을 하게 되었다. 워고 집필은 혼자 하는 일이다 보니 힘들진 않았다. 그런데 인디자인 프로그램으로 편집하는데 책 사이즈부터 폰트, 줄 간격 등 어느 정도 해야 되는지 사실 감이 없다. 그러던 찰나 황수영 작가를 만나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처음 시작했을 땐 독립서점이 많지 않았다”며, “원고를 보며 이 글들이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에 대한 걱정을 이겨내는 게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허 작가는 “유통이 어려웠다”며, “전국 각지의 서점을 찾아보고, 입고 문의 메일을 찾아내고, 메일을 보낼지 말지 고민하고, 거절당할까 노심초사하는 게 일상이다. 입고 문의 양식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서점 주인장과 연락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유통에 관한 모든 것들이 어려웠다.”고 전했다. 

요즘 들어 독립출판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는데, 그 인기를 몸으로 실감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권 작가는 “생각했던 것보다 제 책을 사주시는 분들이 많았다”며, “책방에서 재입고 요청이 들어오면 그제야 실감이 난다.”고 이야기했다. 김 작가는 “독립출판을 보여줄 책방이 커졌을 뿐, 질적 성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독립출판을 좋아하시는 독자들에게서 ‘너무 비슷한 책들이 많다.’는 말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관심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 작가는 “이제 막 책을 출간했기 때문에, 아직 인기랄 것도 없다.”고 허탈함을 전했다. 

작가님들이 인상 깊게 읽었거나 추천하는 독립출판물이 있느냐는 질문에, 권 작가는 “김경현 작가님의 『엄마방 아빠방』 책을 읽고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도나 작가의 『이 달의 남자 상반기 결산』이다.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남자들에 관해서 썼는데, 내용이 유쾌하다. 또, 황수영 작가의 『오늘은 파도가 높습니다』 추천하고 싶다. 글이 맑고 깨끗하다.”고 이야기했다. 김 작가는 “함선영 작가의 『눈물이 마르면 화분 하나를 사요』가 좋았다. 재인쇄가 되지 않아 아쉽다”며, “지금여기에가 제작한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수상한 책』도 추천한다”고 전했다. 허 작가는 “안리타 작가가 출간한 책들이다. 블로그 활동을 하다 알게 된 분인데,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들이 정말 좋았다. 아름다운 슬픔이 있다.”고 말했다.  

독립출판을 고민하고 있는 예비 독립출판 작가 분들에게 조언을 해드릴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에, 권 작가는 “독립출판 시장의 출발이, 기존의 출판문화나 자본이 독식하는 환경으로부터의 독립을 달고 시작되었다고 해도 사실 시장화를 피할 수가 없다. 어떻게 보면 이젠 애독가들 사이에서 뭔가 독립출판 읽는 게 힙하게 느껴지는 문화로 형성된 것도 같다. 인기 있는 작가들 라인도 어느 정도 형성이 된 상태고, 심지어 민음사에서는 동네서점 에디션으로 쏜살문고 시리즈를 출간하지 않았냐”며, “여기도 점점 포화되고 있다. 개성 있고 다양한 출판물들이 여전히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는 퀄리티도 보장되어야 한다. 대충 만들면 안 된다. 책표지나 제목 보고 책을 고르는 건 기성출판이나 독립출판이나 비슷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김 작가는 “작가라는 말의 무게가 서로에게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작가라 칭하는 것에 만족하는 것에 그치기보다는 독자들이 불러주는 명예스러운 칭호가 될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하며 다독여 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허 작가는 “이제 막 시작했기 때문에, 해드릴 말은 없다. 그러나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일단 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그 결과물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지면 된다.”고 말했다.

시인보호구역 '촉촉한 특강'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 김정하
시인보호구역 '촉촉한 특강'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 김정하

이날 독립출판 작가가 함께한 ‘촉촉한 특강’은 독자들의 질의응답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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