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서울역 서부 국립극단 앞(문화체육관광부 서울사무소)에서는 매주 화요일 국립오페라합창단 복직을 위한 정기 집회가 열리고 있다. 국립극단 앞에는 농성을 위한 천막이 설치되어 있으며, 바로 옆 거리에는 공공운수노조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 노조원들이 줄지어 앉아 있다. 이들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내부 인원들이 교체되며 무산된 국립오페라합창단의 재창설 및 단원들의 복직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국립합창단 복직을 위한 정기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국립합창단 복직을 위한 정기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국립오페라합창단은 2002년 국립오페라단의 전문화된 오페라 공연과 점점 늘어나는 공연 횟수에 따라 독자적인 오페라 공연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창단된 전문합창단이다. 양질의 오페라 한 편을 올리기 위해서는 평균 110시간의 연습 일정이 필요하지만, 기존의 합창단은 독자적 연주 일정이 있어 소화가 어려우므로 ‘오페라합창단’을 따로 창단하여 인원을 구성했다. 

국립오페라합창단이 공중분해 된 것은 2008년 이명박 정권 때이다. 국립오페라단에 예산상 문제가 있다는 것과 합창단이 오페라단 규정에 없는 직제라는 것이 해체의 근거였다. 오페라단이 해체된 이후 벌써 11년이 지났고, 현재에도 단원들은 국립오페라합창단을 재창단하고 단원들을 복직시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페이퍼는 국립극단 앞을 방문하여, 문화체육관광부에 약속을 지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문대균 공공운수노조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 지부장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문대균 지부장 “국립오페라합창단 해체 근거 무색” 문화체육관광부 책임감 없는 대응 보여 

문대균 공공운수노조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 지부장. 사진 = 뉴스페이퍼
문대균 공공운수노조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 지부장. 사진 = 뉴스페이퍼

문대균 지부장은 2008년 제시됐던 국립오페라합창단 해체 근거가 대단히 무색하다고 지적했다. 오페라단의 예산이 꾸준하게 증액되어 현재 140억에 달하는 예산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1년 유지비용이 3억 정도인 오페라합창단을 예산상의 문제로 없애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또한 오페라단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 7년 동안이나 운영했던 오페라합창단을 ‘규정에 없는 직제’라고 몰아세우는 것은 잘못됐다는 비판이다. 

문대균 지부장은 해체 근거도 문제지만 해체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대균 지부장에 따르면 2009년 문체부는 3년 안에 상임 오페라합창단을 만들어줄 것이며, 그 전까지 국립합창단 산하 ‘나라오페라합창단’에서 공연을 할 수 있게끔 약속했다. 해고자들은 이를 믿고 나라오페라합창단으로 복직했으나, 2011년 문체부는 자신들이 약속한 것은 “3년 동안의 고용을 책임진다는 것”이었다고 주장하며 입장을 번복했다. 여기에 더해 나라오페라합창단 계약 종료 후에는 이의제기와 단체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확약서에 서명해야 남은 기간 동안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는 것이다. 

결국 확약서에 서명을 하지 않은 단원들은 계약에서 제외되었고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은 다시 투쟁을 시작해야 했다. 2013년에는 민주당 원내대표와 국회의원들의 중재로 문체부 유진룡 장관이 해고자들을 국립합창단으로 수용하고 2014년 안에 상임단원으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이는 유진룡 장관이 2014년 7월 면직되면서 수포가 되었다. 준계약직으로 국립합창단에 들어간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은 15년 12월 31일 국립합창단에서 해고되는 상황을 겪게 됐다. 

국립오페라합창단 단원들은 문체부의 대표자나 지침이 바뀔 때마다 이리저리 휘둘려야 했다. 이는 문화 분야 예술인들을 폭넓게 지원하여 국가의 문화역량을 상승시켜야 할 책임이 있는 문체부로서는 대단히 책임감 없는 행동이다. 

국립오페라합창단 정기집회 현장. 사진 = 육준수 기자
국립오페라합창단 정기집회 현장. 사진 = 육준수 기자

두 번의 해고와 여러 차례의 번복을 걸치며 상처를 입은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은 현재에도 복직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적폐청산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지 국립오페라합창단에 대해서는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고 있지 않다. 문대균 지부장은 현 정권에서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며 문화에 관한 관심 자체가 없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한탄했다.  

문대균 지부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 저희 문제가 해결될 뿐 아니라,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이 많이 되고 잘못된 것이 바뀔 줄 알았다.”며 문체부로부터 “일반 시민이 클래식에 관심이 별로 없고 흥행성도 없어서 못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황당함을 표했다. 

“순수문화예술은 제일 기본이 되는 분야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중요시할 뿐 아니라, 저희 미래 먹거리가 되는 것이 바로 문화입니다. 문화라는 게 돈으로 평가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닌 거죠. 근데 대한민국에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페라를 하면 국민들 관심 없고 일부만 보는 거 아니냐는 말까지 하는데, 그럴 거면 (기초예술을) 다 없애자는 거죠.” 

문화체육관광부 서울 사무소 앞 천막농성 현장. 사진 = 육준수 기자
문화체육관광부 서울 사무소 앞 천막농성 현장. 사진 = 육준수 기자

문대균 지부장은 현재 해고자들은 총 3명이 남아있다고 일러주며, 이들은 복직과 약속이행을 요구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시위를 펼쳐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2018년 11월 27일부터 시작한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사무소(서울역 서부 국립극단) 앞 천막농성이다. 이들은 매주 화요일 오후 1시 정기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문대균 지부장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답변을 주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집회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측은 뉴스페이퍼와의 통화에서 국립오페라합창단에 대해서는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지만, 이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약속했다는 내용에 대해 증명할 수 없는 상태라고 이야기했다. 장관이 바뀌고 담당자가 변경되며 이전의 약속을 입증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또한 국립오페라합창단 측과는 “지속적인 면담을 진행 중”이라며 그들이 설 자리가 있을 수 있도록 “유관업체와의 연결을 계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는 답을 주었다. 

그러나 문대균 지부장은 이에 대해서도 “말은 그렇게 하고 있는데 만난 지도 몇 개월이 지났다.”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또한 “저희가 농성장을 앞에 차리고 있어서 왔다갔다 할 때 가끔 만나긴 하는데, 그걸 면담이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그때마다 ‘노력하고 있다. 유관 업체와 협의 중이다.’라고 하는데 협의를 너무 오래 하니까 답답하다.”고 말했다. 

정기집회에서 문대균 지부장이 국립오페라합창단의 고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정기집회에서 문대균 지부장이 국립오페라합창단의 고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국립오페라합창단 구성원들은 2008년 집단해고 이후 수많은 고초를 겪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예술을 위한 조직이라는 점을 자각하고, 국립오페라합창단 단원들을 위한 해결방안을 조속히 내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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