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우리는 몸이 아플 때 병원을 가고 진찰을 받지만 이는 그다지 건전한 습관은 아니다. 병원은 진료나 치료뿐 아니라 병의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예방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정말 몸을 생각한다면 아프기 전에 병원에 수시로 방문하여 병이 생길 가능성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특별시구로구의사회에서 회장을 맡고 있는 이인수 애경내과 원장의 의견이다.

뉴스페이퍼는 지난 3월 이인수 원장과 인터뷰를 진행하여 병원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정부의 지원 방식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에서 이인수 원장은 현재 병원에 대한 환자들의 인식은 일부 잘못된 부분이 있으며, 의사와 환자의 관계 및 정부 차원의 지원제도 역시 충분치 않아 개선돼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인수 애경내과 원장. 사진 = 육준수 기자
이인수 애경내과 원장. 사진 = 육준수 기자

이인수 원장은 몸이 아프지 않은 상태에서 병원에 가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증세가 겉으로 드러나 일상에 지장이 오면 그때서야 병원을 찾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인수 원장에 따르면 ‘아프면 병원에 간다.’는 개념은 80년대 장티푸스가 유행하여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을 때 정부에서는 “병원에 가질 않고 굿을 하고 있으니까 아프면 병원에 가라”고 한 해방 직후의 이야기가 현재까지도 이어진 것이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아프기 전이 아니라 아프고 나서야 병원에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픈 증세가 나타난 다음 병원에 가면 고치는 데에 무척이나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인수 원장은 의사와 환자가 지금처럼 가끔 아플 때나 보는 것이 아니라, 더 자주 만나 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수시로 상태를 진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것은 대학병원과 동네 의원의 역할에 대해서이다. 많은 이들은 대학병원이 동네 의원의 상위호환 격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인수 원장은 대학병원과 동네 의원은 역할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사람이 걸릴 수 있는 병은 그야말로 오만가지가 있다. 동네 의원은 어떤 환자가 오면 그 사람이 앓고 있는 병이나 상황 전체를 진단하는 역할을 한다면, 대학병원에서는 한두 개에 심화된 부분을 본다고 이인수 원장은 설명했다. 예컨대 상처 난 곳에 대해 약을 바르고 꿰매준 다음 더 큰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 보는 것이 동네 의원의 역할이라면, 대학병원에서는 환자가 앓고 있는 병으로 인해 수술을 하거나 절단을 해야 할 일인지 파악하고 보는 일이라는 것이다.

“대학병원에서는 담당 의사들이 전문화되어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일부분에 대해서 치료하는 것은 몰라도, 전체적인 진료를 다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인수 원장은 병을 많이 가진 사람이 이 차이를 모르고 대뜸 대학병원부터 찾는다면 곤혹을 치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병을 분야별로 쪼개서 보기 때문에 전체적인 관점에서 볼 경우에 볼 수 있는 부분을 놓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종합검진을 한다고 해도 여러 개로 과가 나뉘어 있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소모되어 “병이 많은 사람은 여러 과를 진료하다가 영안실까지 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자동차를 예로 들었다. 차를 수리할 때에도 전체를 통괄해서 보는 반장이 있으면 엔진을 한 번 뗐을 때에 엔진에 생긴 여러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고 다시 붙이지만, 각 분야의 프로페셔널만 있으면 엔진을 여러 번 떼고 붙이는 ‘중복진료’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어 이인수 원장은 낮은 의료수가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의료수가는 병원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 뒤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는 돈으로 매년 협상을 통해 결정된다. 하지만 의료수가는 해방운동이 있던 80년대 직후부터 거의 인상이 되지 않아 ‘저수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이인수 원장은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의 진료비는 30년 전과 비교해 크게 바뀌지 않은 상태로 한국이 의료 기술에 비해 진료비가 터무니없이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인수 애경내과 원장. 사진 = 육준수 기자
이인수 애경내과 원장. 사진 = 육준수 기자

이인수 원장은 의사들이 업무가 과중된 상태에서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해 이중고를 겪고 있으며, 인식 개선에까지 신경 쓰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환기했다. 그러면서 특히 산부인과나 외과의 경우 그것이 더 심해 “바지와 살이 찢어졌을 때 살 꿰매는 값보다 바지 꿰매는 값이 더 비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말해주었다.

또한 이런 가운데 정부의 지원마저 대학병원에 편중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근심을 표했다. 이인수 원장은 많은 나라에서는 진료를 할 때에 동네 의원들의 진료비가 훨씬 비싸며, 정부에서 정부 보조금도 많이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거꾸로 대학병원에 더 많은 보조금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낮은 수가에 적은 보조금이 겹치며 동네 의원이 제대로 된 치료를 못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의원보다는 병원에 대한 신뢰도가 더 커진 상태라는 것이다. 자연히 젊은 의사들은 의원을 개원하는 것보다도 대학병원에 들어가는 것을 꿈꾸게 되고 악순환이 반복된다.

하여 이인수 원장은 동네 의원에 대한 정부의 지원 방식과 환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저수가 문제와 업무 과정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병원들의 어려움은 깊어질 것이며, 의료의 질 또한 발전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렇기에 이 상태에서 영리병원이 도입된다면 더욱 큰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았다. 충분한 자금력을 갖춘 영리병원에서 선진의료를 하고 더 나은 대우를 보장한다면, 대부분의 의사들이 영리병원에 가기만을 원할 것이고 일반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인수 원장은 환자 치료에 대한 개선 방법 중 하나로 ‘주치의 제도’를 언급했으나, 이 역시 현재의 업무 과정 상태와 지원금으로는 시행이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환자의 콜에 계속적으로 전화를 받게끔 하려면 의사 업무 과중부터 해소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인식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어려우며, 지원금이 1년에 고작 몇 만 원 수준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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