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국립한국문학관은 2016년 문학진흥법이 제정되며 설립 근거가 마련됐다. 국가의 예술을 대표하는 국가 기관이 존재했으나 중요한 예술 분야 중 하나인 문학을 대표하는 문학관은 존재하지 않았고, 문학진흥법의 제정으로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이 구체화 되자 수많은 지자체가 유치 경쟁에 참여했으며, 이중 은평구는 유치 경쟁에서도 구민 50만 명 중 28만 명이 지지 서명을 할 정도로 적극성을 내보였다. 은평구의 염원이 이어진 덕인지 유치 경쟁이 무산된 이후에는 설립추진위에 의해 은평구 기자촌이 국립한국문학관의 부지로 최종 선정되었다. 

은평구의 문인들
은평구의 문인들

국립한국문학관은 은평구 기자촌 자리에 들어서며 2020년 10월 착공, 2022년 하반기 개관을 예정하고 있다. 은평구 기자촌은 한국기자협회가 1969년 국유지를 매입하여 조성한 언론인 마을로, 1974년 이후 420여 가구가 살았다. 당시에는 기자 중 소설가를 겸하는 작가들이 많았기에 은평구 기자촌은 역사적 의미를 충분히 담고 있으며, 북한산이 병풍처럼 은평구 기자촌을 두르고 있어 자연환경 또한 풍부한 곳으로 평가받는다. 

은평구 기자촌에 들어설 국립한국문학관에 어떠한 콘텐츠가 들어가게 되느냐는 문학인들의 큰 관심사 중 하나다. 하지만 콘텐츠만큼이나 국립한국문학관 주변이 어떻게 활용될지 또한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다. 국립한국문학관을 중심으로 그 주변부를 문화가 꽃피는 장소로 만들어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미경 구청장과의 인터뷰가 진행된 은평구청 집무실 [사진 = 김상훈 기자]
김미경 구청장과의 인터뷰가 진행된 은평구청 집무실 [사진 = 김상훈 기자]

뉴스페이퍼 이민우 편집장은 은평구 김미경 구청장과 인터뷰를 진행하여 국립한국문학관 인근을 어떠한 형태의 공간으로 만들어갈지와 문화도시 은평구로 자리매김할 청사진에 대해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4월 9일 오전 11시 은평구청 구청장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 국립한국문학관, 예술인마을 조성으로 문인과 시민 자연스럽게 만나는 장소로 꾸릴 것

은평구는 국립한국문학관 지자체 유치 공모 당시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지자체 중 하나였다. 은평 구민 50만 중 28만 명의 지지 서명을 모은 것 또한 열성적이라 할 수 있지만, 공모 이전부터 은평구를 문화도시로 육성할 의지가 있었다. 은평구는 구의 문학 자산을 총체적으로 정리하고 ‘문학의 고장 은평’을 확고히 하고자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는데, 정지용 초당터 확인,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제정, 셋이서문학관 건립, ‘내를 건너서 숲으로 도서관’ 건립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이 확정된 시점에서 은평구는 국립한국문학관 일대를 어떻게 활용할까? 김미경 구청장은 “국립한국문학관이 들어설 북한산 자락에는 천년 고찰 진관사를 중심으로 한옥마을이 펼쳐져 있고, 은평역사한옥박물관, 삼각산 금암미술관, 셋이서문학관, 너나들이 센터 등 자연, 역사, 문화, 전통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고 설명했다. 

진관사 태극기 아래서 집무를 수행 중인 김미경 구청장
진관사 태극기 아래서 집무를 수행 중인 김미경 구청장

진관사는 조선 태조 때부터 왕실 이름으로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수륙대재를 거행했던 사찰로, 세종 때 집현전 학사들의 사가독서당으로 활용되며 한글창제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때에는 일제에 항거했던 스님들의 독립운동 기지로도 알려져 있으며, 3.1운동 당시 백초월 스님이 사용했던 ‘진관사 태극기’는 지난 3.1절 100주년 기념식에서 다가올 100년을 알리는 태극기로 입장식에 사용되기도 했다. 

기자촌 기억의 판 [사진 = 김상훈 기자]
기자촌 기억의 판 [사진 = 김상훈 기자]
정상에서 바라본 진관동
정상에서 바라본 진관동

국립한국문학관이 들어설 은평구 진관동은 북한산 자락과 마주하고 있는데, 은평구는 진관동 일대를 2015년부터 한문화체험특구로 육성하고 있었다. 북한산과 은평 한옥마을을 대상으로 북한산 관광 사업과 전통문화 특화 사업을 진행해왔으며, 특히 올해 중기부로부터 기간 연장 승인을 받아 2021년까지 한문화체험특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미경 구청장은 “주민들 스스로 한문화체험특구에 대한 자부심이 많다.”며 언론기념관과 이호철문학관 통일박물관 등 추가적인 문화시설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이야기했다.  

도로에서 바라본 기자촌 옛 터 [사진 = 김상훈 기자]
도로에서 바라본 기자촌 옛 터 [사진 = 김상훈 기자]

또한 한국고전번역원이 18년 6월 기자촌 인근으로 이전해왔고, 사비나미술관이 은평구 진관동에 자리하고 있기에, 국립한국문학관을 비롯한 진관동이 근대와 현대, 미래까지 아우를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국립한국문학관과 연계해 문화예술인마을을 조성할 계획 또한 갖고 있다. 문학관 아래에 예술인마을을 꾸려 국립한국문학관을 문학 유산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공간뿐 아니라 문인들이 일반 시민과 자연스럽게 만나는 장소로 만들겠다는 설명이다. 문화예술인마을이 조성되면 국립한국문학관과 연계한 옛 서점거리, 갤러리, 공방, 레지던스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김미경 구청장과의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김미경 구청장과의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김미경 구청장은 서울시에서 시의원을 하며 도시관리위원으로 활동했지만 문화와 관련된 업무 또한 진행했기에 자신의 역할을 “은평구라는 도시에 문화를 입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미경 구청장은 “국립한국문학관을 시작으로 작은 문학관이 여럿 들어오게 되는데, 도시의 골목골목에 문화가 들어오고 같이 어울릴 수 있는 틀이 되어줄 것 같다. 국립한국문학관이 한국의 문학, 북한의 문학까지 아우르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작은 문학관이 이를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골목 골목의 도서관, 서점, 찻집 등에서 문학인을 만나고 문학인들은 시민을 만나 시 한 편을 나누며 “마을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문학관”을 그리고자 한다는 것이다. 

- ‘상암동, 불광천, 혁신파크, 한문화체험특구 잇는 문화벨트 구축’

김미경 구청장은 국립한국문학관과 한문화체험특구를 상암동, 불광천과 잇는 문화벨트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은평구와 상암동은 인접한 지역으로, 상암동에는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한류 관광객 특성분석’에 따르면 한류 관광객들이 찾은 지역에서 상암동은 17.7%인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뷰를 진행 중인 김미경 구청장
인터뷰를 진행 중인 김미경 구청장

김미경 구청장은 “반나절은 상암동에서 보낼 수 있지만 반나절은 갈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며 이들을 유치시키고자 상암동에서 이어지는 문화 벨트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상암동과 이어지는 불광천에는 미디어 체험 복합문화공간, 1인 미디어 방송제작 거점시설 등 인프라를 구축해 방송 문화의 거리를 조성한다. 상암동을 방문한 이들이 불광천 방송문화의 거리를 따라 은평구로 올라오고, 불광역 인근 서울혁신파크와 연신내역 로데오거리를 연계해, 자연스럽게 국립한국문학관과 한문화체험특구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서울혁신파크에는 250여 개 단체 2,000여 명의 청년이 미래먹거리를 고민하고 있기에 다양한 체험과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으며, 복합공연장과 축제광장을 조성해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연신내역 로데오거리에서 한국의 음식을 선보일 수 있으리라는 계획이다. 

한편으로는 은평구로 이어지는 교통 개선을 위해 2024년경에는 문학관 진입로 사거리에 신분당선을 연장, 기자촌역을 설치하고 역 지하 공간을 문화 플랫폼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특히 GTX-A 노선은 연신내까지 이어지게 되어 있어 지방과 이어지는 교통도 개선된다. 김미경 구청장은 여기에 더해 제2통일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에 대형 아파트가 들어서는 과정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도로가 한정되어 있다 보니 교통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은평구는 통일로부터 종로구 부암동으로 이어지는 은평새길 사업을 추진 중인데, 이를 제2통일로라고 부르고 있다. 김미경 구청장은 “남북 화해시대에 앞서 대안 도로를 만들어놓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은평새길을 만들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경 구청장은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을 통해 은평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만나는 지역이자 자연, 전통, 역사, 문화, 미래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문화와 공동체가 살아있는 풍요로운 은평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이 차질 없이 이뤄지고 은평구와 연계된 문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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