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어닥터 필요한 이유

정부가 프랜차이즈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손보겠다며 나섰다. ‘갑’의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한 거래, 꽁꽁 숨기려하는 불투명한 정보 탓에 피해를 감내해야 하는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거다. 한 민간업체도 예비창업자들의 실패율을 줄여보겠다며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과연 정부와 이들의 노력처럼 프랜차이즈 업계는 달라질 수 있을까.

▲ 가맹본부의 불공정거래, 불투명한 정보 탓에 점주들의 피해가 가중된다.[사진=뉴시스]

# 쳇바퀴처럼 돌고 도는 월급쟁이 생활을 접고 퇴직금을 쏟아 부어 창업을 했다. “먹는장사가 남는 장사”라는 지인들의 말에 치킨집을 차렸다. 유명브랜드는 가맹비가 비싸 창업비용 대비 매출이 좋다는 브랜드를 택했다. 초기 몇달은 매출이 안 나와 힘들었지만 꿋꿋하게 점포를 운영하다보니 손에 쥐는 돈이 늘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어느 날 갑자기 본사 회장님이 볼썽사나운 추문에 휘말렸다. 기사가 하루에만 수십, 수백개씩 쏟아졌다. 친근했던 브랜드 이미지가 급격하게 나빠졌다.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추락하는 브랜드 이미지만큼이나 매출이 곤두박질쳤다. 내 이런 마음을 헤아렸는지 오너 리스크로 일방적인 피해를 입는 ‘을’을 구제해야 한다는 관련법이 발의됐다. 위로는 됐다. 하지만 한번 꺾인 매출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점포를 접어야 하나 고민하다 하얗게 밤을 지새우기 일쑤다.

# 지난해 경비원을 폭행한 혐의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던 모 프랜차이즈 오너가 이번엔 ‘치즈 통행세’를 받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납품 과정에 슬쩍 친인척 회사 하나를 끼워 넣어 부당 이득을 취했다. 2005년 11월부터 올 3월까지 이런 식으로 횡령한 금액만 57억원에 달했다. 그것도 모자라 이에 항의하며 가맹점을 탈퇴한 점주들 상대로는 인근에 직영점을 출점하는 이른 바 ‘보복출점’까지 일삼았다.

지난해 이미 위기를 겪어본 가맹점주들이지만 이번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쪼그라든 매출이 한번 더 바닥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오너는 대중 앞에 고개 숙이고 자리에서 물러나면 그만이지만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 모아 가맹사업을 시작한 점주들에겐 물러날 곳도 없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각종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가맹본부의 오너 리스크는 물론 연이은 갑질 논란으로 ‘갑질의 온상’처럼 비치고 있다. 인구 5000만명 중 자영업자가 700만명인 시대.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게다가 이면을 살펴보면 창업 환경도 결코 녹록지 않다.

 

연간 폐업은 89만명, 음식점을 차려도 5년 내 폐업하는 비율이 80~90%에 이른다, 프랜차이즈 존속기간 5년을 넘기지 못하는 비율은 63%. 자영업 700만 시대의 냉혹한 민낯이다. 왜일까.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힘입어 ‘황제’처럼 군림하는 일부 1세대 오너들도 문제지만 준비 없이 창업에 나서는 것 역시 문제다.

늦어도 너무 늦은 정보

대다수의 사람들은 “시장조사 차원에서 매장에 가보니 장사가 잘 되더라” “가맹본부와 상담을 했는데 성공을 보장한더라” “프랜차이즈 말고 딱히 할 게 없다”는 이유 등으로 무턱대고 창업에 뛰어든다. 하지만 꼼꼼하게 사전에 준비를 하려해도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다. 제대로 된 정보가 없다는 얘기다.

물론 정보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가맹본부 정보공개서가 그것이다. 하지만 자료 업데이트가 느리다. 치킨 프랜차이즈를 예로 들어보자. 11일 기준, 공정위에 정보공개서가 등록된 치킨 프랜차이즈는 모두 402개다.

하지만 가장 최신자료인 지난해 재무상황과 가맹점 현황을 알 수 있는 브랜드는 142개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2015년 자료이거나 그 이전 정보들이다. 업데이트 작업이 9월에 마무리된다고 해도 정보가 지나치게 늦다. 급변하는 시대에 2년이나 늦은 정보를 보고 창업을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더욱이 정보공개서엔 ‘숫자’만 존재한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자산, 부채, 매출, 영업이익 등의 재무상황과 가맹점 수, 평균 매출액, 가맹비 등이 명시돼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실제 영업 환경을 파악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이 철저한 시장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예비창업자들은 숫자로만 제공되는 정보가 아닌, 가맹본부가 제공하지 않는 생생한 정보를 원한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들이 원활하게 소통하는지, 어떤 성향을 가진 점주들의 성공 확률이 높은지, 직원들과의 관계는 어떠한지 등의 정보 말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그 정보를 알기가 어렵다. 내가 과연 창업에 적합한지 냉정하게 조언해줄 전문가도 없다. ‘성공 보장’이라는 가맹본부의 유혹만 있을 뿐이다.

창업을 도와주는 창업컨설턴트가 있긴 하다. 그들은 예비창업자를 위한 대상으로 창업종목ㆍ비용, 시설 인허가, 메뉴 선정ㆍ구성, 점포개설 등 창업 전반에 걸쳐 상담하고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지만 여기에도 문제점이 숨어 있다. 그들은 수당제로 움직이거나 가맹본부 소속으로 활동한다. 그러다보니 예비창업자의 편이 아닌 가맹본부 편에서 상담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아까운 돈을 투자하고도 투명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보니 당연히 성공확률은 낮아진다.

▲ 갑질 파문에 휩싸인 프랜차이즈 업계가 기로에 서 있다.[사진=뉴시스]

불공정한 거래 구조, 불투명한 정보 탓에 가맹점주들의 부담이 갈수록 가중되자 정부도 이런 환경을 개선하겠다며 나섰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프랜차이즈업계에 “유통마진이 아닌 로열티로 수익구조를 바꾸는 등 선진화된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해 달라”고 요구했고, 현재 50개 주요 외식업종 가맹본부의 필수 물품 관련 실태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정부의 긍정적인 움직임에 민간도 나섰다. 외식창업연구소인 올바른스토어클리닉은 최근 가맹본부의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예비창업자의 실패율을 최소화하겠다며 ‘공정창업 플레이스 더매칭’을 론칭했다. 스토어닥터라는 전문가가 객관적인 진단을 통해 예비창업자들에게 적합한 창업유형과 업종, 브랜드를 추천하는 서비스다.

정부도 나서고, 민간도 나섰다

이성훈 세종대(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과 일본에서도 프랜차이즈 평가를 하긴 하지만 대부분 브랜드 순위 평가 수준이다”며 “정부가 나서서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예는 전무후무하다”고 밝혔다. 민간 역시 마찬가지다. 해외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다. 김철민 올바른스토어클리익 대표는 “벤치마킹할 앞선 사례가 없어 앞으로의 여정이 험난하겠지만 창업 시장에 의미 있는 도전이 될 것”이라며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우려도 있다. 지금 정부와 공정위가 ‘을’을 보호하겠다는 논리로 정책을 펴고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역편향으로 갈 수 있다는 게 이 교수 주장이다. “악성 프랜차이즈가 사라져야 하는 건 맞지만 강도 높은 정책이 과연 ‘을’을 위한 것인지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전환점의 기로에 서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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