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돈, 금정연 작가가 함께하는 대담 프로그램 '상상하는 도시, 기억하는 도시"가 진행 중이다 [사진 = 김상훈 기자]
정지돈, 금정연 작가가 함께하는 대담 프로그램 '상상하는 도시, 기억하는 도시"가 진행 중이다 [사진 = 김상훈 기자]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구산동도서관마을이 "도시를 보는 예술가의 눈" 기획 강연을 진행한다. 기획 강연은 4월 4일부터 오는 27일까지 네 차례 진행되며, 4월 11일에는 도서관상주작가인 정지돈 소설가와 금정연 서평가가 함께하는 대담 프로그램 "상상하는 도시, 기억하는 도시"가 열렸다.

​이번 “도시를 보는 예술가의 눈” 기획 강연은 도서관상주작가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도서관상주작가지원사업은 전국 공공도서관에 문학인이 상주하며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구산동도서관마을은 지난해 11월 사업에 선정되어 정지돈 소설가가 상주작가로 도서관과 함께했다.

​이번 행사는 대구에서 나고 자란 정지돈 소설가와 서울 토박이인 금정연 서평가가 참여해 각자가 바라본 서울이라는 도시는 어떠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또한 정지돈 소설가로부터 서울이라는 도시의 숨겨진 역사를 듣는 시간이 이어졌다.

- ‘서울’과 지방의 격차 커지며 나온 ‘웃픈 에피소드’

​정지돈 소설가와 금정연 서평가는 먼저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한 여러 생각을 풀어놓았으며, 서울 사람이 느끼는 지방과 지방 사람이 느끼는 서울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서울에 살면서도 서울을 다 모른다는 금정연 서평가는 “서울이라는 커다란 곳 자체가 내 구역, 내 고향, 이런 식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며 자신이 거주하고 생활하는 마포나 은평, 서대문구까지만 ‘서울’, ‘내가 사는 동네’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서울 사람들에게 서울이란 공간은 너무나도 넓어서 자신의 생활권이 아니면 ‘나와 상관없는 곳’ 정도로만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금정연 서평가는 “한 도시에 익숙해지는데 10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는데, 그런 감각이 서울 사람에게는 없다. 익숙해지고 말고의 느낌이 없다.”며 서울 사람은 서울 이외의 도시에 대한 감흥이 적다고 이야기했다. 인터넷에서 유머로 돌아다니는 이미지 중 서울을 제외한 대한민국 전 국토가 ‘지방’으로 표기되어 있고, 제주도에는 ‘귤’ 정도로만 표기되는 지도가 있다. 금정연 평론가는 “의식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만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며 지방을 균질화된 공간, 차별성 없는 공간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발언 중인 정지돈 작가 [사진 = 김상훈 기자]
발언 중인 정지돈 작가 [사진 = 김상훈 기자]

정지돈 소설가는 20대에 서울에 와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가 큰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대구는 광역도시이자 대도시이고 대구사람들은 대구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고 설명한 정지돈 소설가는 “저는 자부심까지는 아니지만, 최소한 대구의 위치 정도는 알겠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 친구들과 이야기하다가 “대구가 어디에 있느냐”, “대구에 바다가 있느냐” 등의 이야기를 듣고 놀라게 된 것이다.

​정지돈 소설가는 “강준만 교수가 쓴 책을 보면 지방혐오나 서울공화국이라는 말이 있다. 서울에 모든 것이 집중되고, 분산을 위해 개인이나 단체가 노력하지만 결국 모든 것이 서울로 모이게 된다. 지금도 계속 서울과 서울 주변만 커지고 있는데, 이 과정이 심해지며 우리 인식 속에서 있어서 웃픈(웃기지만 슬픈) 에피소드로 나오는 것 같다.”며 서울에 인프라가 몰리는 상황을 지적했다.

​- 수많은 맥락 숨겨져 있는, 흥미로운 ‘도시의 역사’

​정지돈 소설가는 자신이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로 밤섬을 꼽고 밤섬에는 흥미로운 역사가 숨겨져 있다고 이야기했다. 서울에 와 한강에서 밤섬을 처음 보게 된 정지돈 소설가는 소설을 쓰다가 밤섬의 역사에 대해 알게 됐다.

정지돈 작가가 폭파되는 밤섬의 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정지돈 작가가 폭파되는 밤섬의 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정지돈 소설가는 과거 밤섬은 지금과 같은 모래섬이 아니었으며, 60년대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거주하던 밤섬은 68년 여의도 개발의 과정에서 파괴되고 만다. 당시 불도저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김현옥 시장은 여의도 개발을 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자재를 마련하고자 밤섬을 폭파시켰고, 밤섬에서 얻은 모래와 자갈, 암석으로 제방을 쌓게 된다. 밤섬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강제로 마포산 와우산 자락으로 이주시켰고, 이들은 졸지에 실향민이 되버리고 만다. 

​정지돈 소설가는 “밤섬에 저절로 모래나 부유물로 인해 예전보다 더 커지게 됐고, 나무로 뒤덮인 섬으로 변모하게 됐다.”며 “한강 산책로를 지나가다 보면 밤섬과 여의도의 빌딩 숲이 보이는데 너무나도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고 이야기했다. 이는 금융과 정치의 중심지로 여겨지는 여의도가 사실은 밤섬과 밤섬의 사람들을 희생시키면서 만들어졌다는 숨겨진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있기 때문이다. 정지돈 소설가는 “해 질 녘에 바라보는 밤섬의 모습은 너무나도 좋다.”며 자신이 찍은 사진을 관객들과 공유했다.

​정지돈 소설가는 이밖에도 세운상가의 공중보행교 등의 사례를 이야기했으며 “서울이라는 도시는 한국적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맥락으로 시간과 역사와 공간이 섞여 있다. 이것을 아는 과정 자체가 흥미롭고, 다른 사람에 대해 이해를 넓히는데 도시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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