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개 예술인단체, 거리로 나와 저작권법 개정안 통과 촉구해

공동 성명서 발표 현장. 사진 제공 = 어린이책작가연대
공동 성명서 발표 현장. 사진 제공 = 어린이책작가연대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을 맞아 24개 예술인 단체가 거리로 나와 ‘저작권법 개정안’의 통과를 촉구했다.

23일 오후 3시 30분, 24개 예술인 단체에 소속된 예술인들은 경의선책거리 와우교무대에 모여 ‘저작권법 개정안’의 통과를 지지하는 뜻을 밝히고 예술인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는 불공정 계약과 저작권법으로 인해 예술인들이 ‘을의 위치’에서 착취당하고 있음을 고발하고, 작가들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저작권법이 개정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성명서는 2018년 11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지하고 있다.

노웅래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은 저작권 계약이 통상적으로 사적 자치의 원칙(개인의 신분과 재산에 대한 사법 관계를 각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르는 것)에 기반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개인 저작자가 을의 위치에서 있어 창작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개정안은 장래 창작물에 대한 포괄적 저작재산권 양도를 금하고, 저작재산권 양도 및 저작물 이용허락 계약을 체결할 경우 서면 계약을 하도록 하며, 저작물로 인해 발생한 이익에 비해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저작자가 보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예술인들은 저작권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창작 노동의 권리와 그 환경이 보호되기를 한 목소리로 요청하며, 저작권법 개정이 본래의 목적인 ‘저작물의 정당한 이용과 창작자의 저변을 확대하여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과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연대 발언을 한 김희경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지회장은 디지털콘텐츠 창작자들의 저작권 피해 사례를 이야기했다. 김희경 지회장은 “웹툰 플랫폼 A는 작가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중간에 메인 콘텐츠 공급사를 두고 작가를 관리해왔다.”며 이 구조 안에서 연재가 중단된 작가는 자신의 온라인전송권을 돌려받기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플랫폼 A는 작가에게 ‘메인 콘텐츠 공급사와 이야기하라’고 하고, 메인 콘텐츠 공급사는 ‘전송권은 플랫폼이 갖고 있다.’고 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라는 것이다. 김희경 지회장은 “플랫폼은 콘텐츠 제공사들을 방패막이로 두고 창작자를 착취하는 구조를 만들었다.”며 “부당한 일을 당해도 창작자는 어디에 항의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희경 지회장은 디지털콘텐츠 창작자들 사이에서는 수익의 불공정 분배가 이루어지기 쉽다고 말하며, “창작자는 전체 수익조차 알지 못한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서는 “창작자와 업체를 대등하게 놓고 그들 간의 계약을 사적 자치의 영역이라 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정리하며 “우리의 후배 창작자들에게 비참한 현실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저작권법 개정안 통과를 응원한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연대 발언을 한 현린 문화예술노동연대 위원장은 “예술가가 예술을 포기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의 저작권법이 “창작 노동의 가치와 그 정당한 권리를 회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24개 예술인 단체는 성명서 발표를 통해 앞으로도 단체 차원에서 연대하고,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한 지지 활동을 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또한 발표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시민들로부터 지지 서명을 받으며 저작권에 대해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했다.


아래는 성명서의 전문이다.

예술인 공동 성명서
창작노동자 권리 보호를 위한 저작권법 개정안을 지지한다!

부당한 저작권법 계약으로 창작자들은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거나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2017년 독립 PD 故 박환성 씨가 방송사와 실제 비용에도 못 미치는 단가에 저작권 전권을 넘기는 부당한 계약을 맺은 후 열악한 상황에서 촬영을 강행하다 아프리카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림책 작가 백희나 씨의 <구름빵>은 국내에서만 50만부 이상 팔렸으나, 계약 당시 저작권을 출판사에 전부 귀속하는 속칭 ‘매절’ 계약으로 인해 아직도 정당한 대가를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 웹툰, 웹소설 등 디지털콘텐츠 영역 역시 ‘매절’ 계약이 판을 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모 플랫폼 업체의 대표가 미성년 작가에게 저작권을 편취한 사례가 벌어져 현재 소송 진행 중이다. 뮤지션들의 사정도 열악하기 그지없다. 스트리밍을 기준으로 따지면, 곡을 만든 저작자와 가수의 손으로 돌아가는 이윤은 한 곡당 0.7원, 0.42원에 불과하고 음원유통플랫폼을 제공하는 자본의 수익률은 어마어마하다.

현재 저작권법은 사적 자치의 원칙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개인 저작자는 ‘을의 위치’에서 저작권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갑의 위치’인 사용자는 창작물로 얻은 모든 이윤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생산자인 창작자들은 더욱 열악한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사적 자치의 원칙을 우선으로 하고 있는 현재의 저작권법은 창작자들이 불리한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 등 서구권에서는 저작권 계약을 자유시장원리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관점에서 창작자가 불리한 계약을 맺었을지라도 추후에 공정한 보상, 추가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조항을 마련해두고 있다. 이러한 국외의 현실과 달리 우리나라 저작권법 상에는 창작자 보호라는 기본 골격조차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창작자에게 열악하고 가혹하기만 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되었다. 2018년 11월 노웅래 국회의원은 모든 문화예술 창작노동자에게 의미 있는 한 걸음이 될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였다.

본 개정안은 저작권 계약의 사적 자치 원칙에 대한 예외를 마련하고 있다. 또한 장래 창작물 등에 대한 포괄적 양도를 금지하는 한편, 저작권 및 저작물에 대한 대가가 저작재산권 등의 계약 이후 양수인 등이 얻은 이익에 비해 정당하지 않은 경우 저작자가 정당한 보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다. 즉 창작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여 창작 노동의 권리와 그 환경을 보호하고 저작권법의 본래 목적인 저작물의 정당한 이용과 창작자의 저변을 확대하여,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과 발전을 도모하는 법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기업의 이익만을 추종하며 이 법안에 반대로 일관하고 있다. 창작자를 보호하는 데 앞장서야 마땅한 문체부가 도리어 창작자 착취를 옹호하는 현실에 우리는 비탄을 감출 수 없다. 지금이라도 문체부는 기업과 자본을 추종하는 행태를 멈추고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문화예술 창작노동자들은 창작 노동의 비참한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이번 개정법안의 통과를 응원한다! 우리 문화예술 창작노동자들은 한마음으로 연대하여, 창작의 가치를 회복하고 그 정당한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기틀이 될 이번 개정법안에 찬성과 지지를 표명하는 바이며, 법안의 통과를 절실히 응원한다!

2019.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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