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청으로 거듭날 동숭아트센터 [사진 = 김상훈 기자]
예술청으로 거듭날 동숭아트센터 [사진 = 김상훈 기자]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서울문화재단은 혜화동 동숭아트센터를 시민과 예술인을 위한 공간으로 만드는 ‘예술청’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20년 개관을 목표로 하는 ‘예술청’은 운영 모델을 행정 기관에서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 및 예술인과 함께 정하고자 ‘동숭예술살롱’을 운영하고 있으며, 3월 20일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세 차례 진행됐다.

4월 17일 열린 세 번째 동숭예술살롱은 “가치와 문화가 공존하는 법”이라는 부제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의 확장과 연계 사례를 살펴보도록 꾸며졌다. 연극 연출가, 사회운동가, 미술작가, 문예기관 담당자,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은 시민 등이 참여한 가운데 세 명의 사례 발표가 이뤄졌으며 사례 발표 이후에는 질의응답을 통해 동숭예술살롱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동숭예술살롱 3회차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동숭예술살롱 3회차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첫 발표는 장지혜 메타포라 대표(前브이맨션 대표)가 맡아 브이맨션과 제비다방이라는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했다. 브이맨션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4년 동안 상수동에서 운영됐던 여행자 숙소였으며, 아티스트 토크, 워크숍, 전시, 공연 등의 행사가 이뤄졌던 장소다.

장지혜 대표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가지고 만나며 상호작용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 상호작용이 도시문화를 훌륭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여행자 숙소의 형태로 하고 있었던 브이맨션의 주 방문 대상은 아티스트, 여행자, 지역민으로 꾸려졌다. 장지혜 대표는 “아티스트는 섬세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기에 색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고, 여행자들은 도시에서 자세히 뭔가를 들여다보는 탐험의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아티스트와 여행자 사이에 지역민이 들어간 것은 지역민이 자신이 거주하는 익숙한 공간에서 색다른 사람을 만나 낯선 경험을 하고 시야를 확장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4년 동안 브이맨션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장지혜 대표는 버스킹 하는 일본인 댄서, 상하이에서 온 패션 디렉터, 비디오 블로거 멕시코인, 사케 칵테일을 만드는 주조사, 프랑스 영화 투자사, 태국 실험영화가, 시카고 펑크 락밴드 등 브이맨션을 찾았던 이들의 직업과 국적 등을 열거하며 굉장히 많은 콘텐츠가 브이맨션에 모였다고 설명했다. 

브이맨션에서 열렸던 행사를 사진자료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브이맨션에서 열렸던 행사를 사진자료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브이맨션을 방문한 이들은 예술인이거나 그에 준하는 의식을 갖춘 사람들이었고, 이들이 가지고 온 것들로 다양한 워크숍과 전시, 공연, 아티스트 토크가 진행됐다. 장지혜 대표는 “도시 문화가 천편일률적이 아니라, 창의적으로 됐으면 좋겠다는 고민에서, 예술과 여행이라는 키워드로 접근한 것이 브이맨션이었다.”며 브이맨션을 통해 “동참하고 뜻을 나누는 커뮤니티를 만났고, 커뮤니티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확장하며 제가 생각했던 프로젝트가 곳곳에서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브이맨션에 이어 제비다방의 사례를 설명한 장지혜 대표는 동숭아트센터에 들어설 ‘예술청’이 “관영 공간이 아니라 진짜 공공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사람들이 편하게 와서 실제로 재미있게 놀고 콘텐츠를 나눌 수 있길 바란다는 것이다. 

두 번째 발표는 김성원 소장(적정기술, 기술놀이교육 연구가, 생활기술과놀이멋짓 연구소 소장)이 맡아 ‘예술청’에 바라는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놀이 공간이 예술과 만나는 장소였으면 한다는 것이다. 김성원 소장은 1954년과 1955년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진행했던 놀이기구 공모전 사례를 설명했다. 공모전에 참여한 예술가들은 적극적으로 예술과 놀이공간을 접목시켰고 350점 가량의 작품이 출품되며 다양한 시도들이 발생한다. 김성원 소장은 “놀이터의 역사에서 예술가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예술주의 운동의 시대였다.”며 “놀이터라는 분야에 예술가들이 개입했던 역사가 우리에게는 없다. 예술청이 만들어진다면 예술이 놀이를 만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두 번째는 예술청의 옥상이 시민과 예술인의 예술 공유지가 되면 좋겠다는 것이다. 2018년 한 해 동안 옥상 공유지 활동을 한 김성원 소장은 “옛날만큼은 아니지만 옥상은 지역을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이자 ‘버려진 공간’, ‘황폐한 공간’이라며 “이러한 옥상을 예술공간으로 발견한 사례가 굉장히 많다.”며 사례를 설명했다.

발표 중인 김성원 소장 [사진 = 김상훈 기자]
발표 중인 김성원 소장 [사진 = 김상훈 기자]

마지막으로 예술청이 일종의 콘텐츠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성원 소장은 더메소드케이스닷컴이라는 홈페이지를 소개했는데, 이 홈페이지는 모든 분야의 예술인이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이야기를 영상, 사진, 글로 소개하고 있다. 김성원 소장은 “자기 제작의 노하우를 공개한다는 점도 놀라운 일이지만, 진짜 놀라운 것은 이곳에 올라온 글과 영상과 사진으로 메타적 창작 과정이 다시 벌어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술청에 여러 예술가와 미디어 기술을 활용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결합하는 프로젝트가 있으면 좋겠다며 “작가와 컨텐츠 크리에이터가 만나 만들어낸 또 하나의 콘텐츠가 전시되는 공간, 예술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공간, 플랫폼 역할을 하는 곳이면 좋겠다.”고 전했다.

마지막 발표는 조수빈 팀장(더함 커뮤니티실 수석팀장)이 맡아 정책과 관련된 라운드테이블, 정책박람회 등 매개자 역할을 했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했다. 시민들이 정책을 제안하는 플랫폼을 만들거나 혁신가들이 모이는 공간을 꾸렸다는 조수빈 팀장은 “예술청은 예술가가 모이는 곳인지, 예술가가 누구와 만나는 곳인지 질문드리고 싶다.”며 공간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전략적이고 영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수빈 팀장의 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조수빈 팀장의 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이 과정에서 조 팀장은 자신이 참여했던 공간의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다양한 분야의 혁신가들이 모이는 공간을 만들었으나 그들을 제대로 이끌 방안이 부족했고, 임대료가 싸다, 보증금이 없다는 식으로 호명했다가 임대료가 싼 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만 오는 인상을 주게 됐다는 것이다. 조수빈 팀장은 “의제를 시민과 같이 하자는 당위 말고 구체적인 어나운스를 해도 된다고 본다. 예술청이 왜 누구를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 운영체계를 만들겠다고 선언해도 좋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세 사람의 발표 이후에는 참여자들과 발표자들이 예술청의 역할에 대해 논의해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한편 동숭예술살롱은 격주 수요일마다 진행되고 있으며 다음 행사는 5월 1일 수요일 오후 3시 동숭아트센터 2층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자세한 사항은 페이스북 ‘가칭 예술청 함께 만들기 공론장’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발표 이후에는 발표 내용을 논의해보는 자리가 이어졌다 [사진 = 김상훈 기자]
발표 이후에는 발표 내용을 논의해보는 자리가 이어졌다 [사진 = 김상훈 기자]

세 사람의 발표 이후에는 참여자들과 발표자들이 예술청의 역할에 대해 논의해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한편 동숭예술살롱은 격주 수요일마다 진행되고 있으며 다음 행사는 5월 1일 수요일 오후 3시 동숭아트센터 2층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자세한 사항은 페이스북 ‘가칭 예술청 함께 만들기 공론장’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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