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이승하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생명에 대한 연민과 사랑의 정서로 시집 “나무 앞에서의 기도”를 펴낸 이승하 시인이 제22회 한국가톨릭문학상을 수상했다. 9일 우리은행 본점 5층에서는 가톨릭문학상 본상 수상자인 이승하 시인과 신인상 수상자인 하명희 소설가에 대한 시상식이 거행됐다. 시상식에서 이승하 시인은 세상에 산재한 폭력들이 사라지는 것이 우리 앞에 놓인 큰 숙제라고 이야기했다.

​한국가톨릭문학상은 가톨릭 정신과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문학으로 승화한 작품을 발굴하고자 1998년 가톨릭신문사가 제정한 문학상이다. 가톨릭신문사가 주최하고 우리은행이 후원하며, 최근 3년 이내에 국내에 발표된 문학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심사위원단의 신달자 시인에 따르면 1988년에는 구상 시인과 구중서 평론가, 신달자 시인이 처음 운영위원회를 꾸렸으나 구상 시인의 타계 이후로는 구중서 평론가, 신달자 시인 두 명이 운영위원회를 이끌어오고 있다.

한국가톨릭문학상 시상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한국가톨릭문학상 시상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시상식에는 이기수 가톨릭신문사 사장과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손태승 우리은행장, 심사위원단의 신달자 시인과 구중서 문학평론가 등의 관계자들과 한국작가회의 이경자 이사장과 한창훈 사무총장, 한국문인협회 이광복 이사장 등 문학계 인사들이 내빈으로 참여했다.

​이기수 가톨릭신문사 사장과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는 종교 정신과 문학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기수 사장은 가톨릭문학상은 그간 “복음 정신을 문학으로 승화한 작품을 발굴”해왔다며 “한국가톨릭문학상이 더 큰 열매를 맺어 우리 사회를 밝힐 수 있는 더 큰 등불”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조환길 대주교는 “문학은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근본적인 심성을 건드린다.”며 본상 수상작인 “나무 앞에서의 기도”는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태계와 생명체에 대한 연민이 깔려있는 작품이다. 이것은 우리 종교가 가져야 할 자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조환길 대주교(좌)와 손태승 우리은행장(우). 사진 = 육준수 기자
조환길 대주교(좌)와 손태승 우리은행장(우). 사진 = 육준수 기자

우리은행 손태승 은행장은 축사를 통해 “이번 한국가톨릭문학상 수상작을 비롯한 많은 문인들의 작품”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용기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마음의 양식”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본상 수상자 이승하 시인, 우리의 큰 숙제는 폭력과 광기가 사라진 세상 만드는 것

​이승하 시인은 수상소감에서 “저는 큰 숙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폭력이 사라지고 광기가 사라진 세상이 되는 것이 저의 바람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승하 시인이 말하는 폭력은 주먹을 휘둘러 타인에게 상해를 입히는 것만을 한정하지 않는다. 전쟁의 광기로 인해 발생하는 많은 슬픔은 물론 산업폐기물을 만들어내는 것, 나무들을 전부 베어내는 것 등이 이승하 시인에게는 모두 ‘폭력’이다. 이는 이승하 시인이 인간 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과 자연에 대해서도 애정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하 시인이 나무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눈물을 보였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이승하 시인이 나무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눈물을 보였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이승하 시인은 자녀가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고생하여 공기가 좋기로 소문난 과천으로 이사를 갔다. 그러나 과천에서 이승하 시인이 보게 된 것은 시 사업의 일환으로 벤치와 분수대를 만들기 위해 수십 년간 자란 나무들이 베어지는 광경이었다. 이승하 시인은 “그 광경을 보며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며 이야기를 하던 중 끝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수상작인 “나무 앞에서의 기도”는 이승하 시인이 15년간 쓴 생태시들을 엮은 시집이다. 나무와 자연물은 이승하 시인에게 각별하다. 이승하 시인은 과천시를 감싸고 있는 나무들은 “흡사 묵언수행을 하는 수도사 같다. 존재 자체가 경이롭고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것 같다.”며 때로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태수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이태수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시 부문을 심사한 이태수 시인은 시집 “나무 앞에서의 기도”는 메마르고 가파른 세상에 대한 일깨움을 주며, 그늘지고 소외된 사람을 향해 마음을 보내고 있다 이야기했다. 또한 나무와 생명, 죽음, 문명, 슬픔이라는 명제들을 통해 생명에 대한 인간의 허영과 인간의 욕망이 빚은 폐해, 아픔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 등을 보여준다며 ‘시인의 정신이 가톨릭 신앙과 깊게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수상소감을 마치며 이승하 시인은 준주성범의 한 구절을 인용하여 “겸손한 사람에게는 항상 평화가 있으나, 교만한 사람의 마음에는 분노와 질투심이 자주 일어난다.”고 말하며 앞으로“이 가르침을 마음에 깊이 새겨 제 자신을 높이지 않고 시를 쓸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구중서 평론가. 사진 = 육준수 기자
구중서 평론가. 사진 = 육준수 기자

한편 이날 신인상은 “불편한 온도”의 저자 하명희 소설가가 수상했다. 신인상 심사평을 맡은 구중서 문학평론가는 올해로 3년차가 된 가톨릭문학상 신인상 부문은 ‘등단’의 개념이 아닌 데뷔 10년 내외의 젊은 문학인들을 대상으로 주는 상이라고 짚었다. 하명희 소설가는 작가가 된지 꼭 10년째가 된 작가로 그간 괄목할 성과를 보여주어 수상자로 선정했다는 것이다. 구중서 평론가는 하명희 소설가의 글은 인간관계의 소중함과 임금체불, 노동의 문제들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며 “국제적으로도 노동 문제가 큰데 이를 문화적, 문학적, 예술적으로 잘 설명하여 작품으로 전달했다. 이런 점을 10년차 소설가에게서 발견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평했다.

본상 수상자 이승하 시인(좌)과 신인상 수상자 하명희 소설가(우). 사진 = 육준수 기자
본상 수상자 이승하 시인(좌)과 신인상 수상자 하명희 소설가(우). 사진 = 육준수 기자

하명희 소설가는 수상소감에서 소통하고 이해하는 것이 늘 어렵다며, 지금도 타인에 대해 잘 알 수 없지만 타인에 대해 생각해나가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슬픔을 온전히 슬픔이라 말하고, “슬픔을 슬픔이라 말하지 못함에 대항하는 것”이 하명희 소설가가 생각하는 문학이기 때문이다. 하명희 소설가는 앞으로 타인에 대해 생각하기 어려운 순간이 오면 이날 받은 상을 꺼내 쓰다듬어보겠다고 말하며 수상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시상식은 행사장을 가득 메운 백여 명의 축하 속에서 마무리 됐으며, 시상식 뒤에는 연회가 이어졌다.

시상식 이후 연회가 진행 중이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시상식 이후 연회가 진행 중이다. 사진 = 육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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