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25일 5.18민주화운동기록관 강당에서는 5.18문학상의 본상과 신인상 시상식이 거행됐다. 올해의 본상 수상자는 황정은 소설가이며 수상작은 소설집 “디디의 우산”이다. 시상식에서 황정은 소설가는 “내 일상은 정치와 무관할 수 없다.”며 자신의 작품에는 한국사회라는 하나의 광장이 보다 진화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채희윤 심사위원(좌)과 황정은 소설가(우). 사진 = 육준수 기자
채희윤 심사위원(좌)과 황정은 소설가(우). 사진 = 육준수 기자

5.18문학상은 5.18기념재단과 광주전남작가회의, 계간 문학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문학상이다. 2005년 처음 제정되었으며 광주 5월의 정신을 기리고 발전시키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으며, 작년에는 제주 4.3 등 역사적 아픔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이종형 시인이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재작년 김혜순 시인과 심사위원들의 친일문학상 수상 논란이 일자 작년도에 운영 체제를 재정비했으며, 올해는 신인상 분야에서 시 부문 수상자가 기존 데뷔작가임이 밝혀지자 수상을 취소하는 등 성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 사진 = 육준수 기자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 사진 = 육준수 기자

시상식을 시작하며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5.18이 지닌 가치는 당대와 더불어 호흡하는 것”이라며 “5.18문학상은 문학이 5.18과 만나 당대의 어떤 것과 같이 호흡하는 데에 있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5.18 문학상은 당대에 언급되는 주요한 현안들이 5월의 정신과 만난 작품에 주어져야 하며, 그러한 작품이야말로 사람의 마음에 든 멍을 치유하고 아름답게 가꾸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창훈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은 “제가 알기로 본상을 타시는 황정은 작가께서는 예전에 현대문학상 사태가 났을 때 상을 거부한 적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현대문학상 사태’는 현대문학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필과 수필에 대한 찬양조의 글을 게재하고, 군사정권을 언급한 이제하 등의 작가들의 연재를 거부한 일을 말한다. 이때 2014년도 현대문학상 수상자이던 황정은 소설가는 상을 반납한 바 있다. 한창훈 사무총장은 “5.18문학상을 제대로 잘 주신 듯하다. 작가들이 이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본상과 신인상 수상자들이 앞으로 작가로서 잘 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육준수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사진 = 육준수 기자
육준수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사진 = 육준수 기자

본상 수상자인 황정은 소설가는 200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마더’가 당선되어 작가로 데뷔했다. 소설집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파씨의 입문”, “아무도 아닌”과 장편소설 “百의 그림자”, “야만적인 앨리스씨”, “계속해보겠습니다” 등을 펴냈으며 한국일보문학상, 신동엽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이날 채희윤 심사위원은 심사평을 통해 “‘디디의 우산’은 세월호 참사, 촛불집회, 과거의 학생운동, 탄핵 등 젊은 세대 삶의 현장과 기억이 병치된 애도의 문학”이라며 소설 속 인물 d가 소문자로 호명되듯 “소문자의 삶 속에서 역사와 혁명이 어떻게 젊은 세대에 스며드는가를 말한 포스트모던한 실험적 작품”이라 판단하여 심사위원단 전원이 선정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황정은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황정은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수상소감에서 황정은 소설가는 “디디의 우산은 혁명을 생각하며 쓴 소설”이었으나 책을 출간하고 독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제가 혁명보다 더 원하는 것이 있음을 깨달았다. 바로 각 개인의, 한 사람 한 사람의 진화였다.”고 말했다. 황정은 소설가는 “내 일상은 정치와 무관할 수 없다. 타인의 삶은 내 삶에 영향을 주고, 개인은 역사라는 거대한 이야기와 어딘가에서 반드시 연결된다.”며 “한국사회 구성원들이 말하기, 생각하기, 공감하기 영역에서 지금보다 진화하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2019년을 살아가는 한국사회 구성원은 지난 몇 년간 이것을 광장에서 경험해왔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한국사회라는 광장이 조금 더 진화하길 바라며 이 소설들을 썼다.”고 덧붙였다. 

황정은 소설가는 “읽기와 쓰기가 한 사회 진화에 미치는 영향을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는 작가가 한국 사회에서 목격한 ‘야만성’이 읽기와 쓰기의 부족함에서 기인했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황정은 소설가는 “내가 속한 시간과 공간의 야만성이 불편해 저는 다만 열심히 읽고 써왔을 뿐인데 큰 상을 받게 되어 송구하고 고맙다.”며 “디디의 우산을 쓰면서 (세상에) 빚을 갚았다 했는데 다시 큰 빚을 진 듯하다. 열심히 불편해하며 읽고 쓰겠다.”고 전했다. 

한편 5.18문학상 신인상은 소설 부문에는 최정원 소설가가, 동화 부문에는 박서현 작가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최정원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최정원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최정원 소설가의 소설 ‘마스쿤’은 심사위원단의 이진, 정용준 소설가로부터 “소설의 배경과 전개되는 이야기는 5.18과 무관하고 의미의 접점도 처음에는 쉽게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중반 이후부터 5.18의 현재진행형을 연상케 하는 알레고리가 보였다.”며 “진실이 무엇인지 언론이 무엇인지 돈과 권력이 무엇인지” 문제의식을 갖게 하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최정원 소설가는 “광주에서 나고 자란 제가 오일팔문학상을 받아 영광이다. 앞으로 더 정진하라는 의미로 알고 열심히 쓰겠다.”는 수상소감을 통해 감사를 표했다. 

박서현 작가. 사진 = 육준수 기자
박서현 작가. 사진 = 육준수 기자

박서현 작가의 동화 ‘종이 주먹밥’은 치매를 앓고 있으면서도 오월의 고통만은 여전히 가지고 자꾸 주먹밥을 만드는 ‘송이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심사위원인 임지형, 장주식 작가는 “이 작품은 많이 다뤄진 소재에다 도식적인 해결로 흐를 위험이 다분했지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끌고 간 점이 돋보인다.”며 “현재 아이들 시점에서 우리가 오월을 어떻게 껴안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작가의 생각도 믿음직”하여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서현 작가는 “오일팔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안다. 그래서 기쁘면서도 한 편으로는 걱정이 앞선다.”며 “제가 잘 써서라기보다는 제 안의 작은 가능성에 준 상이라 생각하고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글을 열심히 쓰겠다.”고 전했다. 

5.18문학상 시상식 단체사진. 사진 = 육준수 기자
5.18문학상 시상식 단체사진.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시상식은 석연경, 우동식 시인의 축하시 낭송과 시노래 가수 박경하의 축하공연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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