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롯데’ 향한 유통공룡의 속내

한번도 아니고 두번을 함께 하게 됐다. 이쯤 되면 둘 사이에 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쪽에선 “아무 의미 없다”고 말하고, 다른 한쪽에선 뭔가 기대하는 눈치다. 언뜻 짝사랑 같은 이 관계, 이케아와 롯데아웃렛의 얘기다. 흥미로운 점은 둘 사이를 바라보는 유통공룡들의 뻔한 속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이케아를 바라보는 유통공룡의 눈을 따라가봤다.

▲ 롯데는 외부고객을 끌어들이는 이케아의 집객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글로벌 ‘가구공룡’ 이케아가 국내 1호점인 광명점에 이어 10월 19일 경기도 고양시에 2호점을 열었다. 지역 고객의 자녀 연령층이 다양하다는 분석에 따라 새로운 콘셉트를 추가하고, 140억원을 들여 친환경 솔루션을 구축하는 등 1호점과 차별화된 매장을 선보였다. 그런데 변하지 않은 게 하나 있다. 1호점에 이어 2호점도 롯데와 함께 한다는 점이다. 이케아 1호점은 롯데프리미엄아웃렛의 일부 층과 연결돼 있는 구조다. 2호점은 아예 건물을 함께 쓴다. 이케아 건물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 롯데아웃렛이 장기임대 방식으로 들어오면서 한지붕을 쓰게 된 거다.

새롭게 문을 연 이케아 고양점은 영업면적 5만2199㎡(약 1만5817평)에 42개 쇼룸을 꾸며 방문 고객들에게 다양한 홈퍼니싱 솔루션을 소개하고 있다. 영업면적 5만7100㎡(약 1만7300평)에 65개의 쇼룸을 전시했던 광명점보다 규모는 작지만 자신감은 더 커졌다. 매장을 오픈하기 전 고양 지역을 꼼꼼하게 분석했기 때문이다. 광명점을 운영했던 경험도 자신감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청소년 이케아’가 바로 그렇게 탄생한 공간이다. 복잡하고 긴 동선도 고양점에선 한결 정리됐다는 평가다. 이케아 측은 “이번 고양점 오픈으로 서울과 수도권 북부 소비자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돼 기쁘다”면서 또 한번 바람을 예고했다.

이 때문인지 롯데아웃렛 고양점은 ‘이케아 효과’를 내심 바라는 눈치다. 광명점에서 달콤한 이케아 효과를 맛봤기 때문이다. 롯데아웃렛 광명점의 지난해 20대 고객 매출 신장률은 다른 지점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롯데측이 설명한 이유는 이렇다. “이케아 광명점 고객들의 구성비를 보면, 20대 이하가 20%다. 아웃렛 평균 수치(12%)보다 높다. 그런 영향에서인지 롯데아웃렛 광명점도 젊은층 고객의 매출이 늘었다.”

롯데아웃렛 고양점이 해외 유명 브랜드를 30~70%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롯데 탑스’ 등 젊은 고객을 노린 MD를 내세우고 있는 것도 ‘광명점 효과’를 재현하기 위해서다. 지상 1층에 리빙ㆍ식품 등을 전면 배치한 것도 이케아 고객을 흡수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케아 덕에 젊은층 유입 늘어

860㎡(약 260평) 규모의 하이마트에는 국내외 300여개 파트너사의 가전생활용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300여개 인테리어 브랜드와 쇼룸 체험을 선보이는 ‘홈데이’는 홈인테리어 전문 디자이너와 1대1 맞춤 서비스를 선보인다. 실리트ㆍ덴비ㆍ코렐 등의 리빙 브랜드도 만날 수 있다.

이케아의 먹거리가 그렇게 풍성하지 않다는 점도 롯데아웃렛 입장에선 좋은 기회다. 다양한 음식점과 휴식 공간을 마련해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아웃렛 고양점이 ‘발재반점’ ‘본우리반상’ ‘콘타이’ 등 다양한 유명 맛집을 입점시킨 이유다.

롯데의 목표는 ‘이케아와 함께 국내 최대 수준의 리빙 쇼핑 타운’을 만드는 거다. 외부고객을 끌어들이는 힘을 가진 이케아 효과를 제대로 누려보겠다는 거다. 그렇다면 이케아도 같은 생각일까. 이케아 관계자는 “다양한 유통업체가 모여 있으면 소비자들이 더 많은 쇼핑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롯데와의 협업은 큰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1호점에 이어 2호점도 롯데와 함께 하게 되면서 여러 말들이 있지만 롯데로만 한정한 것도, 특별한 관계에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어떤 유통업체가 와도 환영이다. 함께 하면 우리도 좋고, 같이 하는 기업도 좋고, 무엇보다 소비자가 좋을 것이다.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어서다. 이것이 우리의 기본적인 자세다.”

이케아의 이런 입장은 지난 8월 열렸던 신규 전략 발표 기자간담회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당시 안드레 슈미트갈 이케아 코리아 대표는 추후에도 롯데와 함께 할 것이냐는 질문에 “롯데와는 전략적인 협약관계가 아니다”면서 “고양점은 공간을 활용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그 입장이 여전하다는 거다.

다른 유통업체들은 이들의 묘한 동거를 어떻게 생각할까. 약 4.5㎞에 인접해 있는 스타필드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가 우리의 전략대로 사업을 하듯 이케아와 롯데도 그들의 방식대로 사업 전략을 짜는 거 아니겠는가. 여러 유통기업이 들어오면 그만큼 지역 상권이 살아날 테니 그런 측면에선 긍정적이다. 이케아와 롯데의 협업은 크게 개의치 않지만 경쟁할 부분이 있다면 우리 방식대로 경쟁하면 된다.”

유통공룡들의 뻔한 속마음

그럼 향후에도 같은 방식의 협업이 이뤄질까. 이케아든, 롯데든 조심스러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케아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고, 롯데 측은 “매장 하나를 출점하려면 지역, 시점 등 고려할 부분이 많다”며 “지금 확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럼에도 업계 안팎에선 온갖 추측이 나돈다. “이케아가 부산점도 롯데와 함께 한다더라.” “어디에선 다른 업체와 손잡는다더라.” 루머에 불과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건 있다. 실적 부진에 허덕이는 국내 유통공룡들이 내심 ‘이케아 효과’를 바라고 있다는 점이다. 공룡에게도 메기는 메기인 모양이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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