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발전하며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인터넷과 핸드폰을 이용한 소통에 익숙해져 있으며 범람하는 정보 속에서 분투한다. 더욱이 앞으로는 5G 통신의 발달과 언론의 역할 변화 등으로 인해 이전과는 다른 커뮤니케이션 양상이 관측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뀌어가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해나갈 것이며, 그 커뮤니케이션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문예커뮤니케이션학회 3차 정기학술세미나 "커뮤니케이션이다" 현장. 사진 = 육준수 기자
문예커뮤니케이션학회 3차 정기학술세미나 "커뮤니케이션이다" 현장. 사진 = 육준수 기자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는 커뮤니케이션의 특징을 살피고 앞으로의 커뮤니케이션을 따져보는 자리가 있었다. 지난 7월 5일 문예커뮤니케이션학회는 청년공간 JU동교동 바실리오홀에서 7월 여름 학술세미나 ‘커뮤니케이션이다’를 개최했다. 세미나는 문예커뮤니케이션학회가 주최하고 (주)스토리미디어랩, (주)스토리프로, (주)트리짓소프트웨어, 한국동물문화산업협회(KACIA)가 후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조중혁 디지털칼럼니스트(경기도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는 “5G 초연결사회 커뮤니케이션”을, 박영흠 문학박사(협성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과 초빙교수)는 “탈진실의 시대, 언론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를, 이문영 작가(파란미디어 편집주간)의 “장르소설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이중성”를 제목으로 각각 발제했다. 또한 발제 이후에는 학회장인 공병훈 협성대학교 교수와 이민우 뉴스페이퍼 발행인, 최유리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차장이 참여한 토론이 이어져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 5G와 초연결사회에는 어떤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까?

조중혁 위원. 사진 = 육준수 기자
조중혁 위원. 사진 = 육준수 기자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조중혁 경기도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디지털 칼럼니스트)은 “5G와 초연결사회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발표했다. 5G는 국제전기통신연합에서 정의한 5세대 이동통신을 일컫는 말로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기존 LTE의 약 20배인 20Gbps에 달한다. 초연결사회는 통신기술을 바탕으로 사람과 사물, 데이터가 연결되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제1발제는 5G의 발달과 그로 인해 형성될 초연결사회가 어떤 커뮤니케이션 형태를 만들어낼지 예상해보는 시간이었다.

조중혁 위원은 최근 일본에서 AI가 쓴 소설이 문학상 심사를 통과하여 이슈가 되는 등, AI의 글 쓰는 수준이 무척 발달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이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직종이 바로 기자들이라고 꼽았다. 글을 쓰는 것은 물론이고 “기자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취재원 확보”였으나 이제는 그 또한 인터넷이 대체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조 위원은 “세상이 바뀌다 보니 기자들은 현실이 아닌 인터넷에서 취재원을 찾게 됐다.”며 “5G 시대에 기자들이 노력하는 것 중 하나가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이 되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훈련시켜 글쓰기에 최적화된 조수를 학습 및 활용하는 것이 중요해졌으며, 글쓰기 전 분야가 그렇게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이다.

공병훈 문예커뮤니케이션학회장. 사진 = 육준수 기자
공병훈 문예커뮤니케이션학회장. 사진 = 육준수 기자

이 부분에 대해 공병훈 학회장은 “십년 정도 선에서 볼 때 언론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할 것”이며 “지금처럼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형태는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냐고 질문했다. 조중혁 위원은 “해외에서는 언론의 역할 중 ‘공감능력’을 많이 본다.”며 “언론이 어떤 메시지나 갈등을 전달하는 역할을 더 많이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현재 자신은 다큐멘터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조 위원은 5G의 특징 중 하나로 ‘딜레이의 최소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공사장에서 기계 등을 원격 조종할 때 요긴하게 사용된다. 기존에는 기계를 원격으로 조작할 시 2초 정도의 딜레이가 발생하여 원활한 작업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5G의 경우 이론상 딜레이가 1/1000초 수준이 되어 유리를 보는 듯 작업할 수 있다고 조 위원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제 현장 공사가 일어나면 5G를 쓸 수밖에 없다.”고 5G의 밝은 전망을 말했다.

- 탈진실 시대의 커뮤니케이션... 언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박영흠 교수. 사진 = 육준수 기자
박영흠 교수. 사진 = 육준수 기자

박영흠 협성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과 초빙교수는 발제를 시작하며 현 시대를 ‘뉴스 불신 시대’라고 진단했다. 과거에 비해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떨어졌으며, 그 불신을 적극적으로 표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박 교수는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현재, 기성의 형식과 규범에서 벗어나 ‘이슈에 대한 해석과 주장을 중시’하는 새로운 저널리즘 양식이 지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런 가운데 객관적인 사실보다 개인적인 신념과 감정이 여론 형성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탈진실’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야기했다.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사실만 진실로 받아들이고 진실과 거짓을 판별하는 기준이 오로지 개인의 정치적 입장이 된다는 것이다. 박영흠 교수는 탈진실 시대가 닥쳐 한국 사회에서 두드러지는 변화는 ‘참여적 시민성’의 발현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이 더 이상 어떤 사건을 접했을 때 침묵하거나 방관하기보다는, 다양한 방식으로 여론 형성 및 의사결정에 참여하려든다는 것이다. 다만 이 또한 한국 정치의 고유한 병폐인 ‘당파성’에 물들어 이념 대립이 심화된다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영흠 교수에게 질문을 던지는 청중. 사진 = 육준수 기자
박영흠 교수에게 질문을 던지는 청중. 사진 = 육준수 기자

 그러나 박영흠 교수의 발제가 ‘현재는 탈진실의 시대이고 이전의 시대는 다 진실이었다.’는 주장은 아니다. 세미나에 참여한 한 청중은 억지로 헌장을 외워야 하고 ‘민족진흥’을 외쳤으며 관련된 내용을 의무적으로 교육한 과거야말로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시대가 아니었냐고 물었다. 오히려 지금의 탈진실 시대가 “이제는 진실과 가짜를 분리하고 고급의 것을 소비하고 싶다.”는 외침이 아니냐는 의문이다. 이에 박영흠 교수는 “탈진실의 시대에 대한 개념은 주어진 사실이 진실인가 허위인가로 이야기되지 않는다.”며 “객관적 증거를 대지 않아도 내가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는 게 탈진실의 시대”라고 문제 지점을 명확히 했다.

박 교수는 저항이 불가능한 이러한 변화 앞에서 저널리즘은 겸허한 수용과 체질 개선을 해야 할 시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러기 위해서 디지털 시대에 저널리즘은 정확한 진실을 탐구하고, 시민들에게 자신의 행동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공동체를 수익 추구의 수단이 아닌 최종 목표로 삼아 민주주의 사회 공동체를 창조 및 유지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 장르소설에 대한 괴리는 어디서 발생하였는가?

이문영 작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문영 작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문영 작가(파란미디어 주간)는 세 번째 발제를 맡아 “장르소설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이중성”를 주제로 이야기했다. 이문영 작가는 이날 행사에서 우리 사회가 장르문학을 바라보는 시선은 양가적이라고 이야기했다. 국내 장르소설의 성과에 대해서는 싸늘하게 바라보는 한편, 해외의 장르소설이 보여준 놀라운 성과에 대해서는 문학의 성과인 양 취급한다는 것이다.

이문영 작가는 전민희 작가의 ‘룬의 아이들 – 윈터러’가 개정판을 내놓으며 소설 분야 3위를 달릴 정도로 독자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나, 어느 언론으로부터도 관심을 받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그에 반해 프랑스의 장르 소설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방한에는 네이버 뉴스 몇 페이지가 넘어가도록 기사가 넘쳐흐른다고 짚었다. 해외 장르 작가와 국내 장르 작가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전민희 소설 "룬의 아이들-윈터러"(좌)와 조앤 k.롤링의 "해리포터"(우).
전민희 소설 "룬의 아이들-윈터러"(좌)와 조앤 k.롤링의 "해리포터"(우).

2002년 하응백 문학평론가는 중앙일보 칼럼에서 “해리포터 시리즈는 영국 작가인 JRR톨킨의 반지의 제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고, 나아가서 반지의 제왕은 셰익스피어를 비롯한 영국의 도도한 순문학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를 근거로 “한국의 문화콘텐츠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정책 담당자들은 그것을 부러워하며,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작가들은 그런 멋진 작품을 왜 못 만들어 내나 하면서 작가들을 질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해리포터 같은 작품을 내기 위해서는 순수문학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정과리 평론가는 ‘드래곤 라자’의 저자 이영도와의 대화에서 국내 판타지 소설이 일본 만화의 영향을 받았으리라 단정하고 있다.

이문영 작가는 “이런 안이한 인식은 결국 순문학의 몰락으로 이어지는 길을 계속 열어갔다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왜 우리는 해리포터와 같은 문화산업을 못 키우나”라고 한탄하는 한편, 문화산업의 씨앗이 될 수 있는 장르소설에 대해서는 일말의 관심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작가는 이것이 장르소설에 대한 인식과 현상의 괴리를 이끌어냈다고 주장했다. 이문영 작가는 “대중들이 즐기는 것을 죄악시하는 근엄과 엄숙과 고민의 세계라는 구태의연함은 버려야 한다.”며, “해외에서 나오는 장르소설에 대한 찬사만 하는 이중적 행태를 버릴 때 우리는 새로운 세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상상력의 원천을 가지고 세계무대와 함께 어깨를 겨루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나 이문영 작가의 발제에도 객석에서는 장르문학에 대한 편견을 깨지 못한 질문이 불거져 나왔다. 한 청중은 “장르소설이 얼마나 서러운 지를 이야기했는데, 장르문학에 있는 어떤 요소와 인자에 어떤 귀중한 것이 있기에 왜 순문학 못지않게 대접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글 쓰는 행위가 굳이 대접받아야 하는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이문영 작가는 “말한 부분이야말로 깊은 오해”라며 “많은 이들이 열악한 상황에서 자기만족을 위해 글을 쓴다. 근데 사람들이 ‘저따위 글’이라고 불가촉천민 보듯 보는 사회에서 어떤 문화가 자라나겠냐.”고 반문했다. 해리포터와 같은 작품이 나올 수 있는 문화적 풍토는 무엇이냐, 우리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냐를 묻는 게 발제의 요지이다.

이민우 뉴스페이퍼 발행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민우 뉴스페이퍼 발행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이에 이민우 뉴스페이퍼 발행인은 장르문학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장르문학에 대한 차별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했다. 이민우 발행인은 “현대사회의 욕망을 비추는 거울이 바로 웹소설”이라며 “장르소설 중에는 순문학으로 말하자면 실천문학계에 가까운 작품이 많다.”고 짚었다. 판타지, SF, 로맨스 등은 사회의 갈등을 저마다의 방법으로 해소한다는 점에서 참여적 지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순문학 작가들이 받고 있는 문예지 지원기금, 공간, 강연회 등 장르문학 작가들에 대한 혜택은 시스템적으로 결여되어 있다.”며 “예술인 복지시스템에도 장르계는 빠지고, 한콘진에서도 장르문학은 콘텐츠가 아니라 하는 등 현재 장르문학은 국가적 시스템에서 제외되어 있고 정상화될 필요가 있다.”고 개선을 촉구했다.

이날 문예커뮤니케이션학회 세미나는 홀을 가득 메운 청중들의 질의응답을 끝으로 마무리 되었다.

문예커뮤니케이션학회 제3차 정기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문예커뮤니케이션학회 제3차 정기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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